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산성 놓고 연준내 엇갈린 시각
연준 인사들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 … 워시 낙관론과 정면 충돌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최근 연준 인사들이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더 높은 금리 수준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17일 연설에서 “AI 붐이 정책금리를 인하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자본 수요 급증을 들었다.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강한 기업 투자가 필요해 자본 수요가 늘고, 이는 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계 저축도 실질임금 상승 기대 등으로 줄어들 수 있어 역시 금리에 상방 압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6일 연설에서 “다른 조건이 같다면, 지속적인 생산성 증가율 상승은 적어도 일시적으로 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표준 모형에서 생산성 가속은 중립금리를 더 높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에 대한 불확실성을 명시하며 “중립금리에 미칠 영향을 우리는 조금 겸손하게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워시의 논리와는 방향이 다르다. 워시는 AI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그 결과 금리 인하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연준 내부에서는 생산성 개선이 곧바로 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투자 수요 확대를 통해 자본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연준 기준금리는 3.5~3.75% 범위다. 연준은 2025년 세차례 금리를 인하한 뒤 1월 회의에서 동결했다. 여러 연준 인사들은 현 금리 수준이 경제의 ‘중립’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으며, 이를 추가 인하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선물시장도 당분간 추가 인하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학계에서는 실제로 생산성 지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에릭 브린욜프슨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의 기고를 통해 AI 생산성이 “마침내 통계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의 통계 개편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일자리 증가폭이 약 40만3000개 하향 조정됐음에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3.7%를 유지했다. 노동 투입이 줄었는데 산출은 유지된 셈으로, 이는 생산성 상승의 전형적 신호라는 설명이다.
그는 2025년 미국 생산성 증가율을 약 2.7%로 추정했다. 지난 10년 평균 1.4%의 두배 수준이다. 범용 기술은 초기에는 투자와 조직 개편 비용 때문에 통계상 생산성이 눌려 보이다가, 일정 시점 이후 본격적인 ‘수확 국면’에 진입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통계는 그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AI가 실제 생산성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학계의 진단과, 그 효과가 중립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통화정책 논쟁의 축을 바꾸고 있다. 생산성 반등이 곧바로 금리 인하의 근거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워시의 낙관론과 연준 내부의 신중론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AI 시대의 생산성 부활이 통화완화의 명분이 될지, 아니면 금리 고착의 근거가 될지. 2026년 미국 경제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