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확산 노동보호

플랫폼, 해고도 자동…알고리즘 관리 사업주 책임강화

2026-04-03 13:00:01 게재

ILO, 1억5천만명 플랫폼 노동자 보호 위해 국제기준 마련 … EU, 노동 실질적 통제하면 노사관계 성립

플랫폼 노동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등장한 알고리즘(앱) 기반 관리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 흐름을 분석한다. 특히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제 기준 마련 논의와 유럽연합(EU)의 플랫폼 노동 지침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을 단순한 기술 중개자가 아닌 노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통제하는 고용주로 보고 책임을 부과하려는 제도적 변화에 주목한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수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알고리즘에 의한 평가와 계정 정지 등 사실상의 해고 문제는 노동권 보장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기술 발전의 효율성 이면에 존재하는 권력과 통제의 문제를 드러내며,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짚어본다. 특히 노동자 보호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향후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독일 식품·요식업노동조합(NGG)은 2025년 8월 5일 도르트문트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리페란도(Lieferando)’를 상대로 경고 파업을 했다. 이번 파업 배경에는 리페란도의 모회사인 ‘저스트 잇 테이크어웨이(Just Eat Takeaway)’가 약 9000명의 노동자를 위한 단체협약 체결에 앞서 NGG와 협상을 거부한 것이다. 파업은 연말까지 약 2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감축하려는 회사의 계획에 대해 반대했다. 출처: www.nordstadtblogger.de

전세계적으로 배달, 운송,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 등 플랫폼 노동은 더 이상 비주류 고용형태가 아니다. ILO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플랫폼 경제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약 1억5000만명에 이르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2024년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노동자는 2021년 약 66만명에서 2023년 88만명으로 증가했다. 부업이나 간헐적 참여까지 포함하면 150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법·제도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법 보호에서 제외되는 가운데 실제 노동과정에서는 플랫폼이 일감 배분과 평가, 수입을 결정하는 통제력을 행사한다. 이에 ILO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제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2026년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통해 법적 보호 체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관리자 역할. 계정정지로 노동자 해고까지 = 플랫폼 기업의 확대는 노동에 대한 새로운 통제를 동반한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관리자와 감독자가 업무를 배분하고 성과를 평가했지만 플랫폼 기업에서는 이 역할을 알고리즘(앱)이 수행한다.

배달 플랫폼을 사례로 보면, 라이더는 앱에 접속하는 순간 업무 시스템에 편입되고 일감은 실시간으로 자동 배정된다.

주문 제안을 수락할지 여부는 라이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거절하면 이후 배정이 줄어들 수 있다. 업무 선택과 수행 결과가 데이터로 축적돼 이후 배정에 반영되기 때문에 노동자의 행동은 앱이 선호하는 방식에 따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평가 시스템 역시 강력한 통제 수단이다. 별점, 속도, 서비스 태도 등이 점수화돼 향후 배정과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교통 상황이나 날씨와 같은 외부 요인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편 낮은 평점은 누적돼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수입 또한 앱에 의해 결정된다. 거리와 시간, 수요에 따라 보수가 변동되지만 그 기준은 공개되지 않는다. 동일한 거리라도 시점에 따라 보수가 달라질 수 있으며 노동자는 이를 예측하기 어렵다. 주문이 몰릴 때는 추가 요금이 붙고 반대의 경우에는 수입이 줄어든다. 이처럼 수입은 고정 임금이 아니라 변동 임금이 돼 생활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중요한 것은 라이더의 퇴출 과정이다. 일정 기준 이하의 평점이나 정책 위반이 누적되면 계정이 정지되는데 이는 사실상의 해고와 같다. “계정 이용이 제한됐다”는 통보와 함께 수입원이 차단되지만 구체적 사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플랫폼을 ‘고용주’로 보는 유럽 = 독일과 유럽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빈번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면서 앱 통제에 대응하는 제도적 규제가 강화되며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플랫폼을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노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통제하는 주체로 보고 책임을 부과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입법 사례가 2024년 유럽연합의 플랫폼 노동지침이다. 이 지침은 플랫폼이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경우 고용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다. 업무 수행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보수 수준을 사실상 결정하고 평가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경우 플랫폼의 통제를 받는 사람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추정된다. 기업이 그를 독립적인 ‘개인 사업자’라고 주장할 경우 이를 입증할 책임은 플랫폼 기업에 있다.

또한 앱 운영에 대한 투명성 의무가 강화돼 플랫폼 기업은 일감 배정 기준, 평점 반영 방식, 계정 정지 사유 등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노동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앱의 자동적 결정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인간에 의한 재검토를 요구할 권리가 보장된다.

계약 관계에서도 제한이 가해진다.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약 해지와 변경을 사전에 통지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제시할 것이 요구된다. 이는 계정 정지와 같은 사실상의 해고에도 절차적 통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사회적 보호와 관련해 플랫폼의 책임도 확대된다. 고용관계가 추정되면 최저임금, 노동시간 규제, 산재·고용보험 등 기존 노동법 적용이 가능해지며 플랫폼은 이에 따른 비용과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우리는 기술 기업일 뿐”이라는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노동을 조직·통제하는 주체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과 사회적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앱 사업자 효율만 아니라 책임 강화 = 물론 유럽식 모델이 완전한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앱의 작동 원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에는 기업의 영업 비밀 문제가 따른다. 규제의 속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이 아니라 사회적·제도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앱이 노동을 관리하는 시대, 기술의 효율성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동 방식에 대한 통제와 책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