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최가은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2026-03-18 13:38:20 게재

수학·과학·사회·정보 폭넓은 과목 선택으로 개발자 역량 쌓았어요

초등학교 때 코딩 체험 수업을 들으며 막연하게 개발자의 꿈을 품었다. 그러다 중학교 시절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동물의 숲> 게임을 접하게 됐다.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농사와 낚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황무지 같은 섬을 꾸미는 과정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자신만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캐릭터와 소통하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이 경험은 인공지능학과와 소프트웨어학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고교 3년 동안 <정보> <정보과학> <프로그래밍> <인공지능기초> 등 정보 관련 과목을 충실히 이수하며 꿈을 구체화했던 가은씨를 만났다.

최가은

최가은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경기 상현고)

진로 연결 강박 내려놓고 내실 있는 과목 선택에 집중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에 종합전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염두에 뒀던 가은씨는 고민이 많았다. 고교에 컴퓨터 관련 과목 자체가 많이 개설돼 있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교과와의 연결성을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과목에서 진로를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고민돼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부담을 내려놓기로 했어요. 수학이나 과학처럼 연결고리가 있는 과목에서는 진로와의 연관성을 드러내고, 그렇지 않은 과목은 그 과목 자체를 깊이 탐구하자고 생각을 바꿨죠.”

고교에서 컴퓨터 관련 역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정보 관련 과목은 빠짐없이 선택했다. 다행히 모교인 경기 상현고에는 정보 교과가 다양하게 개설돼 있었다. 고1 때는 학교 지정 과목으로 <정보>를 수강했고, 고3 때는 선택 과목으로 <프로그래밍>과 <인공지능기초>를 택했다. 고2 때는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정보과학>을 이수했다.

“<정보> 수업에서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정보 윤리 등 정보 교과의 기초적인 내용을 배웠어요. 고2 때 선택한 <정보과학>은 <정보>의 심화 과목으로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됐고요. <정보과학>에서 배운 알고리즘 덕분에 데이터를 분석하고 효과적으로 시각화하는 법을 이해했죠. 다른 과목과의 연계성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정보 교과에서 쌓은 경험은 컴퓨터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설계하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도 커졌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라는 고민

개발자라는 꿈을 꾸게 된 이후에도 가은씨에게는 늘 한 가지 고민이 따라다녔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니?>라는, 제목이 자신의 고민과 비슷한 책을 발견했다.

“책에 개발엔 항상 사람이 전제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사람을 전제로 한다는 건 그만큼 사람에 대한 관심과 관찰, 공감이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교과 탐구 주제와 동아리 발표회 주제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동아리 발표회에서는 ‘독거노인을 위한 인공지능 로봇 말봇’이라는 주제로 미술 동아리와 협업했다. 노인들은 사람의 모습을 닮은 외형에 더 큰 친밀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년 형태의 챗봇을 구현했다. 여기에 딥러닝 기반 대화 모델을 적용해 노인들의 일상 대화 주제를 학습시키고 상황에 따라 맞춤형 응답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주변의 독거 노인을 찾아가 의견을 듣고 피드백을 반영해 기능을 수정해나갔다.

이 경험은 또 다른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불평등 감소를 주제로 한 융합과학토론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키오스크 사용이 늘어나 음식 주문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한 ‘NFC 키링’을 구상한 것이다.

“NFC 키링은 청소년 공모전 발표작을 살펴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였어요.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휴대가 편한 키링에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주변 음식점을 조사한 뒤 음식점 이용 방법이나 메뉴 설명 등을 안내하는 웹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보기 편하도록 큰 글자로 상세한 설명을 넣었어요.”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탐구 활동은 가은씨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그 길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수학·과학 교과에서 인공지능 연계 탐구

처음에는 인공지능이나 컴퓨터와 연결되는 내용을 교과에서 찾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수학에서 의외로 많은 접점을 발견했다. <수학Ⅰ>의 수열, <수학Ⅱ>의 도함수, <확률과 통계>의 통계 자료 분석, <기하>의 벡터 등 다양한 수학 개념이 인공지능과 컴퓨터의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수학Ⅰ> 수열 단원을 배울 때 푸리에 변환을 접했어요. 푸리에 변환은 일정한 규칙을 지닌 수열을 여러 주파수 성분으로 분해하는 도구예요. 이 개념을 활용해 음성합성 모델 실험을 진행했죠. 그리고 음성합성 모델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음성을 생성하는 기술이에요.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음성합성 모델에 학습시켜 실제 사람의 목소리와 얼마나 비슷하게 구현되는지 확인해봤죠.”

<기하>를 배울 때는 벡터의 수학적 정의뿐만 아니라 물리적 의미와 실제 활용 방식, 그리고 인공지능에서 사용하는 벡터의 개념과 연결 지었다. 인공지능에서 벡터는 데이터를 숫자로 표현해 특징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다.

“<화학Ⅰ>에서 분자 구조를 시각화해 보여주면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파이썬을 활용해 분자 구조와 화학 결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죠. 화학 분야에서도 컴퓨터를 활용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가은씨는 수시 6장을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했다.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서울시립대 인공지능학과에 지원해 서강대, 중앙대, 서울시립대에 합격했다. 특히 서강대 인공지능학과는 최초 합격해 2년간 장학금도 받게 됐다. 가은씨는 컴퓨터공학과 복수전공도 고려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정보과학> <프로그래밍> <인공지능기초>를 배워서인지 아직까지는 수업이 크게 어렵지는 않아요. 다만 선배들이 수학을 굉장히 많이 배운다고 해서 조금 긴장하고 있어요. 그래도 고등학교 때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해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느껴요. 어차피 힘든 고교 생활이라면 진로와 관련된 공부와 활동을 제대로 해보길 추천해요.”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사진 이의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