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임강빈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정보팀장
“중동선적 어렵고 대안 항구 몰리며 유조선 운임 하락 조정”
호르무즈해협 봉쇄된 유례없는 상황, 운임 고점 찍어 … 선사는 이익 실현위해 서둘러 계약하는 게 유리해 보여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종전 선언에 이란은 전쟁피해 보상금과 침략재발방지를 내세우며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봉쇄해야 한다는 최고지도자 성명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14일째 접어들면서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 운임도 고점을 찍고 조정되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내일신문은 유조선을 포함 세계 해운시장 흐름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서비스하는 임강빈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해운정보팀장을 12, 1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임 팀장은 해진공 설립 전 유조선 중개업체에서 시장분석과 용선 업무를 담당하고 한국선급에서 해운거래정보센터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지난 4일 해진공이 발표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에 따른 해운 물류 영향분석’이 현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줬다. 보고서 이후 어떤 변화가 있나.
보고서 발표 당시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이 평소 하루 30~40척에서 3척(3월 1일)으로 크게 감소하며 국제 에너지 공급과 해운시장에 커다란 긴장감이 형성된 상태였다. 현재 상황은 군사적 충돌과 해협 봉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민간 유조선에 대한 공격도 잇따라 해당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유조선뿐만 아니라 일부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신규 계약이 제한됐고 관련 비용도 연일 치솟아 수출입 화주들과 물류사들이 거의 공황상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물동량의 34%와 액화천연가스(LNG) 20%가 지나는 핵심 통로다. 지금같은 긴장이 계속되면 유가와 해상운임 상승, 에너지공급 불안 등도 함께 장기화된다. 중동지역 정세 변화가 해운시장과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에너지공급망 위기라는 측면에서 이번 중동사태는 이 지역의 역사적 위기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왜 그런가.
중동 지역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이나 1990년대 걸프전 같은 큰 분쟁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에너지 수송 자체가 사실상 멈춘 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협 통항 자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해상교통이 마비되는 상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에너지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 지역에서 통항이 제한되면 단순히 해운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공급과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지역분쟁을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가 실제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위기와 다른 성격을 가진 것 같다.
●지난달 28일 전쟁이 시작된 후 유조선 운임과 용선 가격 동향은 어떠한가.
중동사태 몇 주 전부터 미국의 전략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중동지역 리스크가 확대되고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지만 2월 28일 전까지만 해도 유조선과 가스운반선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중동지역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봉쇄된 후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유조선 운임과 용선료 급등이다.
2월 초~중순 중동에서 중국으로 가는 항로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일일환산 용선수익(TCE)은 1~2월 약 10만~15만달러 수준에서 3월 30만~40만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불과 며칠 사이 거의 세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최근 수년 내 가장 급격한 폭등세를 보였고, 일부 거래에서는 그보다 높은 수준이 제시되기도 했다.
중동전쟁 초기 에너지자원 수급 차질 우려 속에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화주들이 선박확보 경쟁에 나서며 운임도 함께 폭등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해상보험사들이 전쟁위험 보험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공격이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공포가 커졌다.
●가스운반선은 어떠한가.
중동은 세계 LNG 수출의 핵심 지역인데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LNG 운임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특히 전쟁위험 리스크를 선사가 부담하면서 비용이 상승했고 중동 물량이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선박을 먼저 확보하려는 수요가 폭증해 용선료가 크게 올랐다.
17만4000cbm(톤)급 LNG 선박의 호주~일본 항로 일일 용선료는 1월 3만9180달러, 2월 2만8440달러에서 3월 17만1950달러로 올랐다.
지난달 28일 이후 해운시장은 에너지물자를 운송하는 선박을 중심으로 운임과 용선료가 급격히 상승한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의 불확실성이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원유 운반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VLCC의 중동~중국 항로 운임이 수직상승하면서 다른 선박이나 항로 운임은 어떻게 변했나.
중국은 중동산 석유에 대한 최대 수요자이고 선사는 한 번에 많은 양의 화물을 운송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달성하려 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VLCC의 중동~중국 항로 운임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그 영향이 작은 규모의 원유운반선과 항로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우선 중동 수요에 기반을 둔 수에즈막스나 아프라막스 같은 중형 유조선 항로부터 일제히 급등했다.
수에즈막스의 경우 서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로 TCE는 1월 6만5857달러, 2월 7만4690달러에서 3월 14만7854달러로 올랐다. 그보다 작은 아프라막스도 중동~싱가포르 항로 TCE가 1, 2월 각각 4만7641달러, 5만6478달러에서 3월 15만6702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폭등 추세였던 운임이 변화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폭등세를 보이던 운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
우리는 항로별 운송 물동량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단기(스팟) 용선시장에서 계약이 체결된 성약정보 데이터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중동에서의 계약체결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물동량은 페르시아만의 항만 대신 홍해에 접한 얀부(Yanbu)항 선적으로 바꼈고 원유공급지도 중동에서 서아프리카와 북미 등이 부상하면서 대서양항로 계약체결이 급증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로 중동과 홍해에서 선적을 포기한 선박들이 서아프리카와 대서양지역에 밀집하면서 운임은 최고점에서 완만히 하락하는 중이다.
미국 걸프만에서 중국으로 가는 VLCC 운임(TCE)은 지난 4일(현지시간) 21만6221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바뀌어 11일에는 14만765달러까지 내렸다.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7일에는 12만5279달러였다.
서아프리카 유전지에서 중국으로가는 VLCC 운임(TCE)도 지난달 27일 18만8975달러에서 이달 3일 27만5369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11일 16만8220달러로 조정됐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가는 항로 운임은 높은 호가 속에서 실제 체결되는 계약이 적어 운임도 5일 48만5959달러를 정점으로 11일 45만1461달러, 12일 32만6198달러로 조정됐다.
선주와 화주, 중개인 등 시장 참여자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비즈니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다른 대안을 찾으면서 중동~중국 항로 운임이 하락하고, 서아프리카 북미 등 대체항로는 중동에서 빠져나온 선박들이 증가하면서 운임이 하락하는 흐름이 생긴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화물을 잡는 게 최우선이라고 하는데 선사들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단기적으로 볼 때 현 운임시장은 역사적 최고점 수준에서 하향 조정 국면에 있다. 선사 입장에서는 이익 실현을 위해 서둘러 계약체결을 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중장기 관점에서 봐도 중동분쟁 장기화, 대서양·서아프리카 지역 등 대체선적지 선박 투입에 따른 운항거리(톤-마일) 증가, 글로벌 유가 상승에 따른 해상저장수요(VLCC Floating Storage) 등으로 유조선 시장에는 긍정적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국제유가와 함께 급등한 선박 연료유 가격으로 인해 유조선이나 가스선을 제외한 선박들의 운항비용 증가로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중소형 선사들이 취약할 수 있다. 비싼 연료유가뿐만 아니라 중동 연료유 시장의 마비로 연료유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수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조선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최근 VLCC 선대를 확대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장금상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장금상선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최근 해외 해운전문 매체들은 장금상선이 VLCC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VLCC 선대의 약 12~16% 규모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단기(스팟) 용선시장에서 약 24% 수준의 선복을 통제하는 최대 운영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하면서 VLCC 거래의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