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유럽 핵우산 논의가 한국에 던지는 질문
냉전 이후 35년간 유지됐던 핵군축 체제가 무너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각 1550기로 제한하던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2월 5일 종료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이유로 2023년부터 조약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후속 합의에 2030년까지 핵탄두1000기 이상의 확대가 예상되는 중국의 참여를 요구했으나 중국은 거부했다. 러시아는 2024년까지 벨라루스에 전술핵 수십 기를 배치했고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도 전술핵 배치 준비 동향을 보인다. 첨예한 핵위협 속에 유럽은 자체 핵우산 논의에 착수했다. 한국도 이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은 그간 러시아 핵억제를 위해 나토에 핵공유를 제공해 왔다. 1957년 소련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핵공유 논의가 본격화했다. 미국은 양자협정으로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동맹국에 배치했다. 핵무기 운용은 미국이 전담했다. ‘기지형’ 핵공유였다. 이는 적성국과의 군비경쟁과 핵 능력 고도화를 부추기는 촉매제가 됐고 핵안보 딜레마를 유발했다. 1960년대에 나토의 핵공유는 ‘대여형’이 주를 이뤘다. 미국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핵탄두에 동맹국이 운반수단을 제공한다. 국내 거론 ‘나토식’ 핵공유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은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소재 6개 기지에 전술핵 B61 중력폭탄 100여개를 저장하고 있다.
유럽, 핵공유에서 자체 핵우산으로
핵탄두를 제공하는 ‘경성’ 핵공유에 대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 논란이 있다. NPT는 모든 핵무기 통제권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이전 및 수령을 금지한다. 나토는 미국이 핵무기 통제권을 이전하지 않고 미국 승인없이 투하가 불가한만큼 NPT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비핵국가의 전투기가 핵·재래식 이중용도로 개조되고 조종사가 핵 투하 훈련을 받으며 그에 따른 전시 시나리오 작성은 사실상 통제준비로서 NPT 정신 위반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제 유럽은 자체 핵우산으로 나아간다. 지난해 7월 프랑스와 영국 정상은 최초로 양국 핵전력의 사용 조율과 ‘핵운영그룹’ 신설을 담은 ‘노스우드 선언’에 서명했다. 양국은 동맹 전체의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는 작년 5월 프랑스와 상호 안전보장 및 민수용 핵 기술협력을 담은 안보협력조약을 체결했다. 독일과 스웨덴도 프랑스 영국과 핵우산 관련 협의 중이다. 미국과의 핵공유를 ‘대체’가 아닌 ‘보완’할 목적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다.
지난 13일 뮌헨안보회의 개막연설에서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프랑스 핵전력이 유럽 안보에 기둥 역할을 하도록 독일은 재정적·전략적 부담을 나누고 ‘핵투발수단 현대화’와 ‘통합지휘구조’를 위해 재정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차세대 전술핵미사일을 운용할 라팔 F5 전투기를 개발 중이며, 전략핵 약 240기와 전술핵 약 50기를 보유 중이다. 독일은 자국 전투기에 탑재할 미국 전술핵 B61 20여개를 저장 중이며, 프랑스 전술핵이 장착된 라팔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은 최대 260기 전략핵만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개입을 보장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 설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2024년에 아시아판 나토 설립과 핵공유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자동맹과 한미일 등 소다자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신중한 반응이 나왔다. 이는 역내 신냉전 구도를 강화하고 우리의 지역 분쟁 연루 가능성을 높인다. 일본의 ‘전쟁가능국가’와 ‘하나의 전쟁구역’ 구상 추진에 일조할 수 있다. 한반도가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우리에게 답이 아니다.
한국형 핵억제 전략,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한미동맹은 안보의 핵심축이다. 포괄적 확장억제 내실화를 지속 추진하고 ‘핵협의그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과 핵연료 농축·재처리 관련 협력도 중요하다. 핵능력 증진을 도모하는 ‘연성’ 핵공유는 핵확산 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능력은 유사시 중요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북관계는 평화안정 유지에 핵심 변수다. 북핵문제는 우리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다. 한미가 협상 재개에 힘쓰고 있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선을 바라지만 최악에 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세계질서를 홀로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촉발한 유럽의 핵우산 논의가 한국에 질문을 던진다. ‘유럽과 유사한 상황을 가정할 경우 한국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