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뽑았더니’신입생 10명 중 1명은 떠난다
정시 확대되자 중도이탈률 급증, 2024년 전체 10만명 넘어 … 대학들 입학 전형 변화 모색 ‘계속 공부할 학생’ 모집
매년 대학이 공시하는 신입생 중도이탈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적성이 맞지 않거나 전공 수업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거나 대입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크거나 등의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어렵게 뽑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대학은 선발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특히 정시와 학생부교과전형 입학생의 이탈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성적 위주로 전형을 운영하기보다 학생과 학과의 적합도, 그리고 입학 후 지속적으로 전공을 배워나갈 것인지를 비중 있게 고려해 선발하고자 한다. 대학의 이런 고민은 전형 설계로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수험생 입장에선 선발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는 만큼 대학의 고민과 그 결과물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최근 3년간 중도이탈률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대학을 떠나는 현상을 분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대학의 전형 설계 변화를 짚어봤다.
대학의 중도이탈률을 보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입학 이후 학교를 떠났는지 가늠할 수 있다. 단순한 수치를 넘어 현재 대입과 대학 교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탈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학의 중도이탈률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 4년제 대학 중도이탈률의 흐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도이탈률 증가가 일시적 현상인지, 구조적 변화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알리미의 공시 자료를 보면 중도이탈률은 2021년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가 본격화된 때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1월 28일 발표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이 2023학년까지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 확대하도록 ‘정시 확대’를 강제했다. 2022학년도, 즉 2021년부터 정시 확대가 본격화됐고 그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시의 문이 넓어지자 일단 대학에 입학한 뒤 재도전을 선택하는 학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8월 대학 알리미에는 대학의 전년도 공시 자료가 올라온다.,2025년 8월에는 2024년의 대학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중도이탈률을 살펴보면(표 참조), 2019년 4.7%(9만4214명)에서 2020년 4.6%(9만2848명)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정시 확대가 본격화된 2021년에는 5.0%(9만6716명)로 0.4%p 상승했다. 이후 2022년 5.2%(9만8830명), 2023년 5.3%(9만9977명), 2024년 5.4%(10만817명)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19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중도이탈률이 0.7%p나 상승했다.
주요 대학도 신입생 중도이탈 증가 대학 알리미의 공시 자료에 기반해 전국 4년제 일반대학 신입생의 중도이탈률도 살펴봤다. 2024학년 대입을 치르고 4년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1학년 학생) 가운데 3만3430명이 중도에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입생 34만1992명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규모다. 2023년 9.5%와 비교하면 0.3%p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22년(8.6%)보다 1.2%p, 2021년(7.8%)보다 2.0%p 늘었다. 주요 15개 대학으로 범주를 좁히면 신입생 중도이탈률은 훨씬 높아진다. 2024년 중도이탈자는 6001명으로, 전년 5390명에 비해 611명이 증가했다. 비율로 보면 2023년 10.10%에서 10.95%로 0.85%p가 상승한 것이다. 상위권 대학에서도 중도이탈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대학별로 보면 2024년 신입생 중도이탈자가 가장 많은 대학은 고려대(590명)다. 전체 모집 인원인 5천42명의 11.70%가 학교를 떠났다. 이어 중앙대(585명) 경희대(576명) 성균관대(536명) 한국외대(481명) 한양대(464명) 연세대(462명) 순으로 많았다. 모집 인원 대비 비율로 따지면 중앙대가 14.27%로 가장 높았다.
