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전동차 납품 지연 다원시스 고소
5호선 200칸, 2년 넘도록 설계 미완
코레일도 고소 후 계약 해지 추진 중
서울교통공사가 전동차 납품 지연과 선금 유용 의혹을 이유로 철도차량 제작업체 다원시스와 박선순 대표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코레일도 같은 업체를 상대로 고소와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어 다원시스를 둘러싼 납품 지연 문제가 개별 계약을 넘어 공공 철도 발주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1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전날 5호선 새 전동차 구매 사업과 관련해 다원시스와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수원 영통경찰서에 고소했다. 공사는 “열차 납품 지연이 장기화됐고,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사는 노후 전동차 교체를 위해 2023년 다원시스와 5호선 전동차 200칸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비는 2200억원 규모다. 그러나 다원시스는 올해 2월 초도품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현재까지 단 한 칸도 납품하지 못했으며, 특히 기초 단계인 사전 설계도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계약상 납기 기한은 내년이다.
다원시스는 계약 과정에서 지급된 선금을 계약 목적과 다르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공사가 지급한 선금 가운데 407억원에 대한 세부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사는 다원시스가 타 사업 적자 보전 등 임의 용도로 선금을 유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선금 반환 청구와 보증보험 청구 등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교통공사와 다원시스가 2021년 체결한 5·8호선 전동차 298칸 계약도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사는 노후 전동차를 계속 운행하며 중정비 검사와 정밀 안전진단을 반복해야 했고, 유지보수 비용 약 104억원이 추가로 발생했다. 공사는 이 손해 비용을 다원시스에 통보했으며, 미납부 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 계약에서도 선금 588억원에 대한 증빙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문제는 코레일에서도 확인됐다. 코레일은 다원시스의 열차 납품 지연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일부 계약에 대해서는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ITX-마음 전동차 계약 물량 상당수가 아직 납품되지 않았다. 일부 계약은 사전 설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국회도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납품 지연에도 공공기관들이 계약금의 절반 이상을 선지급한 점을 두고 “정부가 사기당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선금 지급 관행 개선을 지시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반복된 납기 지연과 계약 관리 부실, 전관예우 의혹 등이 함께 제기됐다.
공사는 이번 고소를 계기로 발주 구조 전반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신조 전동차 제작 리스크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선금 검증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제작사의 재무 구조 평가 비중을 높이고 저가 수주를 막기 위한 평가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민사상 지체상금 부과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