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출구 속 재점화한 미중 전략경쟁

2026-04-20 13:00:37 게재

미중 정상회담 성공 여부, 트럼프·시진핑 모두에게 중요한 정치적 의미 부여

국제질서의 대혼돈을 초래한 중동전쟁이 출구를 찾고 있는 시점에 미중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났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4월 15일 미국이 중동전쟁 발발 후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실시한 러시아 및 이란 산 원유 구매 허가를 갱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을 겨냥한 정책은 아니다. 그런데 발언 중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와 이란과의 금융거래에 대해 경고하고 중동전쟁 중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였다고 비판한 것이 미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았다. 중동전쟁에 미중관계마저 불안해지면 국제질서는 정말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터미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베센트 발언, 중국 겨냥한 압박일까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트럼프가 이란이 협상장으로 나오는 데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 갑작스러운 상황은 다소 당혹스럽다. 중국은 이란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해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중국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적지 않은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봉쇄를 비판했지만 중국 선박의 운행을 시도하는 등의 직접적 도전은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에게 새로운 압박카드를 내민 것이다. 중국은 일단 베센트가 미중관계의 큰 흐름을 바꾸려는 의도로 발언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직접적 반응을 자제했다.

이 정책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에 대한 기존 제재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나마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구매 허가는 다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중국이 받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다.

중국의 에너지원에서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6%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급이 가능한 석탄(약 60%), 수력,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이 차지한다. 석유와 가스의 경우 수입비중이 70%를 넘고 그 중 절반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중동산 원유와 가스가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하이다. 게다가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90일을 훨씬 넘고 그 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베센트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언급한 주요 이유가 중동사태 와중에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을 구매해 비축량을 증가시킨 것이다. 어떻든 중국은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강한 회복탄력성을 과시하고 있다.

중동전쟁에 발복잡힌 미국 입장 반영

베센트 발언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4월 21일 휴전시한을 앞두고 고비에 이른 이란과의 협상에서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역봉쇄로 석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는 리스크까지 감내하고 있어, 이란과의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짓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못하면 석유가격 상승에 대한 자국 국민의 반발에 직면하거나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감수하고 확전에 나서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따라서 이란에게 원유 판매를 통한 버티기는 더이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이란과 중국과의 관계를 경고한 것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지가 미군이 며칠 내로 전 세계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하는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국내정치적 요인도 작용했다. 미국 내에서도 중동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 및 이란 산 원유판매를 허용해 러시아와 이란의 입지를 강화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미국이 중동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도 증가하고 있다. 4월 14~15일 양일에만 스페인 총리, 베트남 국가주석 등의 외국 정상들의 방문과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왕세자(현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및 아부다미 왕의 아들)도 그 행렬에 합류한 것이 눈에 띈다. 중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북아의 군사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킨 것도 중국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중동전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지가 약화되지 않았다는, 여전히 중국에 대해 강한 압박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큰 압박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정상회담 앞둔 계산법, 중국의 판정승

3월 25일 백악관은 트럼프 방중이 이란전쟁 때문에 예정보다 한달여 연기된 5월14~15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담 일정은 미국 국무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고 중국은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표명하고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와 시진핑 모두에게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과 양자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볼 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정상회담의 성공을 더 필요로 한다. 다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만들기 쉽지 않다.

3월 31일~4월 1일로 예정되었던 트럼프 방중을 앞두고 파리에서 진행되었던 미중 경제무역협상에서는 11월 시한이 만료되는 현재의 휴전 상태를 연장하는 것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무역과 투자 관련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했다. 이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양국이 첨단 기술, 주요 인프라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경제무역관계를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의 판정승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미중관계를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트럼프의 계산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듯하다. 대이란 관계에서 오바마행정부 때의 미국-이란 합의보다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상상 이상으로 집착하고 있는데,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내세울 만한 성과를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14일 이례적으로 부임한 지 1년도 안된 주중대사 퍼듀를 워싱턴으로 소환해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희토류 분야에서 미국의 약점을 잡고 있고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의 처지를 파악하고 있는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대립을 추구하지 않지만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할 것이라는 원칙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농산물과 에너지의 대규모 구매 정도의 선물은 줄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도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주고받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더 관찰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스타일로 볼 때 긍정적 결과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경우, 그리고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다는 입장을 과시하는 것이 중간선거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중동전쟁 결과도 미중정상회담에 영향

이에 중동전쟁의 양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전쟁이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경우 트럼프는 대중관계에서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작은 성과에 만족할 수 있다. 1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고 선언하자마자 트럼프는 시진핑도 이를 환영하고 있으며 5월 시진핑과의 회담을 기대하고 많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전쟁의 마무리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대중관계에서 다시 강경한 태도로 전환하고, 그 실패의 부담을 중국에게 전가하려 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1/4분기 전년 동시 대비 5% 성장을 기록한 국내 경제상황이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을 앞서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중국 지도부가 더 자신감을 갖고 국제정세 변화에 대응할 것이다.

전자의 경로가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후자의 경로가 초래할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트럼프의 5월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의 실현 여부가 2026년 국제정세의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 비평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