인터뷰|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시대가 바뀌었다, 국립공원도 새판 짠다”
국립휴양공원 등 다양한 국민 수요 충족 … 인공지능 활용 관리체계 혁신, 지역균형발전에 기여
“우리는 ABC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A-Ai, 인공지능 등 디지털전환의 시대 △B-Biodiversity, 생물다양성 △C-Climate, 기후위기 등 시대적 변화에 맞춰 국민이 어떠한 서비스를 원하는지를 찾아봤죠. 답은 명확했습니다. 바로 ‘탐방서비스 다양화’였죠.”
10일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립공원이라는 브랜드 하나만으로는 다양화하는 국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국민이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정부 국정과제인 ‘국립휴양공원’이 한 예다. 주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있는 국립공원공단에서 이뤄졌다.
■국립휴양공원제도를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이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 우려도 있다.
국립공원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 생태계의 핵심 보호지역이라면, 국립휴양공원은 자연 속에서 휴식과 여가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자연 이용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한 관리와 계획적인 이용을 전제로 다양한 여가 활동과 휴양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상 레저 등 다양한 자연 체험 활동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국립휴양공원이 조성되면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보다 쉽게 자연을 접하고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국립휴양공원이 이른바 ‘자연처방전’이 되는 셈이다.
이용 수요 분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부 인기 국립공원에 탐방객이 집중되는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휴양공원이 새로운 자연 휴양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면 국립공원 이용 압력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규 국립공원 지정 시 주민 동의가 늘 난제였다. 접근성이 좋은 곳에 국립휴양공원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립휴양공원제도는 국민이 자연을 경험하는 방식을 한단계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다. 국립공원은 등산 중심의 이용 형태가 많았지만 국립휴양공원은 수상레저 등 다양한 자연 체험활동을 제도적으로 허용한다. 모든 제도나 정책은 유기적으로 운영된다. 과거에는 공원 안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공원 안과 밖을 함께 생각해서 보전은 물론 실제 국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국립휴양공원은 국민의 자연 향유 기회를 넓힐 뿐만 아니라 지역 관광과 연계된 새로운 자연 기반 여가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립공원 지정 시 주민 동의가 어렵다고 했는데, 이미 지역과 함께 하는 국립공원의 저력은 수치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취임 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44개 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기업을 확대 중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실제로 2025년 마을기업 매출이 전년 대비 240% 증가하는 등 지역과 공원이 함께 성장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3일부터 금정산국립공원을 공단이 관리하게 됐다. 대도시 중심부에 있는 도심형 국립공원이라 관리가 쉽지 않을 텐데.
지난해 38년 만에 비보호지역이던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건 큰 의미가 있다. 금정산은 국가 핵심 생태축인 낙동정맥에 위치해 부산과 경남 지역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한 거점이다. 지역 주민분들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에 힘을 모아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금정산국립공원은 지리산국립공원이나 북한산국립공원과는 다르게 관리를 해야 한다. 금정산은 도심형 국립공원인 만큼 새로운 관리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금정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학계, 토지소유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으며 여러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부산연구원에 따르면 금정산의 경제적 가치는 약 6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용가치 측면에서는 국립공원 중 3번째로 높다. 앞으로 국립공원공단의 맞춤 관리를 통해 이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가는 것이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의미 있다.
■지역사회와 상생이 생각만큼 잘 구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정산국립공원 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사회와의 협력’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종교계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협치위원회 형태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위원회를 통해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공원관리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금정산국립공원 내 ‘호포마을’을 중심으로 지역 상생 사업도 추진한다. 호포마을을 명품마을로 지정해 생활환경 개선과 소득 증진 사업을 할 계획이다. 관련 예산만 5억원을 투입한다. 부산지역의 도심·해양 관광 기반시설과 연계한 탐방 콘텐츠도 계획 중이다. 부산시티투어와 함께 국립공원 안의 전통사찰(범어사), 케이블카(금강공원)를 연계하는 등 바다와 산, 도시를 잇는 연계 탐방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문화유산 보전과 사찰 상생 사업’도 할 계획이다. 금정산국립공원에는 범어사 금정산성 등 문화유산이 풍성하다. 문화유산지구 정비 사업을 통해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진입로 주차장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명상프로그램 등과 연계한 국립공원 탐방프로그램도 운영할 생각이다.
■국립공원의 약 49%가 해상·해안이지만 이를 모르는 이들도 많다. 해양공원 관리에도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닌가. 지난해 사천시에 해양 전문기관인 국립공원해양생태보전원이 문을 열었다. 그동안 국립공원 관리가 육상 중심으로 이뤄져왔다면 앞으로는 해양생태계 특성과 이용 형태를 반영해 보다 전문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기후대응형 해양 생태계 보전과 복원 기능을 강화한다. 기존 조사·연구 중심에서 벗어나 해양 생물 증식과 서식지 복원 등 실질적인 관리 기능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해양 국립공원별 특성에 맞는 중장기 관리 전략도 체계화한다.
육상공원과 차별화되는 국민 체감형 해양서비스 확대에 발맞춰 관리 방식 역시 과학·디지털화할 방침이다. 광활한 해상·해안의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디지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밀 모니터링과 분석 체계를 정착시키겠다. 해양쓰레기와 서식지 변화 같은 핵심 이슈에 대해 사후 대응 중심에서 예측·선제적 관리로 전환할 방침이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국립공원 역할에도 달라지는 점이 있을 것 같다.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연 기반시설로 탈바꿈 중이다. 국립공원은 생태계 보전의 핵심 공간일 뿐만 아니라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재해를 완충하는 자연기반 해법(Nbs) 역할도 톡톡히 한다. 국립공원의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유지하는 일이 기후재해에 대응하는 중요한 자연 기반 안전망을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립공원 내 매수 사유지 중 활용되지 않는 유휴부지를 중심으로 자생수종을 심어 탄소흡수원을 확대하는 등 숲의 건강성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흡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가지로 실행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국립공원의 가치와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만큼 올 한 해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년이면 국립공원 제도가 시작된 지 벌써 60주년이 된다. 더욱이 국립공원공단 창립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국립공원의 소중함을 누릴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육상과 해양 등 다양한 국립공원이 가진 자연·문화·지역 자원을 연계한 차별화된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의 자연 체험 기회를 넓히겠다. 나아가 지역에 머무르고 소비하는 생태관광 모델을 구축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
원주=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