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트럼프 전쟁,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

2026-03-27 13:00:00 게재

미국시간 3월 24일, 플로리다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미국정치, 이란과의 전쟁,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마러라고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트럼프의 사설 클럽 이름이며 대통령 트럼프의 등록된 주소지다. 트럼프는 1985년 이 지역의 저택을 사들였고 1994년 저택을 개조해 ‘마러라고 클럽’이라는 이름의 회원제 리조트를 열었다.

미국에서는 마러라고를 트럼프의 ‘겨울 백악관’ 혹은 ‘남부 백악관’으로 부른다. 여름 몇달을 제외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마러라고에 가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백악관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시진핑 현 중국 국가주석, 저스틴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등 세계 여러나라 정상들이 초대받아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고, 지금도 트럼프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국가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트럼프의 집이자 사무실이다.

트럼프의 안방, 마러라고의 패배

3월 24일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던 선거구는 마러라고가 위치한 플로리다주 하원 87선거구다. 2022년 하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19%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고,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민주당 해리스 후보에 비해 11%p를 더 얻었던 공화당 강세 선거구였다. 그런데 이곳에서 40세의 정치신인인 민주당의 에밀리 그레고리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2.4%p 차이로 누르고 승리를 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당선자 에밀리는 이전에 공직을 단 한번도 맡은 적이 없었고 선거 출마도 이번이 처음인, 말 그대로 정치신인이다. 그래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고 한 첫 인터뷰의 일성은 “믿기지 않는다”였다. 상대 후보였던 공화당의 존 메이플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트럼프 진영 인사였고, 트럼프는 대 이란전쟁 와중에도 메이플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하며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했고 ‘안방 관리’에 공을 들였다. 그가 ‘부정선거의 증거’라며 비난했던 우편투표로 직접 한표를 행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같은 날 플로리다주 또 다른 지역인 힐즈버러 카운티에서는 상원의원 보궐선거도 있었는데 역시 공화당이 패배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이 선거구에서도 지난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여유있게 당선되었고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해리스에 비해 7%p를 더 얻었던 곳이지만, 24일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408표의 초박빙 승부를 벌인 끝에 당선되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 결과에 대해 ‘트럼프 안방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이변’이자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강력한 모멘텀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즈는 이것이 결코 단발성 사건이 아니며 11월에 벌어질 ‘전국적인 블루 웨이브의 전조’라고 진단했다. 이란 전쟁에 대한 높은 반대 여론, 유가 및 가스비 상승 등 물가인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올해 1월 31일 텍사스주 상·하원의원 보궐선거, 2월 7일 루이지애나주 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을 탈환했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보궐선거가 있었던 텍사스주 상원 9선거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17%p 차이로 승리했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노동조합 지도자 출신 민주당 후보가 14%p 차이로 공화당 후보를 이겼다.

텍사스주 연방 하원 18선거구에서도 공화당 의원의 사망으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었다. 루이지애나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던 선거구도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13%p 차이로 승리했던 곳이었지만 2월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24%p 차이로 대승을 거두었다. 3월 24일 플로리다 보궐선거의 결과는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는 공화당의 또 하나의 성적표인 셈이다.

공화당 의원들의 엑소더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40여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11월 중간선거 출마 포기선언을 하고 있다. 출발은 1월 초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의 사퇴였다. 테일러 그린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가(MAGA) 의원이자 트럼프 지지자였지만 트럼프와 갈등을 겪으면서 의원직을 사퇴했고 현재 해당 선거구에서도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다.

그의 사퇴는 단순히 공화당 의석 1석의 손실이 아니라, 공화당 내 마가 세력 분열을 대외적으로 알린 대형 사건이었다. 그는 작년 트럼프 집권 후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앱스틴 파일을 공개하라고 수 차례 요구했고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테일러 그린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었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테일러 그린 의원과 가족에게 테러 협박을 가했으며, 결국 의원직 사퇴에 이르렀다. 이후 공화당 의원들이 줄줄이 의원직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별 이견은 없는 상태다. 그리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에 대한 세번째 탄핵안이 발의되어 하원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트럼프는 첫번째 집권 기간 2번의 탄핵소추를 당했다. 1차 탄핵소추안은 2019년 12월에 하원을 통과했고, 2차는 2021년 하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최종 탄핵이 되지는 않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면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한다. 상원의 2/3 찬성을 얻어야 탄핵이 가능하지만 2번의 탄핵 심판에서 모두 2/3 지지를 얻지 못했다. 현재 상원의 의석 분포로는 11월 중간선거를 하더라도 민주당이 2/3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미국 상원의원 임기는 6년인데 2년마다 1/3씩만 다시 선출한다. 11월에 다시 선출하는 상원의원 선거 지역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더라도 2/3에 이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금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독주가 계속되고, 미국 시민들의 반대가 높아진다면 결과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 트럼프의 ‘배신자’들이 줄줄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제어할 유일한 힘, 미국 민주주의

트럼프는 두번째 집권을 하자마자 일방적인 관세인상으로 세계 무역질서를 파괴했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약탈적 투자 요구로 많은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미국 국내에서는 다른 나라를 위협해 빼앗은 자본과 인상한 관세로 걷은 재정을 성과로 부풀렸다. 하지만 무역 질서의 교란은 미국 내 물가인상으로 되돌아갔고, 집권 초 이래 국정지지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미국 버팔로 대학교 마차인(Carla Martinez Machain) 교수는 미국의 이란 공격을 트럼프의 “부활을 위한 도박”이라고 일갈했다. 국내의 낮은 지지율과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탄핵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트럼프를 전쟁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아직 이란과의 전쟁이 종료되지도 않았지만 트럼프는 벌써 ‘다음 차례는 쿠바’라고 협박을 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낮은 지지율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트럼프에게 인질로 잡힌 전세계 시민들에게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은 너무 멀다. 그동안 트럼프는 무슨 일을 또 저질러 세계 경제와 전 세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중국 등 세계 어떤 나라도 말리지 못하는 그의 광기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은 미국 국민들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답답하고 괴롭지만,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미국 국내 정치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