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치적 존재로서 북한 여성의 위상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후계자일 수 있다는 추측들이 있는 가운데 과연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여성이 될 수 있을 만큼 정치적 존재로서 북한 여성의 위상도 높아진 것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30여년 동안 북한사회 변화의 주요 동인이자 주체로서 여성을 주목해왔고 그간 북한도 어머니날의 지정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로 여성을 위로하고 여성의 노고를 치하하는 정치적 행위를 취하는 등 여성에 대한 정책에서 약간의 변화를 보여왔다. 이러한 당국의 행보나 여성의 현실이 실제로 북한 여성의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켰을까.
지난 2월 19일부터 2월 25일까지 제9차 당대회가 열렸다. 138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과 111명의 후보위원 중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여성은 이미 익히 알려진 김여정 최선희 현송월 등이다.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으로는 총 14명 중 최선희 1명, 정치국 후보위원은 총 11명 중 김여정 1명이 여성으로, 북한 정치권력의 핵심인 당중앙위원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그동안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는 북한의 공식입장과는 매우 다른 현실이다.
여전히 낮은 여성의 정치 대표성
단적으로 북한이 2021년 제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의제 이행에 관한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에서도 정치·경제·사회 생활 모든 면에서 여성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며 2015년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여성 대의원 비율이 20.2%, 2019년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여성 대의원 비율은 17.6%, 지방인민회의 여성 대의원 비율은 25% 이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치권력의 영역에서 여성은 극히 소수로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정치 영역에서 북한 여성의 권한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북한에서 여성과 관련한 주요 행사는 3.8국제부녀절과 11월 16일 어머니날 이틀이다. 올해도 북한은 3월 8일에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특기할 것은 김정은이 처음으로 축하연설을 했다는 점이다.
이 연설에서 김정은은 여성들을 ‘어머니 안해 애인 딸’로 호명하며, 여성들이 나라와 남성들을 위해 남모르게 수고를 바쳤다며 치하했다. 그리고 여성은 가정에서 자식의 본보기, 남편의 힘, 부모의 기쁨과 자랑이었다며 앞으로도 그러한 ‘애국의 전통’을 이어가고 ‘나라의 번영발전과 사회의 화목과 단합을 도모’하는 데 역할을 해낼 것을 요청했다.
중요한 정치적 경제적 공간에서 여성의 역할이나 공로는 전혀 가시화되지 않았다. 이는 여전히 북한이 여성을 적극적 정치 행위자인 것이 아니라 남편과 자녀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사심이 없이, 바램이 없이 자신을 깡그리 바치는’ 등의 수식어는 여성을 칭송하는 듯하지만 여성에게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담론적 언설일 뿐이다.
북한 사회 전반에서 여성이 정치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적고, 북한 당국도 여성에게 그러한 역할을 특별히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수지만 주요 정치적 장에 등장하는 여성은 김일성 가계의 여성, 기존에 권력을 획득한 남성과 혈연관계이거나 가족관계로 묶인 경우이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능력이 있더라도 자력으로 정치권력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양한 여성이 정치권력을 획득하거나 정치적 대표성을 갖기 어렵게도 하지만 기존의 남성중심 권력구조를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백두혈통 기반 여성의 정치권력 한계
최근 행정 등의 영역에서는 능력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 여성을 등용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지식이나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여성이 두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여성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정치적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이 각 영역에서 권한을 갖고 역량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기존의 남성중심의 정치권력 구조, 특히 백두혈통을 중심에 둔 정치권력의 분배의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북한에서 여성이 주요 정치적 행위자가 되고 다양한 여성을 공식석상에서 만나는 것은 매우 요원한 일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