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0개 요구 공개…협상 간극 여전

2026-04-09 13:00:04 게재

제재 해제·우라늄 농축 권리·호르무즈 해협 통제 요구 … 핵심 쟁점 곳곳 충돌

휴전 발표에 환호한 테헤란 시민들…레바논 공습 격화로 긴장 지속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엥겔랍 광장에서 시민들이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발표 소식에 반응하고 있다. 양국은 전날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고, 이란이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적으로 재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나 휴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미-이란간 휴전 대상에 레바논 포함 여부의 해석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전역에서 군사 충돌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가운데, 불안정한 ‘부분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UPI=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의 휴전 협상 과정에서 자국의 요구사항을 10개 항목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협상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지만, 실제 합의까지는 상당한 간극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WSJ는 평가했다.

이란이 국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10가지 요구는 다음과 같다.

1. 불가침 보장

이란은 향후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이를 보증하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실제로 누가 보증 역할을 맡을지 불확실하다. 이스라엘까지 공격 자제에 동의해야 한다는 점도 장애물로 꼽힌다.

2. 호르무즈 해협 통제 유지

이란은 자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길 원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의 완전 개방을 요구해 왔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걸프 지역 국가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3.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이란은 핵 프로그램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받길 요구한다. 미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는 소량 농축이나 비축 축소 같은 절충안이 논의된 바 있다.

4. 1차 제재 전면 해제

미국 기업과 개인의 이란 거래를 막는 1차 제재를 모두 해제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관련 제재는 법률로 규정된 경우가 많아 의회 승인 없이는 폐지가 어렵고, 테러·인권 관련 제재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5. 2차 제재 전면 해제

외국 기업의 이란 거래를 제한하는 2차 제재도 해제를 요구했다. 2015년 핵합의 당시 상당 부분 완화된 전례가 있어, 일부 해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

6.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종료

이란은 무기 및 미사일 관련 제재를 포함한 유엔 차원의 제재 해제를 요구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은 이란의 군사력 재건을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

7.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의 종료

과거 핵 활동에 대한 조사와 문제 제기를 중단하라는 요구다. IAEA는 이란이 의문점에 답해야만 조사를 종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협상에서는 일부 비공개 답변을 통해 문제를 정리한 사례가 있다.

8. 전쟁 배상금 지급

이란은 전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미국이 직접 지급할 가능성은 낮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나 동결된 이란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9. 미군 전투병력 철수

이란은 중동 내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역 내 군사 영향력 유지와 동맹국 안보를 이유로 전면 철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10. 헤즈볼라 포함 전면 휴전

레바논의 헤즈볼라 전선까지 포함한 전면 휴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작전 중단을 거부하면서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항목으로 꼽힌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legitimate) 오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란은 휴전에 레바논이 포함됐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란의 요구는 제재 해제, 핵 활동 인정, 군사·안보 구조 변화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백악관은 이란이 공개한 10개항이 실제 휴전 합의의 기반은 아니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보다 축소되고 현실적인 수정안을 제시했기 때문에 휴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중재자들에 따르면 이란은 미군 철수, 배상금, 우라늄 농축 등 핵심 쟁점에서 일부 입장을 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는 미국과의 간극이 여전히 큰 상태다. WSJ는 “결국 이번 10개항은 협상의 출발점일 뿐, 실제 합의까지는 각 항목에서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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