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미국의 최대 ‘압박’과 이란의 최대 ‘압박 되치기’

2026-04-03 13:00:03 게재

어제(2일) 긴급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압도적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기대와 달리 종전이나 휴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향후 2~3주간 가공할 만한 공습을 통해 전쟁의 목표를 완전히 이루겠노라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2월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이 한달을 넘기면서 국제사회는 묘한 역설을 목도하고 있다. 압도적 무력으로 이란을 타격하고 있음에도 미국은 아직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듯 보인다. 무슨 연유일까?

8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정부가 맺었던 이란핵합의 (JCPoA)를 파기했다. 제재를 즉시 복원하고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에 나섰다. 경제를 흔들어 국민들의 불만이 체제 핵심을 향하게 하는 의중이었다.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노림수였다. 제재는 전쟁을 회피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강압외교의 수단이다. 핵심은 적국 내부의 교란이다.

트럼프의 최대 압박은 통했다. 한번 풀렸던 경제를 다시 막으니 이란은 체감상 훨씬 힘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내세우며 제3국의 이란 협력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란 경제는 추락했고 국민들은 동요했다. 동요를 차단하기 위해 종교 규범을 동원, 사회를 더 옥죄기 시작했다. 정치범 검속은 강화되었고, 학자들의 발언도 통제되었다. 여성들의 복장도 더 강하게 단속했다. 2022년 쿠르드족 22세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가 의문사한 사건은 그 여파였다. 이로 인해 큰 시위가 이어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죽었다.

작년 말부터 올 1월까지 또 많은 이들이 거리에서 죽었다. 이번엔 경제난에 정권의 무능과 부패가 겹쳐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 사람들은 최고지도자를 겨냥했다.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체제의 지배연합은 견고했지만 전통적 지지세력인 바자르 상인들과 빈곤층까지 시위대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곧 임계점에 이르겠구나 싶었다. 여기까지는 트럼프의 최대 압박이 먹혀드는 국면이었다.

미국·이스라엘 예상 빗나간 전황

그리고 올 2월 말, 전쟁이 시작되었다. 개전 첫날 압도적 무력으로 이란 전역을 공습하고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간부들을 일거에 제거했다. 곧 베네수엘라처럼 무너지거나, 아니면 시민 봉기가 재현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이스라엘의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이란판 최대 압박국면에 조우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동맹국의 약한 고리를 잡아채고 쥐고 흔들어 양보를 받아내는 최대 압박 전략을 시전중이다. 걸프 왕정 타격이고, 호르무즈 봉쇄다. 선박의 선별 통과와 통행료 부과까지 시행하면서 미국과 동맹국, 국제사회의 교란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란의 최대 압박전략은 통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최대 압박과 달리 이란은 현저한 무력 열세에서 결국 비대칭적으로 버티면서 하고 있는 형태다. 즉 자기 소진을 감수하고 벌이는 싸움이다. 종교적 서사까지 덧대어지는 분위기다. 체제를 비판하고 혐오하는 다수의 이란 국민들도 지금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이란이 시도하는 최대 압박은 미국과 동맹국 진영에 다층적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 첫째,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의 미세한 균열이다.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개전과정의 난맥상을 조심스럽게 흘리고 있다. 대테러센터장의 사임과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이자 인공지능(AI) 책임자의 반론 역시 눈에 띈다.

둘째, 미국 내 여론이 흔들리는 중이다.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경제지표 특히 물가문제는 뇌관이 되고 있다. 전쟁 관련 여론 악화와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급기야 대통령에 저항하는 이른바 ‘노킹스 시위’에 900만명 가까운 시민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셋째, 미국 내 반이스라엘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유대주의가 유례없이 득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마가진영에서도 반유대주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넷째, 미국의 동맹전략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나토 비판은 미국의 대서양 동맹 균열을 이미 보여주고 있고, 걸프 왕정 역시 미국에 대한 안보불신 정서가 축적되고 있을 것이다.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들도 이 전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으면서 위기를 맞고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한결같이 힘들어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경쟁하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고 있다.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아이러니다. 미국의 이란 최대압박은 거의 임계점까지 가고 있었는데, 이번 전쟁은 이란 체제의 수명을 연장시킴과 동시에 이란의 버티기에 미국은 입체적으로 되치기 당하는 모양새다.

