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여, 대학 자료를 보면 길이 보인다
가이드북으로 학교생활 잡기 … 모집 요강·입결로 대입 전략 세우기 … 선행학습 보고서로 대학별 고사 대비
수험생은 언제나 정보에 목마르다. 관심 분야와 관련된 전공,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탐구 활동, 대학·전형 선택 전략 등 궁금한 내용은 많은데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수험생과 학부모도 적지 않다. 한데 수험생이 궁금해하는 내용은 대부분 대학이 발행한 자료에 그 답이 있다. 전형별 가이드북·모집 요강·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 등 대학 자료는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학교 활동의 방향을 고민하는 고1부터 지원할 대학·학과를 찾는 고3까지 도움이 되는 대학 자료 활용법을 정리했다.
가이드북은 대학에서 수험생에게 정확한 대입 정보를 전달하고자 발행하는 대표적인 자료다. 전형별 평가 방식을 자세히 안내한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과 ‘논술전형 가이드북’, 학과 정보를 총망라한 ‘전공 가이드북’ 등이 있으며 주로 4~8월 사이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지원할 대학·학과의 가닥이 잡힌 고3 때 처음 접하는 학생이 많지만 고1·2 학생이 앞으로의 학교생활을 설계하는 데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다.
◆3년 활용할 전공 가이드북 = 전공 가이드북은 교육과정과 졸업 후 진로, 전공 공부에 필요한 역량, 고교에서 공부하면 좋은 관련 교과 등을 정리한 자료다. 아직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이 흥미 있는 계열 또는 과목을 중심으로 여러 학과를 둘러보기에 좋다. 경영학과와 경제학과, 생명과학과와 생명공학과 등 유사한 듯 다른 학과의 차이점을 이해하기에도 용이하다.
김용진 경기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전공 가이드북에서 제시한 각 전공이 요구하는 역량과 인재상, 관련 교과목을 자신의 학생부 기록과 비교하면 지원 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며 “신설 학과나 융합학과처럼 비교적 정보가 적은 학과는 가이드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면접 준비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은 전공(계열)별 선택 과목을 별도로 안내한다. 자연 계열 전공을 희망한다면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자료다.
자연 계열은 고교 교육과정과 대학 전공의 학습 단계가 뚜렷해 학생부 위주 전형은 물론 정시에서도 전공 관련 과목의 이수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고1·2 학생은 해당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 향후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종합전형은 학생부 정성 평가의 비중이 커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경쟁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곤 한다. 이를 고려해 대학은 ‘종합전형 가이드북’이나 ‘학생부 위주 전형 가이드북’에서 세부적인 평가 요소와 평가 기준, 인재상 등을 안내해 수험생의 이해를 돕는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실제 합격 선배의 사례다. 과목 이수 내역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창의적 체험 활동 기록을 평가자의 분석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중점을 두는 역량을 구체적으로 파악할수록 학교생활을 방향 역시 뚜렷해진다.
이재원 동국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동국대 학생부 위주 전형 가이드북은 긍정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아쉬운 사례를 함께 공개한다”며 “관심 분야는 드러나지만 해당 교과의 역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기록,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난 탐구 활동은 흔히 떠도는 이야기와 달리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했다.
고3에게 종합전형 가이드북은 희망 대학의 종합전형에 합격할 만한 경쟁력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김 교사는 “종합전형은 내신 성적이 입시 결과의 50% 컷, 70% 컷보다 높다고 해서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신의 학생부 경쟁력을 제대로 파악해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는 종합전형 가이드북에 제시된 체크리스트에 서술형으로 답하면서 학생부 기록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지도한다. 단순히 질문을 확인만 하고 넘어갈 때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면접 답변을 구성할 때도 좋은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고전적인 책자 형태에서 벗어나 동영상으로 전형 정보를 안내하는 대학이 늘었다. 주로 각 대학 입학처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합격생 인터뷰와 학과 소개를 영상으로 실감 나게 전해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의 관심도 높다. 서울대는 입학 정보를 전문적으로 게재하는 웹진(인터넷 잡지) ‘아로리’를 운영한다. 웹진의 ‘나도 입학사정관’ 탭에서는 직접 입학사정관이 되어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어 대학의 평가 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입 전략 필수 지침, 수시 모집 요강 = 고3 1학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대입 전략을 세워야 할 시기가 되면 반드시 살펴봐야 할 안내서가 있다. 바로 5월 말에 공개되는 ‘수시 모집 요강’이다. 각 대학의 모집 요강에는 전형 일정과 주요 변경 사항, 모집 단위별 모집 인원, 전형별 지원 자격과 평가 방식 등 수시 지원 대학·학과·전형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모여있다.
