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전속고발권 개편 논의 본격화

2026-02-24 13:00:05 게재

공정위 “폐지 원칙” 속 제도 보완 병행 입장 … 리니언시·수사범위 쟁점

국회를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폐지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리니언시(자진신고 제재감면) 운영 방식과 검찰 수사 범위 조정 문제까지 맞물리며 공정거래 집행 구조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속고발권을 두고 여야가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하도급법·가맹사업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사건에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행정 제재와 형사 고발 여부를 공정위가 함께 판단하는 구조로 과징금 중심의 신속한 제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피해 기업이나 소비자가 직접 형사 절차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논의는 이재명정부 들어 속도를 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형사 처벌이 어려운 구조가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정치권과 정부 부처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정무위에서는 시각차가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위 판단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리는 구조가 피해 구제의 사각지대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폐지 시 기업이 형사 고발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과징금 중심 행정 제재가 형사 처벌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전속고발권에 대해 “원칙적으로 폐지 방향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형벌 조항 정비와 행정·형사 제재 간 충돌 방지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기업 부담을 줄일 절차 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속고발권을 즉시 폐지하기보다 제도 보완과 병행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전속고발권은 그동안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검찰 수사가 불가능한 구조였지만, 공정위 고발이 지연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검찰·감사원·중소벤처기업부·조달청 등에 의무고발요청권이 부여됐다. 해당 기관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하도록 제도가 보완된 상태다. 그럼에도 형사절차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지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리니언시 제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담합 가담자가 자진신고하면 제재를 감면하는 장치지만 공정위와 검찰 수사가 병행되며 신고 창구가 이원화되고 감면 순위 혼선이 발생했다. 자진신고자 신원 노출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제도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주 위원장은 리니언시 창구를 공정위로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설탕·밀가루 담합 사건은 논쟁을 키운 계기가 됐다. 공정위가 먼저 조사했지만 검찰이 압수수색과 기소를 선행하며 사건 주도권 갈등이 표면화했다. 두 기관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전속고발권 논의는 권한 조정 차원을 넘어 집행 구조 재배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형사 제재의 실효성과 행정 제재의 신속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과징금 상한 상향, 조사 불응 시 제재 부과, 피해자 직접 고발 허용 범위 확대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국내 주요 제분사들이 밀가루를 6년간 담합해 판 혐의로 20년 만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을 받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민생과 직결된 담합 사건이 잇따른 점도 논의를 자극했다. 식품 원료 가격 담합 의혹, 건설 입찰 담합, 에너지·교육 분야 경쟁 제한 행위 등이 대표 사례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도 소비자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지 않는 구조도 점검 대상이다. 공정위는 민생 밀접 분야 중심으로 담합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폐지 시 형사사건 증가와 기업 대응 비용 확대 가능성은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행정조사와 형사수사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절차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형사 고발 대상을 중대한 위반 행위로 한정하고 중복 처벌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전속고발권 개편을 공정거래 집행 체계 효율성 문제로 보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행정 제재와 형사 제재의 균형 설계가 제도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편 주 위원장은 이날 밀가루 가격과 관련해 원자재 하락을 감안하면 10% 이상 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밀가루·설탕·전분당 담합 의혹 제재를 추진하며 가격 인하 효과가 소비자 단계까지 이어지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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