이란이 고립 감수하며 저항하는 이유

이 시점에서 이란이 자기 소진 그리고 미래의 고립을 감수하면서까지 ‘최대 압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란은 이번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피를 흘리지 않으면 계속 비슷한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 믿는다. 차제에 한번은 배수의 진을 치고 저항하겠다는 의지다. 이 점이 무섭다.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 핵심 인사들이 숱하게 제거되었음에도 일관된 반격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이란체제는 밖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다르게 내부적인 ‘저항의 독트린’이 구현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2018년 트럼프의 핵합의 일방 파기는 이란으로서는 억울했다. 이란은 핵합의를 위반 없이 준수하고 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다. 이란은 분노했다. 작년 6월의 12일 전쟁 때는 미-이란 핵협상이 4차례 진행되던 중이었음에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는 바람에 미국도 참전했다. 이번에도 미-이란 핵협상이 3차까지 진행중이었다. 중재역 오만 외교장관은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은 자기들이 맺은 합의를 먼저 깼고, 협상 진행 중 두번이나 무력으로 협상 당사국 이란을 공격했다. 이후 이란은 미국의 모든 협상 논의를 기만전술로 본다. 시간을 벌어 다시 공격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란은 협상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모양이다. 초토화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적국을 물어뜯어야 억제의 기제가 작동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올 초 국민들의 반체제 저항이 만만찮았지만 외세, 특히 시오니스트가 이란을 공격하는 바람에 적어도 체제 내부 봉기 가능성은 유예시킨 셈이다.

곧 ‘미사일 산수’의 국면, 즉 이란의 공격 미사일 자산과 미국·이스라엘의 요격용 자산 셈법이 끝나는 시점이 다가온다. 요격 자산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요격 미사일 제원을 한단계 낮추어 막다보니 낙탄이 자주 발생하고 피해자가 늘고 있다.

양측의 미사일 소진으로 공중전 지속 요건이 해소되면 다음 국면은 일단 휴전이나 현상태의 저강도분쟁 장기화, 또는 지상전이 될 텐데 현재까지 이란은 최악의 국면 즉 ‘지상전’도 두렵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공중전에서는 방공망 열세로 벌거벗은 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지만 지상전은 질 때 지더라도 공습과는 달리 해볼만하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란이 지상전을 해본 경험은 40년 전이 마지막이다. 미국은 상시적 전쟁국가이고 화력차이는 비교불가다. 어쩌면 이란의 지상전력이 생각보다 무기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리적 배경만 놓고 보면, 이란 자그로스 산맥과 알보르즈 산맥은 천혜의 방어막이고 내부의 사막은 척박하다. 이란은 이런 지형을 활용하며 싸울 태세를 하고 있을 터다.

이란 내부로 미군 지상군을 전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란-이라크 8년전쟁 때 고심 끝에 택한 분산방어 전략을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시전할 경우 미군은 이라크에서보다 훨씬 힘든 싸움을 해야 한다. 이란 이라크 전쟁 때 사담의 군대도 후제스탄 서부와 중북부 접경일부까지는 진격할 수 있었지만 자그로스 산맥에 막혔다. 내륙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8년간 자그로스 사면에서 공방전을 주고받다가 전쟁이 끝났다.

빨리 ‘승리 선언’하고 빠지는 게 상책

저강도 분쟁으로 장기화되어도 국제경제는 크게 위험에 빠지고, 지상전으로 가도 걷잡을 수 없다. 지금은 빨리 서로 승리 선언할 수 있는 산식을 만들어내는 게 최선이다. 미국이 제시한 15개 조건과 5개 이란의 역조건을 나란히 놓고 소거해가며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어떻든 미국은 하메네이를 제거했으니 실질적 정권교체라 선언하고, 군사능력도 궤멸에 가깝게 무력화되었다고 선언하고, 헤즈볼라나 하마스도 약화되었음을 내세우면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게 맞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 전략지역 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