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 확산에 코스피 장중 5500선 붕괴
외국인 순매도 지속 중 개인도 '팔자' 전환
사모대출시장 부실 … 신용위험 증폭 우려
미국과 이란 전쟁 사태의 불똥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와 독일 등 유럽 국가 금융시장이 이란 사태 악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국내 증시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모대출시장 부실 우려로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용위험을 확산시킬 도화선이 될 우려가 커졌다.
◆국내 증시 이틀 연속 휘청 = 코스피가 4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전역에 긴장감이 번지면서 급락해 장 초반 5500선도 무너졌다.
이날 오전 9시 38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보다 306.09포인트(5.28%) 내린 5485.82다. 지수는 전장보다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개장 직후에는 코스피200선물 급락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216억원, 1578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리고 있다. 기관만 3799억원 순매수 중이다. 전일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이 팔았는데, 이날도 연속해 순매도 중이다.
전날 순매수로 코스피 지수를 방어하던 개인투자자들 또한 이날은 팔자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1641억원 순매도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9.45포인트(5.23%) 떨어진 1078.25다. 지수는 전장보다 25.62포인트(2.25%) 하락한 1112.08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3048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87억원, 2574억원 순매수 중이다.
◆미국 증시, 사모펀드 발 불안 겹쳐 = 간밤 뉴욕증시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이어지면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83% 내렸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94%, 1.02%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사모펀드 블랙스톤(-3.8%)의 사모 대출 일부 환매 중단 소식 등으로 장 초반에는 2%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이틀째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및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해군 호위 조치를 내놓으면서 장중 저가 매수세도 유입됐으나 투자심리를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했다.
엔비디아(-1.33%), 마이크론테크놀로지(-7.99%) 등 기술주들이 대폭 떨어지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58%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잇따르고 있는 신용리스크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AI발 파괴론 및 미국 사모대출시장 부실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영국에서도 사모신용 악재가 터졌다. 이는 미국 금융주에도 큰 악영향을 미쳤다. 박 연구원은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고유가 현상 장기화가 현실화된다면 신용위험은 더욱 증폭 혹은 확산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야간거래에서 원달러환율 1500원넘어 = 간밤 야간 거래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한 원달러환율은 4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1479.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11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0.5원 오른 1476.6원 선이다.
환율은 이날 오전 0시 5분께 달러당 1506.5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에는 16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란이 원유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원유 가격이 뛰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33달러(4.67%) 높은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외국인, 역대 최대 규모 순매도 =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역대 최대 규모로 순매도 중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2월 19조900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 최대 순유출이다. 코스피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란 사태 등 대외 불안이 매도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일 기준으로도 역대 5위 안에 드는 순매도가 세 차례나 발생했다. 2월 27일 7조1000억원 순매도는 역대 1위였고, 5일(-5조3000억원)은 2위를 기록했다. 전일 외국인투자자들의 5조1500억원 순매도는 이제 3위를 기록하게 됐다.
반면, 채권 시장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다. 외국인은 2월 채권을 8조원 순투자하며, 넉 달 연속 순투자를 지속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