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환율’ 쌍끌이 압박…한국경제 ‘2% 성장’ 벼랑 끝 섰다

2026-03-27 13:00:01 게재

브렌트유 150달러·환율 1600원 가능성 제기… ‘오일 쇼크’ 공포 확산

중동전쟁 장기화 시 0%대 성장 우려… 25조 추경 ‘민생 방파제’ 될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 국면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선을 위협하고,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500원 벽을 깨뜨렸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고 내수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현실화하면서, 올해 초 정부와 주요 기관들이 제시했던 ‘2%대 성장’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동전쟁으로 수급 차질이 생기고 있는 나프타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26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모습. 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흔들리는 에너지 안보 = 2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도화선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이다. 에너지 자원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에 ‘고유가’는 생산비용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로 직결된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101.89달러를 기록 중이다. 중동전쟁 이전 50~6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2배가 뛴 셈이다. 지난 9일에는 장중 배럴당 119달러를 돌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수준에 근접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이란의 에너지 시설 타격 소식이 이어지면서 시장은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그룹 맥쿼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이란이 보복 카드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이 상황이 4월 말까지 지속되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세 토레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멈추더라도 중동 에너지 시설의 고비용 구조와 운송 차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저유가 시대의 종말을 시사했다.

◆17년 만에 환율 1500원 돌파 = 금융시장의 안전판인 원달러 환율 역시 요동치고 있다. 27일 오전 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은 1508원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 23일 환율 종가는 1517.3원을 기록,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모양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열어두고 있다. 장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환율은 1550원까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0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국내 소비자 물가에 즉각적인 타격을 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보면 환율이 1% 상승할 때마다 소비자물가는 약 0.04%p 상승 압력을 받는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쌍끌이 쇼크’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성장 경로 이탈 가능성 = 물가안정은 경제성장의 전제 조건이다. 지난달까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를 유지하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중동전쟁 발발 이후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는 “비용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이 커졌다”며 물가 경로가 유가 움직임에 종속될 것임을 우려했다.

성장률 전망치도 줄하향 조정될 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1.9%,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2.0% 전망은 중동전쟁의 장기화를 상정하지 않은 수치다. 전쟁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한국 경제는 ‘성장 경로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NH금융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올해 성장률은 0.3%p 하락하고,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0%대 성장이라는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됐다.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정부의 승부수, 25조원대 추경 = 이재명정부는 이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청와대 내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고, 편성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속도전’에 나선 것은 그만큼 경제 상황이 위급하다는 방증이다.

추경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25조원 규모의 추경은 한국 GDP의 약 0.88%에 해당하며, 올해 성장률을 0.18~0.35%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재정 투입이 민생 경제의 연착륙을 돕는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재정 투입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고유가와 고환율로 인해 정책적 대응이 어려운 ‘복합위기’ 상황”이라며 정부의 정교한 대응을 주문했다.

2026년 한국 경제는 중동 전쟁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유가 150달러와 환율 1600원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타이밍’과 ‘정밀도’란 지적이다. 우리 경제가 중동발 복합 위기를 뚫고 2% 성장의 희망을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0%대 성장의 늪으로 추락할지는 향후 수개월간 펼쳐질 정부의 위기관리능력과 중동전쟁의 전개 양상에 달려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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