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엔스로픽 상장전 ETF 경쟁

2026-04-13 13:00:15 게재

VCX 급등락이 드러낸 과열

국내도 우주 ETF 관심 고조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타링크 위성 29기를 실은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이번 발사는 해당 부스터의 34번째 비행으로, 재사용 기록을 다시 썼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자산운용업계가 스페이스X와 엔스로픽 같은 비상장 대형 기술기업을 둘러싸고 한발 먼저 투자상품 선점전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두 회사 주식이 공개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하루 수익률 2배 추종 ETF 신청이 먼저 등장했고, 실제 비상장 지분을 담은 상장 펀드와 ETF까지 이미 거래되고 있다.

비상장 유니콘에 대한 기대가 월가의 새 테마가 되면서, 개인투자자 돈을 겨냥한 상품 경쟁도 한층 과열되는 모습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렉스셰어스와 터틀 캐피털이 3월 26일 신청한 T-렉스 2배 롱 스페이스X 데일리 타깃 ETF와 T-렉스 2배 롱 엔스로픽 데일리 타깃 ETF다. 이 상품은 두 회사가 실제 상장한 뒤 하루 주가 수익률의 200%를 추종하는 구조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아직 거래도 시작되지 않은 종목을 놓고 운용사들이 경쟁사보다 먼저 깃발을 꽂으려는 공격적 행보라고 전했다.

실제 돈이 몰린 상품은 따로 있다. 펀드레이즈의 VCX는 3월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폐쇄형 벤처 펀드로, 엔스로픽 20.7%, 데이터브릭스 17.7%, 오픈AI 9.9%, 안두릴 6.9%, 스페이스X 5% 등 비상장 기술기업 지분을 담고 있다. 비공개 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는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VCX 주가는 상장 후 폭주했다.

뉴욕증권거래소 기준 52주 가격 범위는 31.21~575달러로, 상장 직후 저점과 고점 차이가 18배를 넘었다. 이 극단적 변동성 탓에 VCX는 월가에서 가장 화제가 된 비상장 기술주 투자 상품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다만 펀드레이즈가 공개한 수익률 자료상 순자산 기준 1년 수익률은 63.27%로, 시장가격 급등과 실제 펀드 성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보다 전통적인 ETF 틀을 갖춘 상품은 크레인셰어즈의 AGIX다.

이 ETF는 2024년 7월 나스닥에 상장됐으며, 상장 AI 관련주와 함께 비상장 프리IPO 기업에도 투자한다. 이달 10일(현지시간) 기준 순자산은 약 2억달러 수준이고, 스페이스X 비중은 3%, 엔트로픽은 2.96%다. 합산 비중은 5.96%로 크지 않지만, 일반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비상장 대형 기술기업에 일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52주 가격 범위는 22.35~40.01달러로, 1년간 45% 상승률을 보였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4일 상장할 ‘TIGER 미국우주테크’ ETF는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스페이스X 비상장 지분을 직접 담는 상품이 아니다. 대신 스페이스X가 실제 상장할 경우 이를 최대 25%까지 편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스페이스X IPO 주관단에 이름을 올리며, 확보 가능한 공모 물량을 바탕으로 국내 투자자 청약 길까지 함께 모색하고 있다.

다만 해외 기업이 국내 일반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배정하려면 한국 금융당국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현실화까지는 제도상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

스페이스X IPO는 최대 750억달러 규모로 거론되며,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294억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초대형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기대 속에 국내에서도 관련 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현재 덩치가 가장 큰 상품은 하나자산운용의 1Q 미국우주항공테크 ETF다. 그러나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스페이스X’라는 이름값보다, 해당 상품이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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