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헬륨 쇼크’…반도체 공급망 4월 초 ‘고비’
‘글로벌 LNG 30% 점유’ 카타르, 생산중단
LNG 부산물 ‘헬륨’, 반도체 공정 필수 요소
카타르산 의존도 70% 한국에 충격파 우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로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 가동이 중단됨에 따라 전 세계 헬륨 공급량의 약 30%가 차질을 빚고 있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필수 요소인 헬륨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글로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중국 차이신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2일 카타르 라스 라판 및 메사이이드 산업단지가 군사 공격을 받으며 국영 기업 카타르에너지의 LNG 및 관련 제품 생산이 전격 중단됐다. 다음 날에는 요소, 폴리머, 메탄올, 알루미늄 등의 2차 가공 제품에 대한 생산까지 중단 범위가 확대됐다.
이번 가동 중단 여파는 에너지 시장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헬륨은 천연가스 액화 과정에서 부산물로 추출되는데, LNG 생산 중단은 곧 ‘헬륨 공급 중단’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펑진펑 상하이집적회로산업협회 부사무총장은 “헬륨은 반도체 제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며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냉각, 웨이퍼 열 관리 및 에칭 과정의 온도 제어에 사용되며, 헬륨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가스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지인 ‘노스 필드(North Field)’를 보유한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 능력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헬륨 공급의 상당 부분이 한순간에 증발하면서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레슬리 우 다롄 룽허기업경영컨설팅 대표는 “전 세계 헬륨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후 수준에 비해 이미 2배가량 급등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현재의 상승폭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네온 가격이 7~10배 폭등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시차다. 펑 부사무총장은 카타르에서 중국까지 헬륨 운송에 통상 30~4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4월 초부터 한국, 중국, 일본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3월 말과 4월 초 사이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은 헬륨 공급량의 70% 이상을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성이 높은 편이다. 펑 부사무총장은 헬륨 공급 차질이 한국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한국 증시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역시 헬륨 공급량의 약 85%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중국의 헬륨 수입량은 전년 대비 22% 증가한 4924톤을 기록했으며, 이 중 카타르산 비중이 약 54%에 달했다. 다만 광저우 광강 가스에너지 등 중국 내 공급업체들이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3개월간은 반도체 생산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헬륨 시장에는 카타르 외에도 다른 공급원이 존재한다. 미국이 전 세계 생산 능력의 약 35%를 점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알제리가 각각 10%, 캐나다가 5% 미만을 차지한다.
우 대표는 “카타르의 생산 공백은 미국, 알제리, 캐나다의 증산을 통해 부분적으로 상쇄될 수 있어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이 반도체 생산 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공급망 전반에 걸쳐 기업들에 닥친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 그 자체”라며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대응 전략 수립에 난항을 겪겠지만, 결국 기업들은 적응법을 찾아내며 공급망 재편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