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부실’ 휩싸인 김건희특검 수사
‘집사 게이트’ 김예성 1심 ‘무죄·공소기각’
‘이우환 그림’ 김상민 청탁금지법 위반 무죄
조만간 출범할 2차 특검도 부담 떠안을 듯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재판에 넘긴 사건들이 잇따라 무죄나 공소기각 판결을 받으면서 특검팀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역대 최대 인원으로 최장 기간 수사하고도 주요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전날 민중기 특검팀이 기소한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여러 혐의 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41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검사는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2023년 2월쯤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에게 전달하면서 2024년 4.10 총선 공천과 공직임명 등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사업가 김 모씨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와 보험금 등 명목으로 4200만원을 불법 기부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만 인정하고 김 여사에게 청탁과 함께 그림을 건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검사에게 1억4000만원의 현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었고, 거액이 인출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주된 근거였다.
재판부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이 사건 그림을 직접 구매했고, 그림을 김건희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 증명에 실패했다”고 했다. 김진우씨의 요청으로 미술품을 구매 대행했을 뿐이라는 김 전 검사의 주장을 뒤집을 정도로 특검의 혐의 입증이 촘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특검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한 ‘김건희 집사’ 김예성씨에게 일부 무죄, 일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와 공모해 자신의 차명법인인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자금 24억3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의 행위가 차명법인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해주는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로 볼 수 있어 횡령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이노베스트코리아 자금 9억여원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개인과 가족의 비리 혐의에 대해선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검찰의 기소가 형식적 소송조건을 결여한 경우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사건의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수사가 김건희씨와 연관성에서 비롯됐다고 보이지 않고, 의혹의 중요한 수사 대상인 투자금과도 무관하고 범행시기도 광범위하다”며 “단지 피고인이 동일하다거나 소유법인이 횡령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만으로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관련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별건 수사’를 했다고 본 것이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 중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국도 공사 과정에서 뒷돈을 받고 사업상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김 모 국토부 서기관에 대해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특검법상 수사대상인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의혹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수사 관련 증거를 없앤 혐의로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특검법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공소기각을 선고하기도 했다.
법원이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인정한 혐의 중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은 건 일부에 불과했다.
김 여사의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혐의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씨 여론조사 수수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고, 통일교측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 금품을 받은 혐의 중에서도 일부만 유죄가 선고됐을 뿐이다.
특검이 기소한 혐의가 그대로 인정된 건 통일교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사건, 재판 청탁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브로커 이 모씨 사건 정도다.
특검 수사에 대해 ‘과잉수사’ ‘부실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원의 공소기각 결정이 이어지면서 특검팀으로서는 공소유지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조만간 출범할 2차 종합특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특검팀은 김예성씨와 김 전 검사에 대한 1심 선고 후 입장문을 내고 “관련 법리 및 증거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