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 시대, 대안을 찾는 기업들

2026-04-03 13:00:01 게재

중동전쟁으로 드러난 에너지 공급망 취약성 …‘에너지 서버’·원전·태양광 등 각광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력망의 구조적 한계를 노출했다면 이번 이란전쟁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 전체 전력의 1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중동에선 호르무즈 해협 통과 차질로 세계 원유 30%, LNG 20%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력망 병목과 원유·LNG 공급. 위기의 모양은 다르지만 시장의 결론은 하나다. 필요한 곳에서 즉시 전기를 만들 수 있고, 외부 충격에 덜 흔들리는 대체에너지 체계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의 수혜 후보로 블룸에너지, 퍼스트 솔라, 센트러스 에너지가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블룸에너지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반 전력 설비 전경. 블룸에너지는 데이터센터와 공장 등 전력 다소비 시설 인근에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분산전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 블룸에너지 홈페이지

블룸에너지 ‘전력은 필요한 현장에서'

블룸에너지(티커 BE)의 주장은 단순하지만 도발적이다. 전기는 더 이상 먼 발전소에서 수백km 송전망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수요지 바로 옆에서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의 한계가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드러나는 지금, 이 ‘분산전원’이라는 대체 에너지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에너지가 내세우는 해법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반의 ‘에너지 서버’다. 천연가스·바이오가스·수소를 연료로 삼아 연소가 아닌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만든다. 이 방식은 기존 화석연료 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고 태양광·풍력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된다. 대규모 송전망을 거치지 않아 전력망 혼잡이나 정전 위험이 큰 지역에서도 데이터센터·공장·병원 같은 전력 다소비 시설 옆에 바로 설치할 수 있다.

블룸에너지가 말하는 경쟁력은 결국 안정성 효율성 현장성이다. 이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시장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확장이 미국 전력망을 압박하자 전력업계와 규제당국은 피크 시간대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전원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사들로선 자체 전력 확보가 점점 중요해진다.

PJM 등 미국 전력망 운영기관들도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급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 미국 전체 전력의 17%까지 늘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수주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대형 전력회사 AEP는 올해 초 추가 옵션을 행사해 블룸에너지와의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총 1GW 규모로 확대했다. 오라클 클라우드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장에도 블룸에너지 시스템이 공급된다. 재무 성과도 뒤따랐다. 2025년 연간 매출은 20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회사가 제시한 2026년 매출은 31억~33억달러다. 단순한 친환경 기술 기업이 아니라 AI 시대 전력 인프라 공급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볼 대목도 있다. 블룸에너지의 실질적 수익 기반은 여전히 천연가스다. 수소 활용 가능성을 앞세우지만 현재 사업의 무게 중심은 가스 기반 분산전원에 가깝다.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의 해법도 블룸에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 소형모듈원전, 가스발전 출력 효율화, 대규모 송전 투자 등 다양한 대안이 경쟁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위험은 고평가 논란이다. 2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시가총액 380억달러, 지난해 매출에 단순 대입하면 주가매출비율(PSR)은 약 9.8배다. 시장이 이미 기대를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주가는 대형수주가 실제 매출과 이익, 현금흐름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퍼스트 솔라, 미국 태양광 정책 최대 수혜

퍼스트 솔라(SLR)는 미국 산업정책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로이터는 최근 이란전쟁 장기화가 에너지 안보불안을 키우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 태양광 시장은 2025년 신규 설치 43.2GWdc를 기록해 신규 전력 설비의 54%를 차지했고, 2026년 전체 설치 전망도 43.5GWdc로 제시된다. 퍼스트 솔라의 해외 매출은 전체의 약 4.3% 수준에 그쳐 매출 구조는 사실상 미국 중심이다.

오하이오와 앨라배마 공장에서 미국산 패널을 직접 생산하며 경쟁사 대부분이 쓰는 실리콘 방식이 아닌 카드뮴텔루라이드 박막 기술로 중국산 저가 품질과 차별화했다.

