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위헌성 최대 쟁점

2026-02-19 13:00:21 게재

대법 “위헌, 개헌 없이 불가”

헌재 “합헌, 기본권 구제절차”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성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판소원 제도의 위헌성 여부만 해결되면 다른 논란은 크게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은 헌법상 근거가 없어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이 일반적 기본권 권리구제 절차로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9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의결된 이후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거나 비판하는 자료를 내며 충돌하고 있다.

본회의로 보내진 법안을 보면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에 한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이뤄진 재판이거나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법률을 어겨 기본권을 침해한 게 명백할 때에 한한다.

재판소원의 청구 가능 기간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로 정했다. 또 헌재의 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재판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 제도 도입도 포함됐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헌재는 확정된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경우 법원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재판을 반드시 다시 하도록 정했다.

핵심 쟁점은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특히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 등이다. 헌법이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처럼 두 기관의 권한을 수평·독립적으로 배치해 놓은 점도 양측 주장의 근거로 거론된다.

대법원측은 사법권 독립 침해와 권력분립 위반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대법원은 위 조항을 “재판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서 하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끝으로 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재판소원은 재판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헌법재판소가 마치 법원의 상위 기관처럼 권한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사법권이 원칙적으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규정은 권력분립을 선언한 것일 뿐, 헌법재판권까지 배타적으로 법원에 귀속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헌재는 헌법에 따라 헌법재판권은 별도의 기관인 헌재에 부여돼 있으며, 위헌적 재판을 교정하는 기능 역시 헌법 질서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대법 상고심이 하급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를 손대지 않는 것처럼, 헌재의 재판소원도 기본권에 대한 헌법 해석만 다시 살피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헌법 111조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의 권한으로 선언하고 있는 만큼 헌재는 재판소원 허용이 입법자, 즉 국회 재량이라고 본다.

위헌성 논쟁 외에도 주요 쟁점들이 있지만 위헌성 여부가 해결되면 현실적으로 해결가능한 쟁점들이다.

재판소원 도입 시 사실상 ‘4심제’가 된다는 비판도 주요 쟁점이다.

법원행정처는 기존 3심 구조가 무너지고 소송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대법은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재판 지연과 소송비용 증가, 법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했다. 또 독일에서 재판소원 인용률이 0%대에 그치는 점을 들면서 “소송 비용만 과다하게 지출하도록 하는 희망고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소원이 사실 판단이나 법률 적용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진 헌법 해석의 적정성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특히 대상이 ‘확정된 재판’으로 제한되는 만큼 법원 내부의 상소 절차와는 별개이며 ‘초상고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 지연과 사건 폭증 가능성도 쟁점이다.

헌재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사건이 증가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재판소원을 도입한 대만의 사례를 들어 도입 첫해 급증했던 사건 수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스페인 등 헌법재판기관을 별도로 두는 국가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측은 이러한 비교가 한국과 사법 구조가 다른 국가 사례라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헌재는 성공적 운영 사례를 소개한 것일 뿐이라고 맞받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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