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확실하게 운을 부르는, 내 연금을 웃게 하자
요즘 운(運) 모으기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으로 미국·이란·이스라엘 전쟁 와중에 이란 산악지대에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가 구출된 사실이다. 15만명 이란군이 고산지대를 완전 포위하고 수색하면 포로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미군의 구출 작전에 힘입어 살아 돌아온 것이다. 구출이 불가능해 보이던 상황에서 막대한 군사장비와 약 4500억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 구출에 성공했다. 각설하고 구출된 조종사 입장에서 이보다 더 극적인 행운이 있을까 싶다.
이를 남의 일로 보면 여러 정황을 들어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상황이라 비유해보자. 몸은 나이 들고 험준한 이국 땅에서라면 나는 과연 이 삭막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나 조종사는 구출됐다. 조국이 나를 반드시 구출해주리라는 믿음이 이런 극적인 행운을 불렀다. 운은 오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것이다.
전문가 조언·정보 참고, 판단·실행 자기주도
이를 나의 노후문제로 연결해 보자. 그 험난한 적진의 고산에서 강인한 생존 의지가 운을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 지기지피의 정신으로 스스로 주도권을 갖고 최악의 조건을 극복해 나간 것이 결국 생존과 귀환, 그리고 웃음을 가능하게 한 것 아닐까. 지금 우리의 노후연금 역시 비슷한 처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살아남아 즐겁고 행복한 노후를 영위해야 한다.
이번 작전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비행기처럼 빠르게 이동하는 오스프리 헬기는 겹겹이 포위된 지역을 정면 돌파하지 않고 상대가 대비하지 못한 지점으로 침투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의 재래식 구출 개념을 바꿨다. 길이 막히면 그 길로만 가지 않고 새로운 경로와 플랫폼을 만들어낸 셈이다.
퇴직연금도 마찬가지다. 수익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단순히 금융상품 몇 개를 잘못 골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더 큰 원인은 금융기관이 깔아놓은 평면적 틀 안에서 사고가 고착돼 있는 데 있다. 디폴트옵션을 왜 바꾸는지, 언제 바꿔야 하는지 관심이 없고 운용보고서는 받기만 할 뿐 판단과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수익률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개념 전환이 없다면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관행적 알고리즘, 즉 평면에서 입체로, 수동에서 자기주도적 운용으로 바꾸려는 필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단 한명뿐인 나 자신에게 그동안 무관심으로 쌓아온 벽을 이제는 스스로 허물어야 한다.
연금 상태에 갇힌 내 연금을 해제해야
오스프리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노후연금을 웃게 하려면 정보·판단·목표·운용의 지휘권을 전시작전권 환수하듯 스스로 가져와야 한다. 결국 내 자신이 새로운 오스프리가 돼야 한다. 손자는 “정정으로 싸우고 기로 승리한다”고 했다. 퇴직연금에 적용하면 전문가의 조언과 정보를 참고하되 판단과 실행은 자기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연금을 ‘가택연금’ 상태로 묶어두고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연금을 방치한 상태에서 노후연금이 웃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수익률이 오르면 자신의 능력 덕으로 돌리고 하락하면 남 탓을 하는 태도로는 ‘운 좋은 인생’ ‘효자 연금’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연금 상태에 갇힌 연금을 해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다. 스스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절망적 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조종사 역시 그동안 익힌 것을 총동원하고 본부의 지시에 따르며 필사적으로 움직였기에 생환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준비된 행동의 결과다.
퇴직연금 운용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자신의 투자 성향과 자본시장 흐름을 분석하며, 교육과 컨설팅의 도움을 받아 한걸음씩 나아갈 때 비로소 노후의 든든한 기반이 된다.
물론 금융기관이나 전문가를 무조건 맹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방임과 맹종이 아니라 제반 조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자기주도적 운용’이 핵심이다. 오스프리의 교훈은 단순히 하늘을 난다는 데 있지 않다. 새로운 시각과 기동의 자유를 통해 기존 한계를 돌파하는 데 있다.
여전히 많은 가입자들이 연금을 방치한 채 수익률 향상만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스프리처럼 수직으로 뜨고 수평으로 이동하며 필요할 때 고공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손자병법처럼 상황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내 연금, 내 노후를 웃게 하는 주체는 누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이영하
연금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