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05

국정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입학 예정

2026-02-12 09:46:15 게재

환경 향한 집념, 한국을 기후 선진국으로 이끌 거예요

정민씨는 어릴 적에 링컨을 가장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약자의 권리를 지켜내는 인권 변호사를 꿈꿨고, 그 꿈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다. 한데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과학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중학교 3학년 때 지역 도서관에서 열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의 ‘기후위기와 지구환경 과학’ 강의를 우연히 들은 이후 호기심은 폭발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네 차례의 강의를 모두 들으며 지구 환경과 해양 생태계에 깊이 매료됐고, 관련 도서를 탐독하는 과정에서 ‘지구환경 과학자’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됐다. 고등학교 진학 후엔 여러 탐구 활동을 호기심으로 파고들었고, 인천 공동 교육과정 ‘꿈두레’와 ‘인천온라인학교’를 적극 활용해 원하는 과목을 들으면서 꿈을 향해 나아갔다. 이제는 인간과 지구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를 꿈꾸는 정민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구과학> 기반의 다양한 융합 탐구

‘지구환경 과학자’라는 꿈을 품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민씨는 지구과학 동아리를 찾았다. 한데 물리학·화학·생명과학 동아리만 있을 뿐, 지구과학 동아리는 없었다. 고민 끝에 차선책으로 교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융합 과학 동아리를 선택했다. 결과는 ‘오히려 좋아!’였다. 1학년 땐 물리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과 팀을 이뤄 ‘소재에 따른 친환경 랩(wrap) 제작 및 강도 분석’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폴리에틸렌 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직접 탐구해본 활동이었다.

“한천, 우뭇가사리, 셀룰로스 가루, 전분 가루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친환경 랩을 직접 제작하고, 각 랩이 버틸 수 있는 추의 무게를 측정하는 실험을 반복했어요. 구하기 힘든 재료를 찾아다녔고, 두께·재질에 따른 강도 차이를 비교·분석하며 상용화 가능성까지 고민했죠. 전분 가루로 얇게 제작한 랩이 약 1kg의 추 무게를 견디는 성과를 얻었을 땐, 팀원들과 함께 환호했어요.”

장기 프로젝트의 짜릿함을 경험한 정민씨는 2학년 땐 생명과학에 관심 있는 팀원과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한 막걸리 발효 실험’을 진행했다. 한데 시간은 부족했고, 의욕이 앞섰다. 성과를 빨리 내기 위해 겨울에 야외 텃밭이 아닌 냉동고를 이용했더니 농작물이 얼어서 죽어버렸다. 발효액을 농작물 잎에 분무하고 토양에도 흡수시킨 다음, 물만 준 대조군을 함께 두었다. 한데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생육 상태를 비교한 결과, 막걸리 발효액을 뿌린 개체보다 물만 준 대조군의 생장이 더 좋게 나타났다.

“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와서 당황스러웠어요. 실험의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실제 관찰 결과를 그대로 정리해 발표했어요. 이 과정에서 실험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가설을 검증하고 반례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점을 체감했어요. 농업·환경 분야의 실험은 단순한 변수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고, 온도·토양 상태·처리 농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공동 교육과정 적극 활용해 탐구 역량 UP

모교인 인천 연수여고는 지역 내 공동 교육과정 거점학교였다. 정민씨는 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 공동 교육과정 과목은 물론, 인천과학고 도림고 에서 운영하는 인천 ‘꿈두레’ 공동 교육과정 과목인 <실용통계> <지구과학실험> <스마트농업의 이해> <수치해석의 기초> <빅데이터분석> 등을 들었다.

인천온라인학교는 방과 후나 주말이 아닌 정규 수업 시간에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어서 적극 활용했다. 특히 〈스마트농업의 이해>는 ‘농작물 냉해 피해 예방’이라는 주제로 동아리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계기가 됐다.

“수강생이 5명이라서 밀도 있는 수업이 가능했고, 다양한 관심 주제를 찾아 심화 탐구할 수 있었어요. 그중 ‘네덜란드의 스마트 농업 사례 분석’이 가장 재밌었어요. 네덜란드의 스마트 팜은 센서를 활용해 온·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물과 영양액 공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안정적인 재배 환경을 유지해요. 여기에 지열 에너지를 활용하고 재생 에너지를 결합해 친환경 농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죠. 농업이 첨단 기술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우리나라에도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기후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 정보 시스템이 궁금해졌어요.”

호기심을 확장해 3학년 땐 정확한 수학적 해를 구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의 근사해를 구하는〈수치해석의 기초〉를 인천과학고에서 수강하고,〈빅데이터분석〉을 선택해 심화 학습을 이어갔다. <빅데이터분석>에서는 기후 변수와 인문 요인이 우리나라의 산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 산불 데이터를 활용한 산불 등급 분류 모델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경제·문화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환경·기후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도 에너지 구조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기후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죠. 정확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잡한 현실을 조율하며, 우리나라를 기후 정책 선진국으로 만들고 싶어요.”

성적 흔들렸지만 배움에 후회 없어

막연했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깊이 파고들수록 확장됐다.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니 목표도 점차 구체화됐다. 한데 고3까지 학급 임원을 맡고, 듣고 싶은 과목을 모두 듣다 보니 안정적이었던 내신이 흔들렸다. 아직도 3학년 내신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고등학교 생활에 후회는 없다고.

수시 원서 여섯 장 가운데 꼭 가고 싶은 전공에 맞춰 네 장을 선택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일반전형,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과전형,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과전형·논술전형에 지원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를 일찌감치 염두에 뒀기에 모집 요강에서 면접 부분을 꼼꼼히 살폈다. 물리학·화학·지구과학(택 1)과 관련된 제시문 면접을 실시하기에 지구과학 제시문을 선택했다.

“최선을 다해 면접을 준비했지만, 정확한 답을 도출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어요. 아쉬움이 가득했는데 ‘풀이 과정을 정성적으로 설명해달라’라는 추가 질문을 받았어요. 이거다 싶었죠. <지구과학Ⅱ>에서 공부한 기압 경도력·전향력·구심력의 관계를 차분히 설명하고, 해당 개념을 바탕으로 사고 과정을 논리적으로 제시했어요. 내신에 대한 압박 없이 깊이 있게 공부했던 진로선택 과목이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죠. 교과 전형을 염두에 뒀기에, 내신 성적이 흔들렸을 땐 심화 탐구에 푹 빠졌던 시간을 잠시 후회하기도 했어요. 한데 공동 교육과정을 공부하며 진짜 하고 싶은 목표를 찾았어요. 그 과정을 진정성 있게 보여줬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