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합의 이끌어낼까?

2026-03-25 13:00:28 게재

뿌리깊은 불신, 협상 전제조건부터 충돌 … 호르무즈 해협, 이란의 최강 협상 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장관 취임식에서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를 “말살”하겠다고 위협한 지 이틀 만에 돌연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고 주장하더니, 이번엔 파키스탄을 중개자로 내세워 이란에 15개 항목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는 양측이 주요 쟁점에 합의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란은 협상 자체를 부인했고 이란이 실제로 어떤 조건에 동의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요구안 대부분은 전쟁 이전부터 미국이 반복해온 조건이고, 일부는 이란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협상의 실체보다 혼선이 먼저 커지고 있다.

위협과 선언이 하루가 멀다고 교차하는 이 엇갈린 메시지들이야말로, 지금 이 전쟁이 얼마나 깊은 함정 속에 빠져 있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앞으로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적 보장”을 내걸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전쟁 피해 보상과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까지 요구했다.

이란의 입장에서 이번 충돌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 12일 전쟁을 처음 개시했을 때부터 시작된 실존적 싸움이다. 트럼프가 협상 중에 두 차례나 이란을 공격한 전력이 있는 만큼, 테헤란의 불신은 뿌리 깊다. 이란 내부 인사들은 설령 트럼프가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하더라도, 원하는 보장을 얻지 못하면 계속 싸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란이 손에 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석유·가스의 20%가 통과하는 이 길목을 이란은 사실상 장악했고, 선주와 선장들은 더 이상 이 수로를 지나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유조선 한 척이 통과하는 데 200만달러를 지불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란은 강하게 이를 부정했으며 일부 이란 의원들은 이를 “새로운 규범”이라 부르며 전후 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따라서 에너지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걸프 동맹국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핵 문제도 간단치 않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말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은 무기 제조 직전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 440kg을 포함해 9000kg 이상을 여전히 보유 중이다. 트럼프는 이 비축분을 확보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대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이란이 호르무즈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고농축 우라늄 포기를 수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해협이 핵을 대신하는 억지력이자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이전 협상에서 이란은 비축 우라늄 제로와 고농축 우라늄 희석에 동의한 바 있지만, 트럼프가 군사 공격을 감행하면서 그 협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미사일과 제재 문제는 더욱 좁혀지기 어렵다. 트럼프는 이란의 군사 능력 “100%를 파괴했다”고 선언했지만 이란은 지금도 매일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이 전력을 협상 불가 레드라인으로 천명하고 있고, 직접 공격을 받아온 걸프 동맹국들은 반드시 이 위협이 해소돼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이 “세계 1위 테러 지원국”이라 규정한 정권에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란 경제를 되살리려면 제재 완화는 불가피하지만, 트럼프가 이를 받아들일 정치적 공간은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합의를 진지하게 원한다면 외교의 창은 열려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창을 통과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의 무게는 지금까지의 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FT는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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