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식료품 위장 신종마약 확산

2026-02-12 13:00:06 게재

경찰, 8개 기관 협의체 가동 … 밀반입부터 온라인 유통까지 전방위 대응

신종 마약이 액상형 전자담배와 식료품 등 일상 물품으로 위장해 국내로 유입되는 사례가 늘면서 경찰이 범정부 차원의 특별대책을 추진한다. 밀반입 차단부터 온라인 유통 단속, 예방·홍보, 국제공조까지 전 과정을 묶은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TCIC)는 신종마약 에토미데이트를 국내에 대량 밀반입하려 한 싱가포르인 국제마약조직 총책 등 일당 4명을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NCID)와 공조로 현지에서 검거했다. 국정원과 현지 수사당국은 검거 과정에서 합성마약 카트리지 4958개(9.42L)와 전자담배 포장용 종이박스 3000여개를 압수했다. 사진은 압수한 합성마약 카트리지. 사진 국정원 제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1일 해외 유통망을 통한 신종 마약의 국내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고, 지능화·국제화되는 초국가 마약범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신종 마약류 확산 방지 특별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수법은 전자담배를 이용한 위장 유통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액상 원액이나 혼합 카트리지에 마약 성분을 섞어 들여온 뒤, 일반 전자담배 제품처럼 판매하는 방식이다. 외형상 일반 제품과 구별이 어려워 단속망을 피해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전자담배에서 마약류가 검출된 건수는 2022년 26종 941회에서 2025년 9월 기준 33종 1206회로 증가했다. 단순 적발 건수뿐 아니라 검출되는 성분의 종류도 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전자담배가 청소년과 청년층에 익숙한 제품인 만큼 위장 수법이 확산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료품 등 다른 소비재로 위장한 사례도 확인됐다.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면 일반 상품처럼 배송되지만, 내부에 마약 성분이 은닉돼 있는 구조다. 비대면 거래와 택배 배송이 결합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접촉이 거의 없어 추적이 쉽지 않다.

신종 마약류 범죄는 온라인 유통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비대면 배송 방식으로 확산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 같은 유통 구조는 특히 젊은 층 확산과 맞물려 있다.

신종 마약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향정신성의약품 검거 인원은 2024년 1만326명(76.4%)에서 2025년 1만896명(81.6%)으로 증가했다. 압수량도 같은 기간 381㎏에서 448㎏으로 늘었다.

온라인 유통을 통한 확산도 뚜렷하다. 온라인 마약사범 검거 인원은 2020년 2608명(21.4%)에서 2025년 5341명(39.9%)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10~30대 마약사범 검거 인원도 2020년 6255명(51.2%)에서 2025년 8492명(63.5%)으로 증가했다. 경찰은 온라인 거래 구조와 전자담배 등 일상 제품을 이용한 위장 수법이 젊은 층 확산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내부 관련 부서와 관계기관 8곳이 참여하는 ‘신종마약 대응 협의체’를 구축·운영한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대변인실·청소년보호과·국제협력과와 대검찰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관세청·해양경찰청·서울시·국과수·금융정보분석원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예방·홍보, 사전 차단, 밀수·유통 단속, 치료·재활, 국제공조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대응한다. 신종 마약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밀반입되는 점을 고려해 관세청과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국경 단계에서 확보한 밀수 정보를 국내 유통 수사와 연계하고, 밀수·유통 정보를 공동 분석해 합동 단속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해양 밀수 취약 경로에 대한 첩보 수집과 단속도 확대한다.

온라인 마약 유통시장에서는 전자담배·식료품 등 위장 상품을 포함한 신종 마약 관련 불법 광고·판매 채널을 집중 모니터링해 삭제·차단을 추진한다. 대학가 청년층·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과 홍보도 강화한다.

법망을 피해 유입되는 신종 물질은 국과수의 신속 분석을 토대로 임시 마약류로 지정해 제도 공백을 최소화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의심 거래 분석을 활용해 범죄 자금을 추적하고, 상선 검거와 범죄수익 환수도 병행할 방침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신종 마약류는 해외에서 시작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며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라며 “특히 전자담배 등 일상 제품을 이용한 위장 수법에 대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에게는 한 번의 호기심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수사·단속과 예방·홍보를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