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장기로 치닫는 미-이란전, 우리 대책은

2026-03-18 13:00:01 게재

미국·이스라엘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은 장기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란 최고지도부만 일시에 제거하면 자체 분열하며 체제전복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의 희망섞인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공습 초기 잔뜩 움츠렸던 이란이 신속히 차기 지도부를 구성해 내부결속을 다지고 ‘피의 보복’을 외치는 저항이 진행되면서 트럼프는 진퇴양난 위기에 빠지게 됐다. 대규모 공습을 가해도 이란 군사력을 뿌리째 말살하기는 어렵고, 지상군을 투입하자니 과거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악몽’이 떠오른다. 베네수엘라를 기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단숨에 납치한 미군 전투력에 대한 과신이 트럼프 오판의 기저에 깔려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좁디좁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공급되던 걸프 각국의 원유가 일시에 통행이 막히면서 전세계 유가폭등이 현실화됐다. 다만 이란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가의 선박은 협상을 통해 통행시키겠다고 숨통을 터놓으며 서방의 분열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통과 유조선 호위 요청에 냉담한 유럽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한국 5개국을 콕 집어 호르무즈해협 운항 선박을 호위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이튿날엔 국가명을 밝히지 않은 2개국을 더 거론하면서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전통적 우방인 독일 영국 프랑스는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대서양동맹’에 뚜렷한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이런 차가운 반응은 트럼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동안의 오랜 동맹관계를 짐짓 외면하며 ‘관세폭탄’으로 위협하고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심지어 ‘조롱’하는듯한 모습에 자존심이 상하고 불만이 켜켜이 누적된 결과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뒷전에서 ‘거래’하고 특히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야욕을 드러낸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은 예상대로 “군사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트럼프로선 가장 만만해 보이는 한국과 일본에 압박수위를 높이려는 것 같다. 그동안 미군이 수만 명 주둔하면서 안보를 지원했으니 그 값을 하라는 억지 주장이다.

과연 그러한가. 주한미군의 경우 실제 2만8500명 병력을 4만5000명이라고 부풀렸다. 워낙 ‘의도성 실언’이 잦은 터라 새삼 놀랍지도 않다. 미군의 한국주둔 일본주둔을 놓고 우리가 ‘보호’해 줬으니 어려울 때 도우라고 말할 수 있는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을 겨냥한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이 아니었던가.

미국은 경북 성주에 주둔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포대 발사대 6기의 요격미사일을 반출해 중동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조치다. 사드는 2017년 처음 배치될 때부터 중국을 겨냥한 전략자산이란 의구심 때문에 한중간 심각한 외교적 마찰의 불씨가 됐었다. 사드배치가 대북억지용이라는 그동안의 주장에도 큰 의문부호를 남기게 됐다.

관세폭탄 ‘선방’했듯이 중동파병 압력 지혜롭게 넘겨야

어쨌든 이제 공은 우리에게 넘어온 상황이다. 논리에 맞든 않든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판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 겨를이 없다. 미국이 ‘관세폭탄’을 퍼부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예전부터 쓰던 주한미군 감축위협이 또 나올지 모른다. 이재명정부로선 담대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잘 버티며 고비를 넘겨야 한다. 역사적으로 이란과 척진 관계도 아닌 터에 미국의 강압으로 인해 전쟁에 가담하는 모양새로 몰리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미국과 맞서기보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성의’를 보이는 척이라도 하며 일단 폭우를 피해가야 한다. 정부가 모든 부담을 다 짊어질 게 아니라 헌법절차에 따른 국회동의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파병 반대여론을 적절히 활용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가 결정한다는 단단한 주체의식 확립이 긴요하다. 동병상련 처지인 일본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다카이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파병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일본의 대응책을 주도면밀히 분석할 일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참고로 하고 우리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미국에 기대어 중국에 맞서려는 일본의 야망, 그리고 극우노선을 걸어온 다카이치의 정치적 행보와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최소화해 민족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이재명의 행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원섭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