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료 이월·미지급 3년 새 45배 급증

2026-02-19 13:00:22 게재

형사공판 증가, 국선변호 수요 확대

예산 연동 안 돼 이월·미지급 누적

국선변호료 이월·미지급 규모가 최근 3년 새 4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공판 사건 증가로 국선변호 수요가 빠르게 늘었지만, 예산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이 지난 13일 내일신문 질의에 회신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국선변호료 이월집행액은 2021년 4억9800만원, 2022년 4억76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 28억15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24년 94억8600만원, 2025년 224억7200만원으로 불어나며 3년 새 약 45배 증가했다. 과거 이월분까지 포함한 2025년 말 기준 미지급 잔액은 297억5300만원에 달했다. 해마다 새로 발생한 미지급액이 누적되면서 전체 잔액도 함께 커진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수년간 구속 기소 사건과 중형이 예상되는 사건이 늘면서 필요적 국선 대상이 확대됐고, 법원 재량에 따른 임의적 국선 선임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선변호인 선정 사건 수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사법연감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사건은 2020년 약 10만건 수준에서 2024년 약 14만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형사공판 전체 사건 수 증가율이 연 1%대에 그친 것과 달리 국선변호 선정 사건은 연평균 8~9% 증가했다.

1심 기준으로도 2021년 7만3271건이던 국선변호인 선정 사건은 2024년 8만8826건까지 늘었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합하면 2024년 한 해 약 14만건에 이른다. 사건이 심급을 거치며 누적되는 구조 자체가 국선변호 수요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셈이다.

반면 국선변호료 예산은 매년 정해진 총액 한도 내에서 편성돼 사건 수 증가에 자동으로 연동되지 않았다. 수요 증가와 예산 사이의 간극은 이월·미지급으로 쌓였다. 해당 연도에 지급하지 못한 변호료를 다음 연도 예산으로 넘기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사실상 ‘외상’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변협에 따르면 국선변호인 조력 비율은 2021년 30% 후반대에서 2024년 41.5%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형사공판 피고인 10명 중 4명 이상이 국선변호에 의존하는 구조다. 국선변호가 형사사법의 주요 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해 11월 7일 열린 제22대 국회 제429회 정기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장경태 소위원장은 2026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선변호 보수와 관련한 예규 개정 문제를 거론하며 “국선변호 보수를 50~80%로 감액 지급하도록 한 예규가 적절한지 설명해 달라”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그동안 국선변호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월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보수 지급에 차질이 있었다”며 “2026년도 예산안에는 미지급 해소를 위해 약 170억에서 180억원 정도를 추가로 반영했다”고 답했다.

회의에서는 국선변호 보수 예규의 적용 기준과 예산 증액 배경을 중심으로 질의와 답변이 이어졌을 뿐, 국선변호료 이월·미지급의 규모와 구조에 대한 추가 질의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2026년 1월 예산을 재배정해 미지급액을 전액 지급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건 수 증가에 비해 예산이 충분히 연동되지 않는 구조가 유지될 경우 향후에도 유사한 불일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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