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가격인하의 성공신화 경계할 때다
그동안 가격이 계속 오르기만 했는데 최근 몇 개 품목이 이례적으로 인하됐다. 대통령이 해외보다 비싸다고 지적했거나 담합이 적발된 품목이었다. 대통령의 대책 마련 지시에 관계 부처가 신속히 대응했고, 생리대를 비롯해 설탕 밀가루를 생산하는 기업이 스스로 가격을 인하했다. 이렇게 가격인하의 성공 사례가 만들어졌는데 지난 12일 대통령이 높은 교복 가격을 지목해 또 다른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일반 국민은 주요 생필품의 가격이 하나라도 인하되면 반가울 것이다. 그리고 일부 품목에서 담합으로 가격이 인상되었다면 이를 시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관련 기업이 사전에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가 일부 품목에서 신속히 대응해 성공하자 이를 전반적인 물가 대책으로 본격 추진하는 모양새다.
대통령과 정부의 일방적인 물가인하 개입 결국엔 실패 가능성 높아
정부가 물가인상 억제 정책을 추진하면 단기적인 성과가 나기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인상을 일시적으로 틀어막더라도 언젠가 다시 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변동, 각종 원자재 수급 불안, 인건비나 공공요금 상승 등이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 시절에 이뤄진 물가대책은 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주무부처 장관이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생산업체를 방문해 가격인하를 요청하는 식이었다. 대파 가격이 비싸다며 대통령이 유통업체를 직접 방문해 2760원에 팔던 대파를 875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나아가 우유 빵 커피 등과 같은 주요 품목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관리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그런데 이처럼 물가인상을 억제하면 관련 제품의 생산량이 유지되거나 줄어드는데 소비량이 줄어들지 못해 물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나 기업 모두 어렵겠지만 해당 품목의 소비가 줄어들게 하거나 대체재 소비로 전환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밀가루 대신 쌀가루 소비를 늘리고, 대파 대신 양파를 키운 양대파나 쪽파 등으로 소비를 전환하면 쌀가루나 양대파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대체재 시장의 발달로 가격인하나 소비분산이 가능해 질 수 있다.
해외 수입량을 늘리거나 통관이나 검역 절차를 개선해 대처하거나 소비자 차원에서 해외직구 구입을 늘릴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거나 구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격인하를 도모할 수도 있다. 교복처럼 신학기 개학 시기에 수요나 공급이 집중돼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품목은 교복 착용을 2~3개월 늦춰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종합적이고 안정적인 근본적인 물가 대책 세워야
최근 일부 품목의 가격인하가 물가 대책의 성공사례가 됐고, 정부는 이러한 성공신화를 물가 대책 전반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생리대가 다양한 제품과 높은 품질로 해외보다 가격이 높았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설탕이나 밀가루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영업이익 규모나 이익률을 다른 산업이나 기업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였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교복은 신학기에 동·하복으로 1년에 2번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있어 일반 패션제품 시장과 다른 특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미 가격이 인하됐거나 인하 대상인 제품을 포함해 모든 물가 관리 품목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서 종합적이고 안정적인 물가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가대책에서 무엇보다 가격인하의 성공신화를 경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일정 시간이 지나 대폭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