주요 대학 다수에서 두 자릿수 이탈률이 나타난다는 점은 신입생 중도이탈이 일부 대학에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실제 합격선이 비교적 높은 대학에서의 중도이탈률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는 주요 대학 정시 40% 선발, 2025학년 의대 증원 및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대거 신설, 선택형 수능 시행 후 응시 영역 및 수능 난도에 따른 유불리 확대, 성적에 기반한 전공 선택 이후의 부적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동시에 ‘일단 진학 후 재도전’이라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대학 입학을 보다 합격선이 높은 대학에 도전하기 전 일종의 ‘중간 경유지’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도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대입 구조 전반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 편입 인원 전년 대비 증가
앞서 말했듯 최근 서울 소재 대학의 신입생 10명 중 1명이 대학을 떠났다. 대학은 1~2학년에서 발생한 중도이탈 인원의 대부분을 일반편입학 전형을 통해 충원한다. 2026학년 편입학 모집에는 2024년 중도이탈 인원이 반영된 만큼 전반적인 선발 규모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2024년 중도이탈 인원과 비율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이를 반영한 2026학년 편입학 전형에서도 다수 대학이 2025학년보다 선발 인원을 확대했다. 다니던 대학을 떠나 대입에 재도전하는 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공들여 선발한 학생들이 중도에 이탈하면서 교육과정 운영과 학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개인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재도전을 제도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대학은 중도이탈률을 낮추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중도이탈률이 높은 정시의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수능 위주 전형, 중도이탈 비율 가장 높아
대학 입학 후 중도이탈 비율이 높아지면서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한 정책 기조 속에서 대학은 중도이탈률을 낮출 뚜렷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도이탈률이 가장 높은 전형이 정시, 즉 수능 위주 전형이기 때문이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팀장은 “중도이탈률이 높은 전형은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 실제 중도이탈률을 분석해보면 수능 위주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비율이 가장 높다. 반대로 전공 적합성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은 전형은 중도이탈률이 낮다. 이런 전형을 확대해야 대학의 중도이탈 증가세를 잡을 수 있다. 즉, 현재 교육부가 16개 대학에 적용하고 있는 ‘정시 40% 이상 선발’ 권장 방침을 폐지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도 “수능 위주 전형 합격생의 중도이탈률은 평균 중도이탈률보다 약 6~7%p가 더 높다.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이 약 20%,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이 50% 수준이었던 2019년 이전에는 현재처럼 중도이탈률이 높지 않았다. 수능은 기출 유형이 비교적 명확해 재도전 시 성적 향상 가능성이 높은 시험이다. 수능 위주의 전형 선발 인원이 많은 것이 중도이탈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학 입학 관계자를 비롯한 교육 전문가 집단에서는 주요 대학에 정시 모집 40%를 강제한 것이 교육적인 면을 고려했다기보다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수시에서도 재도전 비율 증가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생의 중도이탈률은 여전히 가장 낮은 편이다. 다만 최근에는 수시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 중에서도 재도전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몇 년 전만 해도 종합전형 지원 시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했지만, 대입 공정성 강화 정책에 따라 해당 서류가 폐지됐다. 학생 입장에선 따로 준비할 서류가 없어 재도전에 대한 부담이 낮아졌다. 그 때문인지 학생부 경쟁력이 있는 학생들이 교과전형이나 종합전형으로 합격한 이후 별도의 준비 없이 다음 해에 다시 지원해 대학을 옮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재학 중에는 교과전형으로, 이듬해에는 종합전형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학 선호도 양극화, 중도이탈 부추겨
수능 위주 전형의 중도이탈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전형 자체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수나 반수 등을 통해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에 재도전하거나, 선호 학과의 전공 변경을 희망하는 등 다양한 개인적 선택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대 선호도가 매우 높다. 의대에 진학할 만한 성적을 갖추고도 다른 모집 단위를 선택할 경우 화제가 돼 뉴스에 등장할 정도다. 그렇다 보니 2025학년 대입에서 갑작스럽게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나자 수능 재도전 희망자가 폭증했고, 이는 대학의 중도이탈률 상승을 견인했다.
성적대에 따라 서열화된 대학 구조 역시 영향을 미친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수능에서 한두 문제만 더 맞히면 더 합격선이 높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재학 중인 대학을 떠나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중도이탈 문제는 전형 설계의 한계를 넘어 대학 서열화, 전공 선호도 양극화 같은 사회적 인식 또한 함께 달라져야 해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진로 역량 비중 낮은 전형 중도이탈률 높아
현재 대입 전형에서 교과전형과 정시전형은 대체로 진로 역량의 반영 비율이 낮다. 정량 평가 위주로 선발하는 만큼, 대학 수학에 필요한 준비도보다는 내신 등급이나 수능 점수 등 수치에 따라 합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공대에 합격했지만 실제로 공부해보니 난도가 높아 중도에 이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고교에서 공대 진학에 필요한 핵심 과목인 수학·과학 과목을 선택하지 않았거나 충분히 이수하지 않은 경우,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흥미를 잃는 경우가 상당하다. 오히려 자연 계열에서 사회과학 계열로 진학한 학생들은 비교적 잘 적응하는 반면, 진로와 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연 계열을 선택한 학생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모집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진로 지도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중도이탈률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동국대·서울대·한양대, 2028 정시 비율 30%로 축소
교육부는 2025~2026 ‘고교 교육 기여 대학 지원 사업’에 ‘전형 운영 개선 분야’를 신설했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수도권 대학은 수능 위주 전형을 기존 40% 이상이 아닌 30% 이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기존에 정시 비율을 40% 이상 유지해야 했던 동국대·서울대·한양대가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정시 선발 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동국대는 이번 사업 선정으로 정시 비율을 30%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에 2028학년에는 정시 비율을 축소하고, 종합전형인 DoDream전형의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고 모집 단위와 부합한 진로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려는 취지”라고 전했다.
