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미사일·탄약 심리전’ 격화

2026-03-04 13:00:04 게재

트럼프 “이란 거의 모든 것이 무력화됐다”

혁명수비대 “첨단 무기 아직 손도 안 댔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이 전황과 무기 보유 현황을 둘러싸고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치열한 여론전과 심리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이란의 해·공군과 방공망을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란은 핵심 전략 자산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자리에서 “그들은 해군이 없으며 해군은 무력화됐다. 공군도 무력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공중 탐지 능력도, 레이더도 무력화됐다. 거의 모든 것이 무력화됐다”며 “우리는 매우 잘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이란의 미사일 보유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의 보복 지속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군사작전의 성과를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는 이번 작전의 정당성도 거듭 주장했다. “우리는 그들과 협상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먼저 공격할 참이었다”며 “우리가 하지 않았으면 그들이 먼저 공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감행한 대이란 군사작전이 ‘임박한 위협’에 대한 불가피한 선제 대응이었다는 기존 논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란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국방부 대변인 레자 탈라에이-니크는 “우리는 적들이 선포한 전쟁 계획보다 더 오래 방어하고 공격적 방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첨단무기와 장비를 처음 며칠 만에 모두 전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력 고갈 주장을 일축했다.

이란은 보복 작전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대사관을 공격했으며 저녁에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새로운 미사일을 동원한 일제 공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진정한 약속 4’(Operation True Promise 4)의 16번째 작전 개시를 선포하며 “우주군이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점령지의 심장을 겨눌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략 자산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사일과 탄약 비축량을 둘러싼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중·상급 탄약 비축량은 사상 최고 수준이며 사실상 무제한”이라며 “이 비축량만으로도 전쟁을 영원히,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방공 요격 미사일과 해상 발사형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재고 감소 가능성을 보도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해당 보도는 분쟁 장기화 시 미국의 군사적 선택지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틀렸고 수치스러운 기사”라고 비판하면서도 “최상급 무기 비축량은 좋은 수준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략 자산의 부담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최상급 무기를 과도하게 제공했다고 비난하며 현 정부의 군사 재건 노력을 강조했다.

결국 이번 충돌은 군사적 교전뿐 아니라 ‘전력 소진 여부’를 둘러싼 정보전 양상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전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려 하고, 이란은 전략 자산을 아직 투입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로 억지력을 유지하려 한다.

실제 미사일 재고와 요격 체계의 손실 규모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양측이 ‘무력화’와 ‘비축’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전황 못지않게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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