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고려아연 미래를 위한 주주의 선택

2026-03-11 13:00:03 게재

오는 3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단순히 이사진을 선임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는 반세기 동안 쌓아온 세계 최대 제련 기업의 경영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를 넘어,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향방을 결정하는 엄중한 선택의 갈림길이다. 경영주체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검증된 현재의 성과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 비전이 그것이다.

첫째, 제련업은 ‘경험의 과학’이다.

제련업은 수십년간 기술을 축적해야 하는 대규모 장치산업이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50년 넘게 현장을 지키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온산제련소를 일궈낸 전문가 집단이다. 반면,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는 MBK파트너스는 제련업 운영 경험이 전무한 사모펀드다.

이미 호주 타운즈빌 등 해외 정재계에서 “경험 없는 자본의 인수를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자명하다. 안전사고나 환경 기준 미달이 기업의 존립을 흔드는 이 업종에서 3년 연속 영업손실과 행정 제재를 반복하고 있는 영풍과 경험 없는 사모펀드의 결합이 고려아연의 정밀한 공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둘째, 경영은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은 경영진의 역량을 보여주는 척도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적대적 M&A라는 경영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44년 연속 영업흑자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조직 관리와 경영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인수하여 경영한 홈플러스의 사례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과도한 부채와 기업회생절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법적 논란과 기관투자자들의 손실은 사모펀드식 경영이 기업의 내실을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셋째, 미래 백년을 이어갈 ‘경영철학’이 필요하다.

사모펀드의 숙명은 결국 ‘투자금 회수’다. 펀드 만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구조상, 배당 극대화나 자산 매각 등 단기 수익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테네시주 통합 제련소 건설’과 같은 11조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는 수십년을 내다보는 긴 호흡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가 직접 참여하고 투자비의 90% 이상을 부담하는 이 사업은 현 경영진의 실행력과 신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비전이다. 누군가는 회사의 경영권을 어떻게 다시 넘길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누군가는 기업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이 사업을 더 잘 알고, 누가 더 잘 해왔으며, 누가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

철저한 사업 이해도와 압도적인 경영 성과, 그리고 국가 전략 자산에 대한 미래 비전을 갖춘 주체가 경영을 이어가는 것이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임은 자명해 보인다.

결국 주주의 선택이 기업의 수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단순한 표 대결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자존심이자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지켜낼 수 있을지를 묻는 엄중한 시험대다. 숫자를 넘어 기업의 본질을 꿰뚫는 주주의 혜안이 고려아연의 향후 100년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