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사춘기 월경통과 정서불안, 통합의학적 접근

2026-04-20 13:00:00 게재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춘기 소녀의 월경통은 성인 여성의 통증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 시기 통증의 대부분은 자궁내막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에 의해 발생하는 일차성 월경통이다.

사춘기에는 자궁경관이 상대적으로 좁고 자궁근육의 수축 조절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통증은 더 예리하고 강하게 나타난다. 단순한 하복부 통증을 넘어 오심 구토 설사, 심한 경우 실신에 가까운 전신 쇠약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자율신경계가 충분히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리통은 참아야 한다’거나 ‘진통제는 내성을 만든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의학적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반복되는 강한 통증을 방치할 경우 중추신경계의 통증 감작을 유발해 이후 만성 골반통이나 섬유근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사춘기 환자의 통증은 과장이 아니라, 신체 조절 한계를 넘어선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는 올바른 용법 하에서 내성 위험이 매우 낮다.

월경 전 증후군(PMS)과 월경 전 불쾌장애(PMDD)는 통증만큼이나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된다. 사춘기에서 나타나는 짜증, 우울감, 충동적 식행동, 감정 기복을 단순한 성격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부정확하다. 이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급격한 변동이 세로토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생하는 신경생물학적 현상이다.

한·양방, 통합접근 할 때 치료효과 높아

특히 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사춘기에는 이러한 호르몬 변동이 정서조절 능력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킨다. 이런 정신적 증상들은 진통제를 복용해 통증이 어느 정도 잡힌 상황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 뒤 방치되는 경우가 흔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간기울결 심신불교의 범주로 설명한다. 기의 순환이 저해되고 정서가 울체된 상태를 개선하는 소요산, 가미소요산 계열 처방은 결과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의학적 기전과도 일정 부분 접점을 가진다. 임상에서는 항우울제 대비 부작용 부담이 적으면서도 정서 안정과 자기조절 회복에 유의미한 도움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약 치료에 대해 ‘효과가 느리고 비용이 높다’는 인식이 있으나 이는 이제는 더는 사실이 아니다.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이후 월경통 치료의 접근성은 상당히 개선되었고 환자 부담 역시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치료효과 측면에서도 한약은 단순히 장기적 조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변증에 따른 처방은 골반 내 혈류 순환을 개선하고 울혈을 완화하여 비교적 빠른 시점에서 통증 감소를 유도한다. 또한 침 치료와 뜸, 약침 치료는 자궁 주변 평활근의 긴장을 완화해 급성 통증 조절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생리통과 더불어 요통이 오는 경우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상하부-하수체-난소 축의 안정성을 높여 통증 발생 자체의 역치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진통제가 증상을 억제하는 접근이라면 한의학적 치료는 발생 환경을 조정하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임상에서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접근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 혈액검사 등 현대의학적 진단을 통해 기질적 질환을 배제하고 급성기에는 약물 치료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동시에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자율적인 생리 조절 능력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병행될 때 치료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사춘기에 형성된 호르몬 불안정과 반복되는 통증 경험은 이후 생애주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이나 갱년기 장애로 이어지는 경향 역시 임상에서 확인된다. 따라서 사춘기 월경통과 PMDD에 대한 적절한 개입은 단순한 증상 조절을 넘어 장기적인 호르몬 건강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관리 필요한 의학적 상태 인정에서 출발

사춘기 여성의 월경과 정서 변화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가볍고 관습적인 언어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생리 중이야?”라는 질문이나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식의 표현은 단순한 농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신경내분비적 변화를 겪고 있는 당사자의 경험을 축소하고 왜곡하는 언어다.

이는 통증과 정서적 고통을 개인의 성격 문제로 환원시키는 태도이며 적절한 치료와 개입의 기회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이러한 표현을 무심코 사용하는 문화를 멈춰야 한다. 사춘기 월경통과 PMDD는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 상태이며 이를 존중하는 언어와 태도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조현주 포레스트요양병원 병원장.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