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소각시설 갈등, 절차 신뢰 회복이 먼저

2026-02-19 13:00:19 게재

국회입법조사처, 분절된 결정구조 문제 … 대안비교-주민참여-감시-재평가 등 하나로 연결돼야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됐지만 소각시설 갈등은 여전한 가운데 절차적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각시설 인허가 절차가 기술적 안전성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단계별로 분절되고 그 결과가 다음 단계에 구속력 있게 연동되지 않아 문제가 커진다는 것이다.

19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소각시설 갈등 해소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소각시설 논쟁은 주로 배출기준 준수라는 과학적 쟁점에 매몰돼 왔으나 현장의 갈등은 ‘신뢰’와 ‘정당성’ 문제로 재구조화되고 있다. 주민들은 오염물질 수치 자체보다 △위험 평가의 기준 △의사결정 과정의 실질적 참여 기회 △사고 발생 시의 통제 메커니즘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뒤에도 공공소각시설 확충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1월 26일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 대형동 선별동에서 직원들이 선별 작업을 하는 장면.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보고서에서는 소각시설 갈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참여 시점 문제 △심판과 선수가 같다는 구조 △합의의 일회성 등을 꼽았다. 공청회와 설명회는 입지가 사실상 결정된 이후에 열리기 때문에 주민은 이미 좁혀진 선택지 안에서만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왜 우리 동네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에 ‘대안 설계권의 원천 박탈’이 이뤄진 상황에서는 절차적 불신과 거부감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서는 사업시행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공론화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운영하다 보니 주민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중립성을 믿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처럼 독립적으로 절차의 공정성을 검증하는 ‘절차 보증자’ 제도가 없다 보니 행정이 제공하는 정보조차 끊임없이 의심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합의의 일회성 문제도 제기됐다. 착공 전 보상으로 갈등이 봉합되더라도 시설 운영 수십년 동안 주민이 문제를 제기할 실질적 통로가 없다. 주민지원협의체가 있지만 측정 요청권이나 긴급회의 소집권 등 실질적 권한이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작은 이상 징후에도 갈등이 폭발적으로 재점화된다.

보고서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목적 정합형 연계입법’ 방안을 제안했다. 대안 비교-독립 절차보증-응답 책임 문서화-허가조건 연동-운영 재평가를 하나의 사슬로 잇는 구조다. 일본 요코하마시가 ‘시설 증설이냐, 폐기물 감량이냐’를 시민과 함께 결정해 소각시설 2개소 건설을 철회하고 약 1100억엔을 절감한 사례가 참고 모델로 제시됐다.

김경민 입법조사관은 “현행 법체계는 절차의 조각은 풍부하지만 이를 신뢰 생산공정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없다”며 “향후 주민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히 공청회 횟수를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대안 비교-참여 설계-응답 책임-허가·감시 연동-재평가’를 하나의 사슬로 묶는 ‘목적 정합형 입법 연계방안’ 구축에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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