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세금’ 아닌 ‘시장’ 일자리가 진짜다

2026-02-12 13:00:12 게재

이재명정부가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정부조직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특별사법경찰관 지위를 가진 고용노동부의 노동감독관을 2년 동안 2000명 늘리기로 한 것이 신호탄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노동자 인권 및 안전 보호 행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지만 노동부의 감독관 총인원이 현재 30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꽤 큰 증원이다. 2028년까지는 총 1만명까지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167명 증원계획을 확정했다. 공정위는 현재 인원이 약 700명인데, 4분의 1 가까이를 늘리는 것이다. 국세청도 정원을 303명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세금체납자들을 관리하는 체납관리단 인력도 대폭 확충할 방침이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세청장이 4000명 증원계획을 보고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1만~2만 명 증원까지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청년 일자리 위해 공공부문 채용 늘리기는 임시방편에 불과

공무원만 늘리는 게 아니다. 공기업 등 공공기관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을 지난해보다 4000명 늘려 2만8000명 채용하기로 했고, 청년 인턴도 3000명 늘려 2만4000명을 뽑기로 했다. 정부가 이렇게 각 부처 및 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늘리는 데는 ‘적극 행정’ 구현을 위한 필요인력 추가 확보와 함께 최근 비상이 걸린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측면도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열린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신입직원 채용 확대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의 ‘마중물’ 차원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럴 만큼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청년(15~29세)세대의 고용률은 45%로 전년보다 1.1% 포인트 하락했다. 60대 이상을 비롯한 전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높아졌는데, 청년층만 유일하게 낮아졌다.

청년들만 유독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고용시장 상황을 종합해서 보면 청년들이 취업할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금형, 용접, 주조 등 뿌리산업을 비롯한 상당수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요즘은 선박건조 등 대기업 형 사업장에서도 내국인 청년들이 취업을 외면하는 바람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취업 눈높이’가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전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하며 ‘학력 인플레’가 오랫동안 진행돼 온 결과 상당수 청년들에게 웬만한 직장은 ‘성에 차지 않는’ 상황이 됐다. 작년 말 현재 구직 활동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이 71만700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배경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그에 맞춘 해법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최대한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끔 시장 환경을 재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나가는 성장경로가 제대로 작동하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외면할 리 없다. 우리나라가 고도성장 가도를 달렸던 1960~90년대에는 실제로 그랬다. 보잘것없어 보이던 기업에 들어가 회사와 함께 고속 성장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들이 즐비했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고집해 왔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정책지원을 줄이고 규제는 대폭 늘리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기업 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10~49명인 소기업이 5년 뒤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은 2018~2023년 기준 0.0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6년 전인 1992~1997년의 비율(0.05%)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반대로 5년 뒤 여전히 영세 규모에 머무른 비율은 2018~2023년 기준 62.4%로 1992~1997년(42.65%)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기업들이 성장을 도모하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청년 일자리 근본적 해결하려면 정부와 정치권 인식 대전환 부터

이런 현실을 방치한 채 ‘민간 일자리 부족을 보완할 마중물’로 공공부문 채용을 늘리는 것은 임시방편일뿐더러, 막대한 혈세까지 동원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공무원 1명을 채용하면 약 40년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데, ‘연간 인건비를 1억원으로 가정하면 1인당 40억원, 2000명이면 약 8조원에 달하는 인사 투자’라는 분석도 있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 대전환이 시급하다. 이학영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