모집 요강을 바탕으로 지원할 대학·학과 후보를 추렸다면 전년도 입시 결과(입결)을 분석할 차례다. 입결은 흔히 합격선이라 부르는 합격자의 성적 정보와 경쟁률, 충원율 등을 포함한다. 대부분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와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되며, 대학에 따라 전형별 가이드북의 뒷부분에 함께 싣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때 2~3년 치 데이터를 종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쟁률과 합격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해마다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직전 연도에 경쟁률·합격선이 낮았던 모집학과가 다음 해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입결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어 전반적인 추이를 파악해야 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대학은 지면의 한계상 입결을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숫자에 숨겨진 맥락을 해석하려면 모집 요강 확인이 필수다. 예를 들어 경쟁률과 합격선이 크게 상승했다면,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완화됐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내신 성적대가 높으면서 수능에 부담을 느끼는 지원자가 몰린 탓일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알면 최저 기준이 완화된 다른 대학의 경쟁률과 합격선을 예측할 때도 도움이 된다”고 안내한다.
아직 모집 요강이 발표되지 않은 고1·2는 자신이 치를 대입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정부는 학생들이 대입 정책과 대입 전형의 변화를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대입 4년 예고제’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수능 체제나 학생부 반영 방식과 같은 대입 정책의 큰 방향을 정책의 적용을 받는 학생이 중3 새 학기를 맞기 전까지 발표해야 한다.
학생이 고1이 된 후 8월 말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대입 전형 기본 사항’을 공개한다. 대입 전형 기본 사항은 대학이 전형을 운영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원칙과 전형 일정 등을 공지한 내용이다. 대학은 이를 바탕으로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세워 이듬해 4월 말까지 공개한다. 대입 전형 시행계획은 각 대학에서 주요 변경 사항, 전형별 모집 인원과 평가 요소, 반영 비율 등을 정리한 자료다. 추후 내용이 변경될 수 있지만, ‘미리 보는 모집 요강’이나 다름없다. 대입 전형 시행계획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대입 전형 기본 사항은 교육부 또는 대교협 홈페이지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대학별 고사 기출 문제집 = 면접을 시행하는 종합전형이나 논술전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적어도 고3 여름방학부터는 대학별 고사에 대비해야 한다. 학생부 기반 면접은 3년의 학생부 기록을 바탕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어 준비하면 된다. 반면 논술고사나 제시문 기반 면접(주어진 지문과 문항을 읽고 말로 답하는 면접)은 각 대학의 기출 문항을 찾아 풀어야 해 학생들의 고민이 크다. 이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매년 3월 말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선행학습 보고서)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각 대학은 대학별 고사가 선행학습을 유발하지 않았는지 자체적으로 평가해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선행학습 보고서에는 기출 문항과 출제 의도, 기출 문항과 출제 의도, 채점 기준, 예시 답안과 답안 해설 등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수험생에게는 ‘기출 문제집’이나 다름없어 대학별 고사 준비 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로 꼽힌다.
제시문 기반 면접과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먼저 선행학습 보고서에서 최근 3년 간의 기출 문제를 확보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문항을 분석하고 답안을 내놓은 다음, 자신의 답과 예시 답안을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각 대학의 문제 유형과 출제 경향에 익숙해지는 것이 관건이다. 단 제시문 기반 면접은 답안을 말로 설명해야 하는 만큼 실제 면접 상황과 비슷한 모의 면접이 필수다. 논술고사는 실제로 글을 써보며 연습해야 답안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강희윤 서울 휘문고 교사는 “수리논술은 합격선이 비슷한 학교끼리 출제 유형과 문제 난도가 비슷하다. 크게는 제시문을 읽고 풀이 과정을 길게 서술해야 하는 대학, 내신 서술형 문항과 유사하게 출제되는 약술형 논술을 치르는 대학,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진 대학으로 나뉜다. 문제 풀이 경험을 늘리고 싶은 학생은 다른 대학 기출 문제까지 살펴보기도 한다”고 했다.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단계부터 선행학습 보고서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김 교사는 “논술고사의 경우 대학마다 문제의 틀이 정해져 있다. 기출 문제 풀이를 통해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대학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건국대 인문 논술은 분량이 긴 문학 지문을, 동국대는 6~7개의 짧은 지문을 제시한다. 읽기 습관과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문항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