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

EU와 미국의 상반된 시그널

2026-03-04 13:00:03 게재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시범사업 차원에서 시행해 온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한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할 때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징수하는 방법은 EU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행 중인 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EU 배출권 가격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1월 15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톤당 배출권 가격은 92유로였는데(2023년 8월 이후 최고치), 그로부터 한 달 후인 2월 25일 기준으로 72유로를 기록해 약 20% 하락했다. 현재 EU 집행위원회가 논의중인 EU 배출권거래제 완화 관련 불확실성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완화에는 배출권거래제 주요 대상이 전력에서 산업까지로 본격 확대됨에 따라 무상할당 기한 연장, 배출권 가격 인하, 범위 확대 연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와 같은 수출국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시그널이다.

자국산업육성과 에너지안보가 전제

대서양의 반대편의 경우는 더 혼란스럽다. 작년 한해 동안 청정에너지 축소와 화석연료 확대 정책에 집중해 온 트럼프 정부가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탄소 배출 제한의 근거로 삼아 왔던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조차도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투자 흐름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대비 2027년까지 석탄발전량은 약 10% 감소하는 반면 태양광발전량은 4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설치가 절실한 현재 미국 전력시장의 니즈가 정책 변경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교역국 입장에서는 이 상반된 시그널을 읽기가 곤혹스럽다.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으로서 대외 정책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은 이러한 상반된 시그널을 해석할 때 다음을 고려해 혼란을 줄일 필요가 있다.

첫째, EU 및 미국의 상반된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자국산업육성과 에너지안보라는 공통요소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EU가 CBAM을 본격 시행하는 것과 EU 배출권 가격을 낮추는 것은 자국산업보호 관점에서 보면 상반되지 않는다. 미국도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무탄소에너지나 인프라 확대는 에너지안보 관점에서는 모든 에너지원이 포괄된다.

둘째,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 및 탄소가격 추이는 견조하다는 점이다. 2025년 12월 기준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재생에너지 데이터에 의하면 2025년 기준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가 신규로 설치된 양은 약 751.4GW로 추정된다. 이는 2024년 대비 68.8GW가 더 증가한 것이다. 한해 신규로 투자되는 규모로 보면 1000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 증가 추이는 정책 요소와 더불어 시장요소가 크게 작용한다는 반증이다.

또한 EU 배출권 가격 하락이 한창이던 1월 말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애널리스트 대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EU 배출권 가격이 가스가격과의 연동성 등으로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6년 평균 €92.65/t, 2027년 €107.29/t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장기적으로 감축 강화와 산업 무상할당량 축소에 따른 장기 우상향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셋째, 기후대응 자국산업육성 에너지안보를 만족시키기 위한 핵심수단은 기술확보라는 점이다. 즉,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면서 안보도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2025년 글로벌 기후기술 투자 흐름에도 잘 나타나 있다. 원자력 광물 전력인프라 등 에너지안보 기술이 부각되고, 에너지 저장 장치 등 AI나 반도체와 같은 산업육성에 안정적인 에너지공급 기술이 주목받으며, 그린 프리미엄 시장이 필요한 미래 기술보다는 현재에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술 중심의 그린 디스카운트 시장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력한 에너지수요를 기반으로 빠르면서도 믿을 수 있는 기술회사에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다.

시장 니즈 기반 유망 기술 확보가 기회 만들어

아무리 혼란스러운 시그널이라도 그 배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견조한 장기 추이에 기반해 시장 니즈 기반 유망 기술을 확보한다면 혼란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김성우 김·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