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미·이란 협상 수일 내 개최”

2026-03-30 13:00:13 게재

이슬람 4국 회담 직후 발표 “양측 모두 신뢰 표명” 주장 미국·이란 공식 확인 없어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자국에서 조만간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 중동전쟁의 향방이 외교 국면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당사국 공식 확인이 없는 데다 이란 내부 강경파 반발이 이어지면서 실제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AP 통신에 따르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이슬람 4개국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며칠 안에 미국과 이란 간 의미 있는 협상을 주최하고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르 장관은 “이란과 미국 양측이 협상 진행을 돕는 역할과 관련해 파키스탄에 신뢰를 표명했다”며 “중재자로서 역할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파키스탄이 중재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실제 협상 개최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날 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외무장관이 참석했으며 중동전쟁의 조기 종식 방안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르 장관은 “참석국들이 협상 구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며 “역내 전쟁을 조기에,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한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전쟁이 중동 전반의 생명과 생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데 참석국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군사적 충돌 장기화에 대한 이슬람권 내부의 위기 인식이 고조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협상의 구체적 형태는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은 파키스탄이 성사시키려는 이번 협상이 미국과 이란 간 직접 대면인지 아니면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이란 양측이 공식적으로 협상 참여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여서 실제 일정이 확정됐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파키스탄은 중재 외교의 외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다르 장관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도 통화했다며 두 사람도 파키스탄의 구상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재 시도가 단순한 지역 외교를 넘어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파키스탄이 중재 역할을 자처할 수 있는 배경에는 독특한 외교적 위치가 있다. 미국의 ‘주요 비나토 동맹국’이면서도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종교·지리적 유대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로 양측과 동시에 대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국가로 평가된다. 특히 에너지 수급 문제 등 자국 이해관계가 직접 걸려 있다는 점도 적극적인 중재 행보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기류가 유지되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파키스탄 회담은 위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의 중동 병력 증강 움직임을 지적하며 “미군이 지상에 들어오는 순간 불태워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란 내부 권력 구조에서 군부 및 강경파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함을 보여주며 협상 추진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란은 외교 협상과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유지해 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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