동국대와 함께 지원 사업에 선정된 서울대와 한양대 역시 2028학년부터 정시 비율을 기존 40%에서 30% 수준으로 축소하고, 수시 중심으로 전형을 재편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2028학년 전형에서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인 지역균형전형을 폐지하고 수시 종합전형인 지역균형전형을 확대한다. 또한 정시 일반전형에서도 교과 역량 평가의 비중을 강화했다. 2027학년에는 1단계에서 수능 100%로 선발한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80%와 교과 평가 20%를 반영했다.
반면 2028학년에는 2단계에서 교과 역량 평가의 비중을 40%로 확대했다. 아울러 기존에는 수의과대학과 의과대학에서는 결격 여부를 판단하는 수준이었던 적성·인성 면접을 평가 요소로 반영해 2단계에서 교과 역량 평가 20%와 적성·인성 면접 20%를 적용한다. 정시로 선발된 학생이 수능 성적은 우수할지 몰라도, 모집 단위에 필요한 학업 역량이나 학업 태도 측면에서는 종합전형으로 선발된 학생들보다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대학들의 중론인 만큼 세 대학의 전형 개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다.
학생 진로 고민에 동참하는 대학
대학을 떠나는 이유 중에는 지원한 모집 단위가 자신과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교 시기에 진로 탐색을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점수나 사회적 인식, 부모와 교사의 권유 등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임입학사정관은 “동국대는 학과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모집 단위별 인원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학과를 옮기는 ‘학과 이탈’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시에서는 학과를 통합한 광역화 선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교 단계에서 계열 수준의 진로 탐색이 이뤄진다면 대학에서는 다양한 교육과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아가도록 해 이탈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임 입학사정관팀장도 “정량 평가 위주인 교과전형·정시전형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과목보다 등급이나 학습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과목을 이수한 합격자가 많다. 그렇다 보니 대학 입학 후 전공 공부를 버거워하거나 학점이 낮아 방황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 고교와 대학 교육의 연계성이 강화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2028학년에는 정시에서 ‘수능-학생부형’을 신설해 기존 수능형과 이원화해서 선발할 계획이다. 수능-학생부형은 자연 계열에서 수학·과학 교과의 권장 최소 학점 또는 과목 수 충족 여부에 따라 교과별 4점씩, 총 8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는 수능 과목 구조의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전공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중도이탈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경쟁률과 입결, 이탈률 딜레마 심화
최근 대학은 잇따라 교과전형과 정시전형에 학생부 평가를 도입하고 종합전형에서는 모집 단위별 선택 과목 이수를 권장하는 등 전형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정량 평가 에 학생부 평가나 학점 이수 기준 등을 반영할 경우 경쟁률과 입시 결과 측면에서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임 입학사정관팀장은 “대학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여러 대학이 함께 비슷한 방향의 정책을 추진한다면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일부 대학만 먼저 도입할 경우 경쟁률 등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정시에서 학생부 평가가 강화될 경우, 수능 위주로 준비해온 수험생들은 수능 100% 전형을 유지하는 대학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경희대가 2028학년 정시에서 ‘수능-학생부형’을 신설해 이원화하는 것은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했다. 단기적으로 경쟁률이나 입시 결과에 부담이 있더라도, 전공 관련 교과를 어느 정도는 이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의 변화 속에서 대입 전형의 변화 또한 불가피한 흐름이다. 정시 40% 선발 구조의 완화 등 제도적 변화와 대학 서열화와 같은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입을 단기 정책이아닌,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염진 기자·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