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인공지능을 길들이는 하네스 엔지니어링
최근 앤트로픽(Anthropic)은 개발자의 터미널 환경에 직접 상주하며 자율적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야심 찬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혁신적인 도구가 베일을 벗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I 업계를 강타한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3월 말 클로드 코드의 소스 코드가 npm 레지스트리의 .map 파일을 통해 인터넷에 통째로 노출된 것이다.
그것은 거대언어모델의 가중치나 새로운 아키텍처 논문 유출이 아니었다. 한번의 사소한 패키징 실수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코드 유출이었다. 57MB, 50만 줄에 달하는 이 코드는 경쟁사들에게 앤트로픽의 내부 시스템을 헌납한 셈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유출된 것은 AI의 ‘뇌(Brain)’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델이 현실의 코드를 읽고, 터미널을 제어하며 오류를 수정하게 만드는 정교한 시스템, 즉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의 설계도였다.
2024년이 AI에게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시대였고, 2025년이 어떤 정보를 쥐여줄 것인가를 다루는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시대다. 하네스(Harness)란 본래 말에 씌우는 마구나 작업자의 안전벨트를 뜻하는데 AI 맥락에서는 에이전트가 현실의 디지털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돕는 도구와 제약, 피드백 루프를 포괄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AI 성능의 열쇠는 하네스 설계에 달려
똑똑한 언어모델 하나를 터미널에 덩그러니 던져둔다고 해서 알아서 프로그램을 완성하지는 못한다. 파일 시스템 접근 권한을 주고, 셸 명령어를 실행할 손발을 달아주며, 치명적인 명령어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경계를 긋는 환경 구축이 바로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다.
이번에 유출된 클로드 코드는 최고 수준의 하네스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내부에는 권한을 조용히 제어하는 자동승인모드(Auto Mode)부터, 백그라운에서 작업 맥락을 유지하는 기능, 명령어 실행의 결과를 파싱하고 오류를 복구하는 정교한 로직들이 담겨 있었다. 특히 에이전트가 예상치 못한 무한 루프에 갇히거나 시스템 파일을 건드리는 등 엇나가는 행동을 할 때 이를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교정하는 안전망이 코드 곳곳에 촘촘히 짜여 있었다.
흥미롭게도 시스템 내부 문자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상 펫(Pet) 시스템을 헥스(Hex) 코드로 우회해 놓은 개발자들의 현실적인 꼼수마저 드러났다. 에이전트의 자율성은 모델의 지능에서 마법처럼 창발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사용할 도구를 원자 단위로 쪼개 제공하고 검증 루프를 강제하는 ‘환경의 통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또 다른 핵심은 ‘상태(State)는 휘발성인 컨텍스트 창이 아니라 디스크(Disk)에 존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클로드 코드를 비롯한 뛰어난 하네스들은 에이전트에게 거대한 매뉴얼이나 과거의 모든 대화 기록을 한번에 욱여넣지 않는다. 대신 프로젝트 디렉토리에 마크다운 파일을 두고, 에이전트가 하나의 작업을 마칠 때마다 자신의 발견과 상태를 파일로 기록하게 만든다. 대화 세션이 길어져 충돌하거나 초기화되더라도 디스크에 기록된 상태를 읽고 즉시 이전의 작업 맥락을 복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것이 에이전트가 무너지지 않고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만드는 뼈대다.
인간의 역할은 교육자이자 시스템 설계자
클로드 코드 유출 사건은 AI를 다루는 패러다임이 모델 자체의 크기에서 그것을 감싸는 시스템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깎아 지능을 쥐어짜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그 지능이 활동할 무대를 얼마나 견고하게 세팅하느냐가 진정한 경쟁력이 되었다.
지금의 거대언어모델은 비유하자면 지능은 뛰어나지만 몹시 산만한 학생과 같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은 이 학생이 엉뚱한 곳으로 튀지 않도록 책상에 앉히고, 작업의 순서를 알려주며, 끝내 완성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종의 ‘사회화’이자 ‘교육’과정이다.
결국 인간의 역할은 코드를 직접 짜는 노동자에서 방향없는 지능에 규율을 부여해 현실의 쓸모있는 결과물로 빚어내는 교육자이자 시스템 설계자로 진화하고 있다.
위스콘신대 교수, 수학과
데이터과학기초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