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신유림 동국대 수학교육과 1학년
답 찾아가는 수학의 매력 교실에서 알리고 싶어요
중학교 1학년까지 피아노를 치며 음악 교사를 꿈꿨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건반 앞에 앉는 일이 더 이상 설레지 않았다. 좋아했던 일이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피아노를 내려놓을 이유가 필요하던 때, 머릿속에 떠오른 과목이 있었다. 바로 ‘수학’이었다. 특별한 재능이 있진 않았지만, 분명한 원리와 문제 해결 방법 그리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정직하게 돌아올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그를 끌어당겼다. 한 학년 학생 수가 120명 남짓한 여고에서 <미적분> <심화수학Ⅰ> <생명과학Ⅱ> <화학Ⅱ> <지구과학Ⅱ> <고급화학>까지 선택하며 자연 계열 심화 과정을 밟았던 유림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유림
정직한 과목 ‘수학’에 반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았다. 피아노를 전공할 생각을 하면서 음악 교사를 꿈꿔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피아노와 결별한 뒤 ‘수학’을 새로운 돌파구로 선택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다.
학생부에서 수학 성적이 특히 두드러졌지만, 유림 씨는 처음부터 수학을 탁월하게 잘했던 학생은 아니었다. 여러 과목 가운데 자신과 가장 잘 맞는 과목이 수학이었고, 그래서 더 성실히 도전했다.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꼈고,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1학년 1학기 <수학>에서 받은 2등급을 제외하면 이후 모든 수학 과목에서 1등급을 유지했다. 약 120명이 수강한 <수학> <수학Ⅰ·Ⅱ> <확률과 통계>는 1등급이 단 5명뿐이었다. 44명이 선택한 <미적분>은 1등급 인원이 2명에 불과했다. 수시 학생부 전형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종합전형과 함께 교과전형도 고려했어요. <미적분>은 수강 인원이 적어 솔직히 걱정이 컸죠. 1등급이 2명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수학교육과를 지망하고, 수학 교사를 꿈꾸는 사람이 <미적분>을 선택하지 않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설령 평균 등급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전공 적합성이나 진로 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줄 거란 믿음이 있었죠.”
과학에도 열정이 깊었다. <화학Ⅱ>와 <고급화학Ⅰ>을 이수할 만큼 화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화학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원자가 이온화되는 과정이나 이온이 결합하는 원리를 보면, 수학처럼 일정한 규칙이 적용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수학 교사가 1순위였지만, 차선으로 화학 교사나 응용화학 분야로 진로를 정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멘토 활동으로 ‘수포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유림씨는 수학 문제를 풀 때 무작정 달려들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지 먼저 구조화한다.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는 반드시 시각화하며 풀이의 흐름을 정리한다. 교사를 꿈꾸는 만큼 멘토·멘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멘티로 만난 친구는 이른바 ‘수포자’에 가까웠어요. 수학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문제를 읽어도 무엇을 구하라는 건지 방향을 잡지 못했어요. 고민 끝에 욕심을 내려놓고 쉬운 단원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했어요. 집합이나 함수처럼 시각화가 가능한 단원은 그림으로 풀어보게 했고, 오답 노트 작성법도 차근차근 알려줬죠. 그 결과 성적이 20~30점가량 올랐고, 무엇보다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모습을 보여 정말 뿌듯했죠.”
수학은 위계성이 뚜렷한 과목이다. 한 단계에서 개념을 놓치면 이후 과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중학교에서 함수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넘어가면,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심화 함수 단원은 벽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유림씨는 공동 교육과정으로 <심화수학Ⅰ>을 수강하며 ‘싱가포르와 한국 교과서의 미분 비교’를 주제로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두 나라 교과서의 미분 단원을 분석하고 장단점을 비교했다.
“싱가포르는 추상적인 개념을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시각화 도구로 설명하고,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더라고요. 반면 우리는 진도를 나가는 데 급급하다 보니 극한이나 미분의 개념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 결과 개념을 오해하기도 하고,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쌓이게 되죠.”
독서 활동으로 ‘교육’과 ‘학교 현장’ 간접 체험
수업 시간에는 진로와 연계한 독서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제공한 진로 도서 목록은 책을 선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딥스>를 통해 놀이 치료로 변화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금 다졌다. 하브루타 교육 방식의 가치를 담은 <에밀>을 읽으며 능동적인 학습이 왜 중요한지도 고민했다. 또한 <안녕하십니까, 학교입니다>를 통해 학생·학부모·교사로 이어지는 교육 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예요. 실제 교사가 겪은 학교폭력 사례를 통해 교사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책이었어요. ‘수포자’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던 멘토 활동과 독서를 통해 교사의 역할을 깊이 고민했던 시간은 서로 맞닿아 있어요.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그만큼 책임의 무게도 느꼈죠.”
평가 방식과 수업 시간을 즐기며 진로 구체화
“청란여고는 수행평가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진로 연계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발표하는 수행평가는 교과에 대한 관심은 물론, 진로 역량을 드러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유림씨는 <미적분>을 배우며 ‘무한대는 하나의 수이다’ ‘순환소수 0.999…는 1과 같다’와 같은 개념에 대한 급우들의 인식을 설문 조사로 분석하고, 이러한 오개념이 초월함수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발표했다. 또 수학을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수학Ⅰ>의 수열 단원을 학습할 때 보드게임 ‘넘피’를 활용해 게임 활동이 수학 학습 동기를 자극한다는 결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학·과학 교과에서 다소 어렵더라도 심화 학습을 이어간 덕분에 수시 모집 6장의 카드 중 4장은 수학교육과에, 2장은 신소재공학과에 쓸 수 있었고, 동국대 수학교육과에 입학했다.
“입시를 치러보니 종합전형은 고교 3년 동안의 성실했던 학교생활을 결코 배신하지 않더라고요. 모의고사에서는 늘 2개 영역 합 5 이내의 최저 기준을 충족했지만, 실제 수능에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불확실한 수능에 기대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노력한 만큼 결과로 돌아오는 학교생활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