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
“달라지는 태양광, 국내 산업 육성 놓치지 말아야”
인허가 등 한 기관에서 처리해 시간 낭비 최소화 … 정부 예산 투입 사업에 국산 제품 사용 시 가점 필요
‘애증의 태양광’. 정권에 따라 널뛰듯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정책 때문에 나온 말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동일한 사업을 하는 데도 ‘때론 죄인이, 때론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추앙받는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중동전쟁을 계기로 에너지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으면서 태양광은 다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전기 패권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내일신문은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제와 중국발 공세로 격변하는 세계 태양광 시장의 흐름을 짚었다.
“산업단지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려면 입주 업종에 ‘전기발전업’이 포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산단 관리기본계획 변경이 필수적인데 시·군 승인과 환경검토에만 평균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됩니다. 경기도의 산단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사업만 해도 초기엔 193개 산단 중 50개만 가능했어요. 다행히 제도가 개선됐고 99개로 확대됐죠.”
17일 김신우 신성이엔지 상무는 재생에너지 확대 가속화를 위해서는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77년 설립된 신성이엔지는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기업’을 표방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공정에 필요한 클린룸과 공조 설비 전문기업으로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했다. 클린룸 공조와 태양광을 동시에 다루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산단 태양광의 경우 한 기관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프로세스가 있을 경우 사업 속도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겁니다. △건축 전기 구조 소방 등 분절적인 다중인허가 △건축구조 검토 △전기 및 발전사업허가 △소방영향검토 등을 기관마다 따로 의뢰해야 하는 구조로 동시에 진행이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전기국가 패권 전쟁 승패는 정책의 일관성에 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 달성해 전체 발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태양광 보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햇빛소득마을 △산단 지붕형 △영농형 △수상형 △접경지역 △공공기관 ‘RE100’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단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2012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생태문명’과 ‘녹색발전’을 중국 새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공식화했다. 이후 고부가가치 전기화 기술을 설계하고 내다 파는 ‘생산자형 전기국가’가 됐다. 전세계 태양광 시장을 장악한지는 이미 오래다. 핀란드의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와 기후 분석 매체인 ‘카본브리프’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청정 전기화 기술이 창출한 경제적 부가가치는 15조4000억위안에 달한다.
변화하는 중국 시장, 시의적절한 정책 필요
그렇다고 해서 국내 기업들이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김 상무는 “정부 정책이 안 따라준다고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방법을 찾는 게 사업”이라고 말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사는 현재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신성이엔지도 18년간 사업을 이어왔지만 “태양광으로 돈을 번 게 3년밖에 안 됐다”고 할 만큼 혹독한 시간을 버텼다. 신성이엔지의 매출 구성은 난해 기준 클린환경 사업부문 5056억원(89.1%), 재생에너지 사업부문 580억원(10.2%) 등이다. 또한 클린룸 주요 장비인 산업용 공기청정기(FFU)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60% 이상)를 차지한다.
“중국은 △규모의 경제 △정부 보조금 △자재 내재화 등을 통해 태양광 모듈 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EPC(설계·조달·시공)업체나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중국산 모듈이 국산 대비 20~30% 저렴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즉 순수 태양광 모듈 단품 경쟁에서는 국산이 불리하죠.”
하지만 최근 중국 태양광 시장에 변화가 생기면서 시의적절한 정책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배터리·태양광 분야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또한 올해 4월부터 수출증치세 환급을 폐지하면서 그동안 초저가 수출의 핵심 동력이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무역 갈등은 피하면서 국내 모듈 제조사를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정부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조차 국산 제품에 가점을 부여하는 일조차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태양광은 이제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의 문제인 만큼 국내 제조사가 버티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설계·조달·시공+RE100’으로 상승효과
그렇다고 정책만 기다릴 수는 없다. 신성이엔지는 EPC(설계·조달·시공)와 RE100 이행을 하나로 묶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RE100 목표를 세운 기업들의 경우 ‘국산 모듈 + 친환경 인증 EPC + 탄소저감 보고체계’를 패키지로 구성하면 RE100 이행 실적 보고나 환경·사회·투명경영(ESG) 감사 시 여러 이점이 있다.
“EPC 일괄 제공 시 국산 태양광 모듈은 기술지원과 신속한 서비스 대응이 강점입니다. 또한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책임 주체가 명확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 운영 리스크 감소로 체감됩니다. 특히 산업단지·공공부문에서는 국산 EPC 일괄 패키지 선호도가 여전히 높죠. RE100 패키징은 가격보다 ‘평판·인증’ 관점에서 경쟁력 확보 수단으로 현장에서는 인식됩니다.”
신성이엔지가 내세우는 또 다른 경쟁력은 에너지 절감 기술이다. 반도체 제조 공장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다. 신성이엔지는 △고효율 3D 팬 △고효율 모터 △저압손 필터를 FFU에 적용해 기존 표준 FFU 대비 소비 전력을 최대 24%까지 절감했다. 여기에 필터 전후단 차압을 실시간 측정해 풍속을 능동적으로 유지하는 ‘AVC(Active Velocity Control) 시스템’과 케미컬 필터를 FFU 내부에 일체화한 ‘ICF’ 기술도 더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고효율 외조기도 개발 중이다. 반도체 제조 공장 에너지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는 클린룸 공조 에너지를 20% 이상 줄이는 게 목표다.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기술력 확대
이 기술력은 데이터센터 시장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 클린룸 기반 정밀 기류제어 기술로 PUE(전력사용효율)를 기존 1.4~1.5에서 1.2~1.3 수준으로 끌어내려 냉각 전력을 20~30%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지붕·벽면 태양광 발전소와 ESS를 묶는 패키지 사업도 추진 중이다. PUE는 데이터센터 전체 소비 전력을 IT 장비 소비 전력으로 나눈 값이다. 1에 가까울 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 냉각 공조 최적화가 PUE 개선의 핵심이다.
“태양광은 주간에만 발전하고 데이터센터는 24시간 가동해야 하니 ESS 연계가 필수입니다. 공조 효율화와 태양광 자가소비를 합치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탄소집약도를 총 15~20% 수준까지 저감하는 게 현실적 기대치입니다.”
이러한 기술 축적이 가능했던 건 ESG 경영 철학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이라면 비용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지만 신성이엔지는 용인 스마트팩토리 등을 지을 때 ‘친환경 에너지 자립’을 먼저 목표로 삼았다. 태양광과 ESS를 도입해 공장 가동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자가 충당하고 클린룸 기반시설 장비 연구개발(R&D)도 에너지 절감형 위주로 방향을 틀었다.
“신성이엔지에게 ESG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나 리스크 관리가 아닙니다. 비재무적 경영지표로서 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확고한 의사결정 기준이에요. 지속가능한 환경과 사회를 만드는 결정이 곧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이끈다는 믿음을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