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폭 넓히는 다전공 제도

2026-01-29 09:57:02 게재

대학 입학, 끝이 아닌 시작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을 거 같아 고민이라면 대학의 다전공 제도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대학은 복수전공·융합전공·학생설계전공 등 유연한 전공 제도로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학생들은 처음 선택한 원전공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적성에 최적화된 분야를 찾아갈 수 있다. 최근 더욱 고도화된 대학 내 전공 제도를 살펴보자.

희망 전공 정하지 못했다면 ‘주목’

고교 3년간 자신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경우, 학과 선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공에 대한 선호가 분명한 채로 입학했다가 정작 수업을 듣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라 막막해지기도 한다. 대학은 이런 학생들의 고민을 반영해 입학 후 배울 학문을 새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일본학과가 없지만 연계전공으로 일본학이 개설돼 있어 자신의 전공과 연계해 배울 수 있다. 한양대는 미래인문학 인문소프트웨어 바이오소프트웨어 등 인문 분야와 공학 간의 융합전공이 다양하다. 융합전공 외에도 최소 단위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마이크로디그리라는 전공 제도를 운영한다.

성균관대 권영신 입학사정관실장은 “기초 학력이 튼튼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문을 탐구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대학은 전공을 넘나들며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전공 제도를 두고 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행정학과 등의 교수진이 모여 ‘공익과 법’ 연계전공을 개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은 사회와 학문의 변화, 학생들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 역시 기존의 전공에서 만족하기 어려운 학문적 호기심을 키우고, 진로에 맞게 전공을 설계하며 전문성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대학 입학을 끝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여러 교과목 융합하거나

학생이 직접 설계하기도

복수전공, 다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학생설계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 대학의 전공 제도는 단어만 봐서는 그 뜻과 차이를 알 수 없다. 전공 제도에 관련된 용어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다전공’은 다른 전공 제도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이다. 학생이 입학 당시 선택한 전공(대학별로 제1전공 또는 주전공으로 표기) 외에 추가로 하나 이상의 전공을 이수하는 모든 형태를 말한다. 복수전공, 부전공, 연계전공, 융합전공, 학생설계전공 등은 모두 다전공에 포함된다.

복수전공은 제1전공과 별개의 전공을 추가로 이수해 졸업 시 복수의 학사 학위를 받는 제도다. 이수 가능한 인원에 제한이 있고, 성적 기준 등 신청 자격이 엄격한 편이다. 통념과 달리 두 개 이상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서강대는 최대 3개의 전공까지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고, 이를 모두 수료하면 3개의 독립된 학사 학위를 인정받는다.

연계전공과 융합전공은 비슷한 듯 다르다. 연계전공은 별도의 학과 신설 없이 기존 학과에서 개설된 교과목 중 관련 있는 것을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표). 이와 달리 융합전공은 기존 학과를 융합해 새롭게 만들어진 독립된 교육과정을 말한다. 경희대의 경우 융합전공인 글로벌문화기술융합전공, K-퍼포밍아트융합전공을 이수한 뒤, 제2전공이 아닌 제1전공으로 바꿀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연계전공과 융합전공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거나, 아예 하나의 명칭으로 통합해서 부르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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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설계전공은 학생 스스로 융복합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승인을 받아 이수하는 전공이다. 신청 시 설계 전공 학업 계획서와 교육과정 편성표, 성적증명서를 대학에 제출해야 한다. 학생설계전공의 목표는 학문의 경계를 넘는 전공 이수 기회를 주고,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서강대는 1998년 처음으로 학생설계전공을 개설해 현재도 운영 중이다. 경희대는 2022년 학생설계전공을 신설했고 현재 지속가능성학전공 과학기술법정책학전공 계산및시스템생물학전공 등 색다른 전공들이 개설돼 있다.

마이크로디그리는 최소 단위 학점으로 이수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가장 빠르게 관련 분야의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성적증명서에 이수 내역이 표기된다.

대학마다 세부 규정 달라

다전공을 고려하고 있다면 개설된 학과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운영 방식을 살펴야 한다. 신청 자격, 전공별 필수 총 학점 등 대학마다 다른 세부 규정은 대학별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서강대의 경우 다전공 신청 시 계열, 전공, 인원, 성적 등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인기 학과라도 걱정 없이 다전공제도로 이수할 수 있다. 2개 이상의 학과를 전공해도 4년 내에 졸업이 가능할 만큼 학점 이수 제도도 유연한 편이다.

서강대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은 “시스템계약학과와 아트&테크놀로지학과 등 2개 학과만 제약이 있고, 그 외 모든 학과는 제한이 전혀 없다. 서강대는 다전공이 의무가 아님에도 실제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다전공 제도를 이용한다. 특히 인문사회 계열 학생 중 다른 전공을 함께 이수하는 학생은 대략 70%가 넘는다”라고 부연했다.

성균관대는 졸업에 필요한 전공 학점과 복수전공 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을 완화해 학생의 부담을 줄여줬다. 복수전공 신청자가 쏠릴 경우 성적이 높은 학생을 우선 배정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여러 전공을 이수한 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전언이다.

다전공을 필수로 규정한 대학도 있다. 경희대는 2026학년 신·편입생부터 복수전공(다전공), 부전공, 마이크로디그리 중 하나를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약 65개였던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이 100여 개 이상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는 학생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유사 과목 전공 학점을 중복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히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

MINI INTERVIEW

김남훈

김남훈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공익과 법’ 연계전공

Q 연계전공을 선택한 계기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꿈이 법조인이었어요. 그래서 글로벌리더학과를 지원하려 했으나, 대학 입학이 우선이라 철학과를 선택했죠. 이후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면서 법학 공부가 필요했는데,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글로벌리더학과는 다전공이 불가능했어요. 대신 ‘공익과 법’ 연계전공을 선택했어요. 돌이켜보면 최적의 결정이었죠.

Q ‘공익과 법’ 연계전공의 특징은?

철학과의 ‘기초논리학’, 경제학과의 ‘경제학원론’과 ‘미시경제’, 행정학과의 ‘행정법’, 글로벌리더학과의 ‘민법’을 포함해 관련 학과의 주요 과목을 연계해 배울 수 있어요.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과·로스쿨 소속 교수님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법학적성시험(LEET) 강좌를 제공해 로스쿨 입시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Q 진로 설계는 어떻게 했나?

한때 2학기 동안 경제학과 복수전공을 했었어요. 이후 법조인이라는 목표가 분명해지면서 경제학과 복수전공은 취소하고, ‘공익과 법’ 연계전공을 신청했습니다. 철학과 경제학을 두루두루 배워둔 덕에 연계전공 수업을 이수하기 용이했죠. 성균관대는 연계 전공 시 유사한 내용을 다루는 과목의 학점은 두 전공에서 모두 인정해줘 학점 부담을 덜었어요. 한결 손쉽게 다양한 전공과목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Q 연계전공을 고민하는 학생에게 조언한다면?

우선 중심을 잘 잡아야 해요. 연계전공은 선택지가 많아 갈피를 잡기 어려워요. 다양한 과목을 함께 배우다 보니 각 과목에 맞는 공부법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에서 뭘 하고 싶은지 미리 찾아보고 고민해두세요. 이후 대학 1~2학년 때 여러 수업을 수강하면서 연계전공을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 자연스레 보일 거예요.

취재 정은경 리포터 cyber282@naeil.com

도움말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서강대학교)·권영신 입학사정관실장(성균관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