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회의장’이라는 자리의 무거움
상대를 향한 여야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있다. 과다 대표되는 강경파와 이들을 강하게 묶어주고 지침을 공유하는 유튜브의 영향이 날로 확장된 결과다. 알고리즘은 반목의 강도를 더 강화시킨다. 여야 모두 자기편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다 보니 어느새 간격은 보이지 않을 만큼 벌어졌다. 지도부도 중진도 갈라졌다. 해법이 오리무중이다.
남은 건 ‘국회의장’이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무소속이다.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강화시키는 제도와 관행을 갖고 있다. 국회의장은 사실상 다수당에서 뽑힌다. ‘다수당 편’이라는 오해를 제거하기 위해 탈당해 무소속으로 직무를 수행한다. 그렇지만 누구도 ‘무소속’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가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의장은 많지 않다. 한때는 대통령에 의해 사실상 점지되던 의장이 정권 편향적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세균 전 의장은 의장으로 정치를 마무리하던 관례까지 깼다. 입법부 대표를 마친 이후에 재입당해 국무총리로 내각에 참여하거나 당으로 복귀해 당 대표 등 당직을 맡는 ‘국회의장 이후의 경로’가 열렸다. 정당에 복귀해 당원의 위치에서 다수당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당원들의 선택을 필요로 한다면 재임기간 중 중립을 지켜낼 수 있을까.
게다가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때 당원들에게 ‘20%’의 몫을 떼주는 방식을 새롭게 채택했다. 이 비율을 30%로 늘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립적인 국회의장 직을 맡아야 하는 입법부 대표를 다수당의 강성 지지층이 뽑았을 경우 국회의장의 중립성과 신뢰는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다. 선출직은 유권자의 부름에 응답해야 하는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형식상 입법부 대표로 읽혔던 국회의장의 존재감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새롭게 부각됐다. 이젠 헌법에 행정부 사법부에 앞서 입법부를 명시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손가락질 받는 ‘정치’를 살려내고 민주주의 공정 중립 등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입법 독주, 독단적 상임위 운영, 숙고를 위한 안건조정위 무력화, 짧은 동영상 촬영용 국회의원 언행, 국회의원 서로를 향한 삿대질과 막말, 국회의원실의 불법적 인권 행태와 비민주적 운영 등 입법부 질서를 잡는 게 ‘무소속’ 국회의장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용기있는 임무다.
22대 국회의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두 달여 앞두고 있다. ‘국회의장 선출과정에서의 당원 참여’ 규정이 처음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잘못이라면 미리 고치는 게 능사다. 임기를 마치는 우원식 의장의 ‘이후 행보’에도 벌써 많은 얘기들이 떠돈다. 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담장을 넘은 그의 선택을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