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아니라도 학평 응시 기회 줘라”
서울행정법원, 학교 밖 청소년 손 들어줘
서울교육청 “제도 개선 예산 확보 논의”
재학생이 아닌 학교 밖 청소년들도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돼 주목된다. 현행 학평은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실시돼 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26일 학교 밖 청소년 2명이 서울특별시 교육감, 경기도 교육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응시 신청 거부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지난해 4월 원고들에 한 2025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시행 목적,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와 부여하는 경우의 공·사 이익의 형량 등을 고려해 볼 때 원고들의 응시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통보는 그 공익상의 필요가 원고들이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통보가 학교 밖 청소년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도 판단했다.
서울시 교육감 등은 재판 변론 과정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주된 목적은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비가 아니라 공교육 내부의 평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그 응시 기회를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그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적절한 방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2025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기본계획 중 ‘시행 대상을 고등학교 1, 2, 3학년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부분의 취소를 구한 부분은 각하했다.
시행기본계획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교육기관 내부의 방침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청의 처분’으로 보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학평은 초·중등교육법 제9조 및 동법 시행령에 근거해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평가다. 이는 재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진단하고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진로지도를 지원하기 위해 재학생을 대상으로 3월·5월·6월·7월·9월·10월 연 6회 실시된다. 경북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9월 고등학교 1·2학년 대상 학평에 한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한 차례 확대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원고를 포함한 학교 밖 청소년 7명은 서울·경기·부산교육청에 학평 응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들 교육청은 같은 해 4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고등학교 재학생 중 희망 학교 및 희망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고등학교 재학생이 아닌 자들의 응시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법·교육기본법·청소년기본법, 학교밖청소년지원법이 교육·청소년 차별을 금지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차별 시정과 교육 지원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단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그 신청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앞서 본 학교밖청소년법 등 관계 법령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차별 금지 등 의무에 반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판결 선고 직후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은 학교 밖 청소년의 교육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기회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전국연합학력평가 운영 방식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 및 예산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판결의 취지와 법리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향후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살펴보고, 학교 밖 청소년 응시 기회 보장을 위해 적극 논의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