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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산 민심은 왜 흔들리나

2026-04-20 13:00:00 게재

선거 지형에서 부산은 단순한 광역자치단체를 넘어 보수 진영의 난공불락 요새와 같았다. 하지만 최근 부산의 민심은 전례 없는 격랑 속에 휘말려 있다. 특히 다가오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각종 수치와 지표들은 보수 진영에 ‘심리적 탄핵’이라는 엄중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1년 전과 현재의 정당 지지율(부산·울산·경남 기준)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지표로 비교해 보면 보수 진영이 처한 위기의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해 4월 1~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 신뢰수준±3.1%p, 응답률13.7%)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4%, 국민의힘은 46%로 나왔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12%p 앞섰다. PK은 보수 성향이 더 강하게 결집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국민의힘 PK 지지율은 46%에서 29%로 17%p 폭락했다. 반면 민주당은 34%에서 42%로 오르며 이른바 ‘골든 크로스’를 달성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4월 14~1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응답률13.8%) 결과인데 전통적으로 보수가 우세했던 PK 지역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지지율이 역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고정 지지층의 이탈뿐만 아니라 중도층이 완전히 보수정당에 등을 돌렸음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행정능력, 국민의힘은 갈등 떠올려

현재 선거는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간의 양자대결로 압축된 상태다. 제 3지대의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중앙 정치에 대한 평가가 지역 선거에 그대로 투영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 국민의힘 내부의 공천 갈등과 리더십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공천 파장은 단순한 내부 경쟁을 넘어 정당 전체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선 과정의 잡음, 특정 인사 배제 논란, 계파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안겼고, 이는 곧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장동혁 지도부는 이러한 갈등을 수습하기는커녕 전략 부재와 메시지 혼선으로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진영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에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점 역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썸트렌드(SomeTrend) 연관어 분석(4월 1~18일)을 보면 부산시장과 관련된 키워드는 ‘해수부’ ‘글로벌’ ‘해운대’ 등 정책과 행정 중심의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연관된 키워드는 ‘공천’ ‘컷오프’ ‘심사’ ‘갈등’ 등 내부 정치 이슈가 대부분이다.

이는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행정 능력과 정책을 떠올리는 반면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내부 분열과 갈등을 먼저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선거 기준이 ‘누가 더 잘할 것인가’에서 ‘누가 덜 문제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현재 부산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선거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는 위기 상황이 발생할수록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지지층은 결집하기보다 이탈하고 있으며, 그 일부는 무당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보수정치의 결집 메커니즘 자체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정치지형 자체가 재편될 가능성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어진 정치적 혼란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보수진영이 명확한 책임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신뢰는 더욱 약화되었고 부산을 포함한 전통적 지지 기반에서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선거 패배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정치 지형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흐름이 지속된다면 부산은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경합지를 넘어 정치 지형 자체가 재편되는 지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