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남 지역 초대형 산불 1년, 교훈과 과제

2026-03-18 13:00:01 게재

영남 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을 맞았다. 40년 넘게 산림 현장을 지켜온 필자조차 처음 경험한 ‘도깨비 산불’이자 ‘극한 산불’이었다.

당시의 화마는 서울시 면적의 약 1.7배인 10만 헥타르 이상의 울창한 숲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고, 30명이 넘는 사상자와 1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재산 피해를 남겼다.

지난해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겨울철 극심한 가뭄으로 건조해진 상태에서 기온이 급상승하고, 초속 20m가 넘는 유례없는 강풍이 더해진 기후적 요인이었다. 산불확산 속도 또한 1시간당 약 8km로, 10년 전과 비교해 2배나 빨라졌다. 산불은 이제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명, 주거, 농업 시설 등을 파괴하는 ‘복합 사회재난’이 되었다.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올해 2월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이를 통해 피해 주민의 생계 안정과 심리 치료, 농림수산업 시설 복구비 지원 등 법적·제도적 기틀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절박하다.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아직도 임시 주거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잿더미가 된 숲의 복원 방법을 놓고도 논쟁을 하고 있지만 원래 모습을 찾으려면 최소 30년, 토양 회복에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산불은 사회재난이자 자연 재난인 복합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산주와 임업인들에 대한 보상 체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상 체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우려스러운 점은 올해의 상황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전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특히 야간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헬기의 야간비행조건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항공안전법상 ‘야간산불 진화기준’은 풍속이 초당 5m, 시정거리 5km, 운고 450m 이상으로 주간보다 상당히 엄격하다. 더욱이 국가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 큰 이벤트가 있은 해에는 대형산불 발생 빈도가 유독 높았다고 한다. 선거철이 되면 행정력이 분산되고, 공직 사회의 기강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산림 인접 지역에서의 소각 행위 감시와 단속이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불이 대형화·복합화되면서 산불 진화 지휘권을 둘러싼 논쟁이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대로 산림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산불은 일반 화재와 달리 지형적 특성, 수종별 연소 특성, 임도(林道) 활용 등 산림에 대한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불 피해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산주와 임업인들은 산림청 중심의 지휘 체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평생 가꿔온 소중한 자산인 산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산림 복원과 사후 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는 조직이 산림청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영남 산불을 교훈으로 삼아 산림과학과 첨단기술에 기반한 ‘사전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선진국형 숲 가꾸기 확대다. 솎아베기와 가지치기로 산림 내 연료 물질을 줄이는 것은 대형산불 예방의 유일한 길이다.

둘째, 첨단 과학적 관리다. 인공지능(AI)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과 산악기상 관측망을 고도화하여 ‘조기 발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인프라 및 장비 확충이다. 초대형 헬기를 늘려 ‘골든타임’ 50분 이내 투입이 가능해야 하며, 고성능 진화 차량과 전문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넷째, 행정력 집중이다. 선거철 느슨해질 수 있는 비상 근무 체계를 강화하여 ‘선거해 대형산불 징크스’를 끊어내야 한다.

유비무환으로 소중한 산림 지켜야 할 때

산불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산림을 지키는 것은 탄소 중립 실현이자 국가 안보를 지키는 일이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정부와 지자체, 산주와 임업인, 그리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소중한 우리 산림을 지켜내야 할 때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 전 산림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