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로드맵 다시 짜는 일본 석화기업들
구조개혁 넘어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편…반도체·전지소재·의료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전환
미쓰비시케미컬그룹의 대변신
미쓰비시케미컬그룹은 일본 최대급 종합 화학 기업으로 기능성 제품, 첨단 소재, 헬스케어, 산업가스 등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 시황의 회복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초화학제품, 제철용 코크스, 아크릴수지 원료인 메틸 메타클레이트(MMA) 등 세 개 사업은 구조개혁을 향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회사는 2024년 11월, 2035년까지의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경영 전략 ‘카이테키 비전 35(KAITEKI Vision 35, KV35)’와 ‘신중기경영계획 2029’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기존 경영방침이었던 ‘구조개혁의 완수’에서 한단계 나아가 ‘성장으로의 전환’을 새로운 기조로 설정했다. 콩글로머리트형 경영에서 탈피해 진정한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2035년까지의 장기 비전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소재의 힘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그린·스페셜티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신중기경영계획 2029’의 핵심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에 있다.
전략의 두 축은 명확하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스페셜티 소재에 대한 집중투자와, 수익 변동성이 크고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는 베이직 머티리얼즈&폴리머즈(Polymers, 고분자 소재) 사업의 근본적 구조개혁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조정을 넘어 기업 체질 자체를 고수익 중심 구조로 전환하려는 본격적인 전략적 재편이라 할 수 있다.
스페셜티 소재 부문에서는 반도체와 EV 배터리 소재가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300mm 웨이퍼용 초고순도 석영 분말이 세계 점유율 100%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수 에폭시 수지는 약 40%, 반도체 장비용 정밀 세정 서비스 역시 약 40%의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고기능 소재 부문에서는 2029년도에 영업이익 1440억엔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초과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반도체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약 350억 엔 규모의 추가 투자도 예정된 상황에서 실적 상향 폭이 얼마나 확대될지 주목된다. 또한 2029년도에는 영업이익을 현 수준의 약 두 배인 5700억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KV35와 신중기경영계획 2029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연결(つなぐ)’이다. 그룹이 보유한 개별 기술과 사업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존보다 한층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사 차원의 협업체계를 강화하고, 기술 간 융합을 촉진하는 조직적 기반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결국 지속가능성·쾌적성·사회적 신뢰를 동시에 구현하는 ‘KAITEKI (쾌적)’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수익성까지 함께 높일 수 있을지가 향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미쓰이화학, 첨단소재 중심 고수익 전략
미쓰이화학은 석탄화학 사업에서 출발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화학 기업이다. 일상용품 원재료부터 첨단 기능성 소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반도체 공정용 소재, 전선·케이블용 소재, 의약품·화장품 원료, 생활·가정용품 소재 등 생활밀착형 수요부터 산업용 분야까지 폭넓게 대응하고 있다. 페트병의 원료인 PET 펠릿,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용 촉매, 연간 약 10억장에 달하는 전세계 안경렌즈 수요를 뒷받침하는 렌즈 소재 등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업황이 엄중한 석유화학 중심의 B&GM(Basic & Green Materials) 사업은 헬스케어·모빌리티·ICT 등 성장 영역과 분리해 별도 사업체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B&GM은 국내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자립 가능한 구조로 육성하고, 성장 영역은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두 사업이 각 산업환경에 맞는 구조를 갖추고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체질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구상이다.
헬스케어·모빌리티·ICT 등 3대 성장 영역은 스페셜티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을 지속해 왔으며 그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ICT 영역이 주목받고 있는데 그 중심에 극자외선(EUV) 펠리클(Pellicle)이 있다. EUV 펠리클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포토마스크(회로 원판)를 보호하는 초박형 보호막이다. EUV 공정에서는 미세한 먼지 하나만 있어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펠리클이 마스크 위를 덮어 오염 물질을 차단한다. EUV 포토마스크는 장당 수억 엔에 이를 만큼 고가이기 때문에 수율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방패’로 불린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최첨단 EUV 노광 장비도 이 기술에 크게 의존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EUV 펠리클 도입을 검토하거나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 부품을 넘어 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로 평가된다. 앞으로는 더 강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내구성·고출력 EUV 펠리클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CNT(탄소나노튜브) 기반 제품의 상용화와 생산능력 확대가 2026년경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쓰이화학은 VISION 2030을 통해 “화학의 힘으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가치창출을 통해 지속성장하는 기업 그룹”으로 정체성을 재정의했다. 단순한 소재 공급형 구조에서 벗어나 사회적 과제 해결을 출발점으로 하는 솔루션형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적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의 포트폴리오 대전환
아사히카세이(旭化成) 그룹은 화학뿐 아니라 주택 및 헬스케어 분야까지 전개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복합 기업이다. 과거에는 석유화학 시황의 호조에 힘입어 케미컬 사업이 성장의 중심적 견인 역할을 해왔으나 현재는 헬스케어, 주택, 소재(Material) 등 성장 분야가 실적을 이끌고 있다.
현재 성장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추진하는 한편 석유화학 사업과 같은 저수익·비핵심 사업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가속하고 있으며, 특히 전자소재 중심으로의 전환을 명확히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아크릴수지 및 그 원료인 MMA를 포함한 4개 사업에서 철수하고, 자사가 생산해 온 고기능 수지의 주원료 생산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반도체 고도화 흐름 속에서 고부가가치 전자소재, 배터리 소재, 의료 소재 등 구조적 성장 분야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투하자본수익률(ROIC, Return on Invested Capital)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를 하회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전환을 선언해 자본효율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수익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향후 중점성장 사업으로는, 소재(Material) 영역에서는 전자(Electronics) 사업이, 주택(Housing) 영역에서는 해외 주택 사업이, 헬스케어(Healthcare) 영역에서는 의료 사업과 크리티컬 케어(Critical Care) 사업이 각각 핵심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전자사업 부문에서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AI 서버 수요를 선점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전자 사업 부문에서 특히 주력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가 감광성 절연재인 파이멜(Pymel)이다. 파이멜은 반도체 소자의 표면 보호막, 범프용 패시베이션(Passivation)층, 재배선용 절연층으로 사용되는 감광성 수지 소재로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채택되고 있다. 우수한 개발 성과를 인정받아 TSMC로부터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우수성과상(Excellent Performance Award)’을 수상했다.
반도체 관련 사업이 호조로 영업이익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 2027년도 영업이익 목표로 2700억엔을 제시하고 있다. 2030년에는 영업이익 3800억엔, ROIC 8% 이상, ROE 12% 이상을 목표로 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에의 공헌과 지속적인 기업가치 향상이라는 두 가지 지속가능성의 선순환을 실현하고자 한다.
나고야 상과대학(NUCB)
마케팅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