가장 주목할 기회 요인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45X 첨단제조 세액공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저가 공세를 견제하는 동시에 자국 내 생산 기업에 세제혜택까지 부여해 투자자들의 관심도 당연히 퍼스트 솔라로 쏠리고 있다.

미국 내 태양광 모듈 생산량에 비례해 지급되는 이 공제는 2026년 기준 21억~21억9000만달러 수령이 예상된다. 이는 같은 해 매출 전망치 49억~52억달러의 약 40% 규모다. 이 제도는 미국산 패널을 더 많이 생산할수록 혜택이 쌓이는 구조로 2032년까지 유지된다. 다만 정부 정책과 관세 변경은 위험 요인으로 상존한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전력수요가 늘면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산 모듈 생산 기반을 갖춘 퍼스트 솔라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회사는 미국 내 연간 14GW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주가조정의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2026년 가이던스 충격으로, 매출 전망이 시장 예상보다 약 10억달러 낮게 제시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다른 하나는 해외 공장의 수익성 악화다.

또한 전체 생산능력 약 25GW 중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공장이 약 8GW를 차지하는데, 2025년 실적에 창고 보관 비용 약 1억3070만달러와 해외 모듈의 대미 수입관세 약 9440만달러가 반영됐다. 유럽의 중국산 저가 공세, 인도 시장 장벽, 동남아 공급과잉이 겹친 결과다.

그럼에도 월가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이다. 47명의 애널리스트 중 매수 의견이 30건으로 압도적이며, 중간값 목표주가는 277달러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정을 단기 노이즈로 보고, 미국 제조 기반과 45X 세액공제라는 구조적 강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12개월 매출 52억2000만달러, 2일자 시가총액 212억달러를 기준으로 PSR 약 4.1배 수준이다.

중동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석유를 대체할 청정에너지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고 그 수혜의 중심에 퍼스트 솔라가 있다는 점에서 긴 호흡의 투자자라면 지금의 조정 구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센트러스, 미 우라늄 농축의 ‘유일한 열쇠’

센트러스 에너지는 우라늄 공급망에서 남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채굴부터 시작되는 우라늄 처리 과정에서 센트러스가 맡는 구간은 ‘농축’, 즉 원광을 실제 원전 연료로 가공하는 후공정이다. 단순한 원자재 업체가 아니라 연료로서의 우라늄을 완성하는 핵심기술을 쥔 기업이다.

이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희소성이다. 센트러스는 미국 유일의 우라늄 농축 상장사이며, 차세대 원전 연료인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HALEU)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으며 우라늄을 최대 19.75%까지 농축할 수 있는 허가를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본격화, 그리고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의존 탈피라는 미국의 정책 전환이 동시에 맞물릴수록 미국내 유일 공급자인 센트러스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러시아산 수입이 제한될 경우 센트러스는 민간 기업을 넘어 미국 에너지 안보의 전략 자산으로 부상할 수 있다.

실적은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연간 매출 4억4870만달러, 순이익 7780만달러를 기록했고, 수주잔고는 38억달러에 달한다. 수년치 매출이 이미 예약된 구조다. 다만 원전 고객들이 상반기에 구매를 집중하는 업계 특징을 보인다.

주가는 부담스런 지점이다. 2일 종가기준 시가총액 약 36억달러, PSR 8배 안팎은 전통적인 원전연료 기업 기준으로 보면 낮지 않은 평가다. 52주 최고가(464달러) 대비 현 주가(183달러)는 약 60% 낮아 고점 과열은 일부 해소됐지만, 시장은 여전히 실적보다 미래전략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미 에너지부의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 배정이 이미 시작됐고 센트러스도 생산 실적을 쌓은 만큼 소형모듈원전(SMR) 확대와 HALEU 시장 형성 기대는 점차 현실성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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