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자전거출근…지자체 에너지 비상
공공부문 운영 방식부터 전환
가로등 끄고 요금인상 억제도
중동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지방정부들도 선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로등을 끄고 경관조명 밝기를 낮추는 등 에너지 허리띠를 졸라매는가 하면, 근무시간 단축을 넘어 재택근무까지 확대하는 등 근무형태도 손을 대고 있다. 공공부문의 선제적 조치에 이어 시민참여형 정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정부들은 에너지 절감과 비용 억제를 중심으로 한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단순한 물가 대응을 넘어 에너지 자체를 정책 축으로 삼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번 기회에 체질개선에도 나서겠다는 태도다.
◆공공부문부터 ‘절감형 운영’ 전환 = 서울시는 재택근무 확대와 회의·보고 축소, 전자결재 활성화 등을 통해 청사 운영 에너지 사용 절감에 나섰다. 부서별 여건에 따라 전원 출근일을 주 1~2일로 제한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메모보고와 영상보고 등 비대면 보고체계도 확대해 불필요한 이동과 대면 업무를 줄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참여혁신국을 대상으로 재택근무 중심 근무체계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보고시간을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보고 슬림화’와 전자결재 확대, 업무 집중시간 운영 등을 통해 조직 운영 자체를 에너지 절감형 구조로 전환하는 실험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교통·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에너지 절감 대책을 추진 중이다. 또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캠페인과 승용차 요일제 홍보를 병행해 시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대구시는 특히 ‘에너지절감 확산팀’을 중심으로 공공부문 에너지 절약 실천 여부를 격주 단위로 점검하고 시민 참여형 절약 운동을 함께 전개하는 방식으로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전국 대부분 지방정부들이 공공기관과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시행하고 도심 공영주차장 일부에도 요일제를 적용해 차량 운행을 줄이고 있다.
◆생활 속 ‘절약 실천’ 정책 확산 = 지방정부 대응은 생활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대중교통 요금 인상 추진에 제동을 걸고 물가·에너지 부담 완화에 정책 초점을 맞췄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바로 시민 요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판단이다.
경기 안양시는 ‘스마트 자전거·개인형 이동장치 종합대책’을 추진해 자동차 중심 이동체계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의 수거 효율을 높이고 거점 주차공간을 시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공무원들에게 단거리 이동 시 자동차 대신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 이용을 권고하며 공공부문이 먼저 에너지 절감 실천에 나섰다.
경기 안성시는 전력 사용 절감을 위해 4월부터 가로등 격등제를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역 내 공공조명 운영 방식을 조정해 전력 소비를 직접 줄이겠다는 조치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에너지 대응이 단순 절약을 넘어 교통·행정·생활 방식 전반을 바꾸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에너지 절감 방식 전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선거 기간 현수막과 종이 공보물, 유세차 운행을 줄여 에너지 낭비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한시적 무료 도입을 주장하며 에너지 소비 구조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지방정부들은 에너지 절감과 함께 물가 안정, 기업 지원, 취약계층 보호 등 민생 대책도 병행하며 대응 폭을 넓히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선제적 추경 편성 등을 통한 긴급 재정지원에도 나섰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과거 경험을 살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범택·최세호·곽태영·윤여운·곽재우·이제형·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