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반정부 무장세력 지원 검토
쿠르드 등 역내 세력 접촉 … 무기·정보 지원 저울질
베네수엘라 모델 거론 속 '하메네이 이후' 구상 혼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현지 반정부 무장 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트럼프가 공개·비공개적으로 이란 권력 재편 구상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는 1일 쿠르드 지도자들과 통화하는 등 테헤란의 권력 공백을 활용할 수 있는 역내 세력들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쿠르드 세력은 이라크-이란 국경 일대에 상당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이란 서부를 공습한 이후 쿠르드 진격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제기됐다. 행정부 내부에서는 반정부 세력에 무기와 훈련, 정보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대통령은 여러 지역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공습 개시 당시 트럼프는 이란 국민에게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하며 “미국은 압도적인 힘과 파괴적인 전력으로 여러분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무장 저항 세력에 대한 조건부 지원 검토는 단순한 봉기 촉구를 넘어선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내부에서 나오는 누군가”가 이란을 이끄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군사작전으로 행정부가 잠재적 권력 중개자로 염두에 두고 있던 인물들 중 일부가 제거됐음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사망했다”면서 “지금 또 다른 그룹이 있는데, 그들도 죽었을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지휘부와 하메네이 측근 등 수십 명의 고위 인사가 제거됐다. 공습으로 알리 샴카니 전 고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모하마드 팍푸르, 하메네이 군사실을 이끌던 모하마드 시라지 등 수십 명의 고위 인사가 사망했다.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최근 작전 목표를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과 역내 군사 위협 제거로 설명하며 공개적으로는 ‘정권 교체’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 내 일부 인사들은 체제 전환을 분명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WSJ는 군사적 목표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정치적 종착점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최근 ‘베네수엘라 모델’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군사 작전 이후 기존 통치 구조를 일정 부분 유지하는 방식도 거론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서는 공격을 했지만 정부는 그대로 유지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의 경우 사전에 명확한 후계 구도가 정리되지 않았고, 하메네이 제거 이후의 ‘사후 계획’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아랍과 유럽 외교 당국자들은 하메네이 제거가 온건 세력 집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이다.
WSJ는 트럼프가 한편으로는 이란 정권과의 합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면 전복 시나리오를 저울질하는 등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면서, 이는 군사적 승리 이후의 정치적 구상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