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칼럼

AI 윤리문제 확장과 한국의 AI 속도전

2026-03-05 13:00:02 게재

지난 2월 3일 뉴욕증시에서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의 주가가 14~20% 정도 하락하면서 대략 400조원이 날아갔다. 그 전달에 인공지능(AI)업체 앤트로픽(Anthropic)이 시장에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준 충격으로 해석되었다. 월스트리트는 이를 두고 ‘사스포칼립스’라고 불렀다. 사스포칼립스는 AI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산업의 종말(apocalypse)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 신조어다.

앤트로픽이 내놓은 클로드 코워크가 기존의 소프트웨어보다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필요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구글드라이브나 G메일 등을 스스로 알아서 직접 읽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개별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또 한편 2월 23일에는 월스트리트의 시장분석업체 시트리니리서치가 공개한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다우지수를 800포인트 이상 급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성공적인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여 인력에 대한 필요를 줄인다. 이는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특히 화이트칼라의 감원이 문제가 된다. 이들이 소비와 주택모기지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해서 주택모기지 대출을 상환하는데 문제가 없던 전문직의 감원은 주택가격 급락과 관련 금융기관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시되기도 했다.

엔트로픽이 촉발한 ‘사스포칼립스’

감원으로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국민소득(GDP)은 증가하지만 실질임금은 증가하지 않는다. 생산증가와 경제성장은 통계상 이루어지지만 소비로 이어질 길이 끊기는 것이다. 이를 ‘유령GDP’라고 불렀다. 시트리니보고서가 공개된 날 다우지수뿐 아니라 S&P500지수나 나스닥지수도 1%내외 하락했다.

보고서의 또 다른 핵심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AI가 소프트웨어 기업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업, 여행예약업, 보험 유치업종 등을 불필요하게 한다는 점이다.

AI가 전문직 종사자를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몰아낼 것이라는 논리는 앞에서 본 ‘클로드 코워크’가 노동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최근 4개월간 아마존은 사무직을 중심으로 3만명 가량의 직원을 해고했고,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핀테크 기업 블록이 직원의 40% 내외를 해고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인사목표는 AI 시대를 끌고 갈 수 있는 소수의 최상급 인재를 확보하고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은 줄임으로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증가효과는 생산에 집중되기 때문에 소비는 누가 무슨 소득으로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AI도입과 함께 제기된 거시경제학의 중요 논제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AI 윤리문제의 심각한 영역이 미군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과정과 이번 이란 침공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미군은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이 두 작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 전쟁부는 앤트로픽 모델에 걸려 있는 윤리지침의 완전한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앤트로픽은 미국인에 대한 국내감시나 완전자율형 무기체계에 자사모델이 사용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고 있어서 전쟁부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착한 AI’를 표방하고 오픈AI와 달리 학습단계에서 윤리원칙을 내재화해 왔던 앤트로픽으로서는 윤리성이 비즈니스모델 혹은 경쟁력인 셈인데, 결국 전쟁부의 요구에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트럼트대통령은 2월 27일 앤트로픽을 ‘급진적인 죄파기업’이라고 비판하고 미군 시스템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축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 자리는 오픈AI가 차지할 모양이다.

전쟁에서 클로드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AI윤리문제는 또 한번 영역이 확장되었고 심각해졌다. 전쟁의 무기 수준을 넘어 작전을 설계하는 수준에 올라선 AI에 대한 통제권은 누가 갖고 AI 스스로의 판단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시급히 공론화되어야 할 문제다.

사회적 갈등 증폭시키는 재앙될 수도

한국은 AI 3대 강국을 내걸고 AI 전환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국제로봇협회의 자료를 이용한 노동연구원의 보고서(‘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변화’ 2024)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한국제조업의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 대수)는 압도적인 세계 1위이다. 2022년 현재 한국의 로봇밀도는 1012대이고, 2위 싱가포르가 730대, 그리고 독일(415대)과 일본(397대)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제 로봇은 이른바 피지컬 AI로 전환되고 있는데, 압도적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로봇밀도는 그 힘을 관리할 사회적 정치적 능력이 없다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