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4조달러 귀환, S&P500 신고가
7개 종목 증시상승 절반 주도
AI 자본지출 불안은 여전
빅테크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며 미국 대형 기술주 중심의 S&P500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증시 상승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S&P500지수가 올해 저점을 찍은 3월 30일 이후 기술주는 지수 내 최악의 업종에서 최고 수익 업종으로 탈바꿈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추종하는 지수는 이 기간 20% 올랐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17% 하락했던 흐름을 완전히 되돌린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반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종목으로, 지난해 10월 고점에서 올해 3월 저점까지 34% 급락했다가 이후 19% 반등했다.
최근 S&P500 상승분의 절반 이상은 엔비디아·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브로드컴·알파벳·메타·애플 등 단 7개 기업에서 나왔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들은 불과 몇 주 만에 시가총액을 약 4조달러 불렸다. 웰스파고의 권오성 수석 주식 전략가는 “지난 6개월간 시장이 확인한 것은 기술주 없이는 S&P500이 사실상 더 오르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반등을 기업 펀더멘털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동 긴장은 여전히 세계 성장의 위협 요인이고, 유가도 최근 소폭 내렸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 압력을 남겨두고 있다. 약 300억달러를 운용하는 셀리그먼 인베스트먼트의 폴 윅 최고투자책임자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른 반전”이라며 “어느 정도는 뒤늦은 따라잡기 매수이자 수급을 맞추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나틱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개릿 멜슨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이들 기업의 기존 사업만 봐도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어 시장에서 방어주 성격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들은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미국 기술주를 5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내다 팔았다. 골드만삭스 집계에 따르면 거의 모든 기술 세부 업종에서 순유출이 나타났고,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이 전체 순매도의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매도세 덕분에 밸류에이션은 한층 매력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테슬라를 제외한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예상 이익 기준 약 24배로, 지난해 10월 말 29배에서 크게 내려왔다.
월가는 앞으로 나올 실적 발표가 낙관론을 뒷받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올해 이익 증가율은 19%로, S&P500 나머지 종목의 17%를 웃돈다. 이 격차는 2027년 더 벌어져 각각 22%와 15%로 예상된다. 웰스파고 권 주식 전략가는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그동안 부진했기 때문에 오히려 뒤처진 매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S&P500이 여름까지 73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AI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는 불안도 여전하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메타 등 4대 지출 기업의 2026년 자본지출 합산 규모는 6180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5년 3760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AI 투자 수익률이 언제 가시화될지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랠리의 지속 여부는 다가올 실적 시즌이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