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귀는 천재 수학자 IV

2026-02-25 10:37:38 게재

‘우리 귀는 천재 수학자’라는 제목의 칼럼, 네 번째는 달팽이관 이야기입니다. 우리 귓속 깊은 곳에는 아름다운 수학적 설계도가 숨겨져 있습니다. 1cm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정교하게 말려 있는 ‘달팽이관’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작은 기관이 왜 하필 나선형으로 생겼는지, 그 안에 담긴 수학적 비밀을 따라가며 자연이 설계한 경이로운 공학의 세계를 만나 봅시다.

소리를 번역하는 귓속의 작은 마이크, 달팽이관

귓속으로,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달팽이관을 만납니다. 달팽이 집처럼 생겼다고 해서 ‘달팽이관’이라고 부릅니다. 공기의 떨림(파동)인 소리를 뇌가 이해할 수 있는 전기 신호로 바꾸는 것이 달팽이관이 하는 일입니다. 마이크가 목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스피커로 전달하듯, 달팽이관은 세상의 모든 떨림을 ‘뇌의 언어’인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번역기입니다. 그렇다면 이 번역기는 왜 하필 돌돌 말린 달팽이 집 모양일까요?

피보나치 수열과 로그나선이 빚어낸 효율의 극치

여기서 ‘피보나치 수열’이 등장합니다. ‘1, 1, 2, 3, 5, 8’처럼 앞의 두 숫자를 더해 다음 숫자를 만드는 이 단순한 규칙이 피보나치 수열입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앞뒤 비율이 약 ‘1.618’이라는 황금비에 가까워집니다. 피보나치 수열을 따라 선을 그리면 앵무조개나 해바라기에서 보는 ‘황금 나선’이 되는데 중심에서 멀어져도 모양이 변하지 않으면서 일정한 비율로 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황금나선은 ‘로그 나선‘의 한 형태입니다. 달팽이관의 구조는 이런 ’비율의 질서‘와 관련이 있을까요?

나선 구조가 선물한 정교한 음악적 감각

수학적 나선 구조는 소리의 높낮이를 섬세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 주는 핵심 원리입니다. 소리가 나선형 통로를 타고 들어가면, 로그 함수의 원리에 따라 입구 쪽은 높은 소리, 안쪽은 낮은 소리를 감지하도록 주파수가 정교하게 배치됩니다. 마치 피아노 건반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나열된 것과 같습니다. 특히 휘어진 나선 구조 덕분에 소리 파동은 손실 없이 안쪽까지 효율적으로 전달될 뿐 아니라, 굽어지는 지점마다 특정 주파수에 더 선명하게 반응합니다. 결과적으로 굽이굽이 휘어진 수학적 길 덕분에 시끄러운 시장통에서도 친구의 목소리를 골라내고, 오케스트라의 수많은 악기 소리를 층층이 나누어 감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귀는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아니라, 피보나치 수열과 로그 나선이라는 정교한 수학 공식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예술품입니다. 수학은 딱딱한 공식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있는 모든 소리 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 주변 소리를 들으며 귓속에서 작동하는 나선의 질서를 떠올려 보세요. 소리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시그니아 독일보청기 부천센터

이양주 원장

시그니아 독일보청기 부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